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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이기고 지는 것에 굉장히 연연하며 살아왔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이기기보다 진 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런 분들에게 응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1승'의 첫인상에 대해 배우 박정민이 이야기했다. 영화 '1승'은 그런 영화다. 에이스 선수도 정상의 구단으로 이적한 상황에서 승리의 가능성이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이 구단주(박정민)를 만나고, 구단주의 돌발 행동으로 퇴출, 파면, 파산 그리고 이혼까지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실패는 죄다 섭렵한 배구선수 출신 감독 김우진(송강호)를 감독으로 맞아들이며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핑크스톰은 1승 하면 20억을 주겠다는 구단주의 파격 공약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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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식 감독은 "누군가에게는 1승이 우주와 같은 순간"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느 팀은 지고, 어느 팀은 이기는게 '1승'이다. 한 번 이기는 게 어느 팀에게는 우주와 같은 것이라는 걸 살면서 더욱 뼈저리게 느끼는 것 같다. 엄청나게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다. 핑크스톰이 한 번 이기는 과정이 결과로는 기사 한 줄로 알려질 뿐일 수도 있지만, 이들에게는 정말 우주와 같은 순간이다. 남들에게 사소하게 지나가는 순간도 우주와 같이 느껴지고, 그걸 쟁취하기 위해서 죽을힘을 다하는 과정을 영화로 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여자 배구를 중심 소재로 삼은 이유도 전했다. 신연식 감독은 "배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특성이 실내종목이면서도, 살을 부대끼지 않는다. 첫 장면에서 김우진(송강호)의 설명처럼 '서로의 공간을 존중해주면서 살을 맞대는 경기 못지않은 양 팀 간의 뜨거운 경쟁심이 네트 사이에서 벌어지는 느낌'이다. 배구 경기 중계 화면을 보면서 상대방의 어깨를 걸어서 찍는 영화적인 구도 같이 느껴졌다. 여자 배구가 남자배구보다 상대적으로 조금 더 랠리가 길다. 영화적으로 조금 더 다양한 시도를 하기에 여자배구에 장점이 있었다. 남자 배구가 좀 더 호쾌한 느낌이라면, 카메라를 설계해 더 디테일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은 여자배구가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배구 장면을 진심으로 담았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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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는 인생의 실패를 죄다 섭렵한 김우진 역을 맡아, 눈에 열정을 더하며 성장해 간다. 특히 김우진의 대사 속에서 '정상에 있을 때는 아래가 절벽인 줄만 안다'라고 이야기하는 등 송강호와 묘하게 연결된 지점들이 공감을 더 한다. 그는 "'기생충' 이후 어떤 새로운 작품을 할지 고민할 때, '1승'을 만났다. 항상 도전은 위험이 내포돼 있다. 그런 지점을 갈구하며 30여 년 동안 그런 작업을 해왔다. 어떤 때는 뭘 해도 잘되고, 사랑받는 작품도 있었다. 그런데 살다 보면, 어느 구간에서는 무슨 노력을 해도 잘 소통이 되지 않아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있었다"라며 "'1승'에는 큰 자본이 들어간 블록버스터도 아니지만, 작지만 알차게, 관객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영화를 해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노력한 것 같다"라고 작품에 임한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박정민은 자신의 인생철학을 담은 도서 출간부터 수시로 켜는 SNS 라이브 방송까지 마음먹은 건 일단 하고 보는 재벌 2세 프로 관종러(관심 끄는 것을 좋아하는 인물) '강정원' 역을 맡았다. 그는 '프로관종러'답게 모자와 안경 등 기존에 보여준 재벌 2세와는 완전히 다른 비주얼로 시선을 끈다. 이에 장윤주는 "취향이 없는 재벌 2세다. 체크 모자에 도트 모양 등 패턴이 두 개 겹쳐진 독특한 자기 세계 룩"이라고 옆에서 평하기도 했다. 박정민은 "구단주 공약이 없으면 서사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였다. 정확하게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등장부터 김우진 감독과 선수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 점에 주안점을 두고 '신나게 하고 가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감독님과 선배님의 도움을 받아 즐겁게 촬영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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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는 함께한 박정민에 대해 "잘 아시겠지만, 어떤 작품, 어떤 역할을 맡아도 자기만의 해석과 표현으로 많은 관객의 사랑받는 괴력의 배우"라고 밝혔다. 영화 '1승'의 출연 이유 중 하나가 "송강호"라고 밝힐 정도로 그에 대한 애정을 고백한 박정민은 "제가 영화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중고등학교 시절에 '누구처럼 되고 싶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사실 저는 롤모델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있기도 하고, 제가 누군가를 이야기하면 '네가 무슨'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잘 이야기를 안 한다. 처음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송강호처럼 되고 싶었다. 너무 원대한 꿈이다. 그런 꿈을 가지면서 시작했고, 10여 년이 흐른 후에 현장에서 송강호를 만났을 때 모든 부분이 신기했고, 모든 부분에 대해 배웠다. 많은 것들을 제 수첩에 적어놨다. 그 모든 순간이 배움이었다. 아마 굉장히 오랫동안 남아있을 거다"라고 진심을 눌러 담아 이야기했다.
장윤주는 가늘고 길게 버틴 핑크스톰 주장이자 폭풍 수지라는 애칭의 '방수지' 역을 맡았다. 신연식 감독은 "장윤주는 모델 후배분들에게 매력적인 리더십을 보인다. 그대로 품어주는 리더십이다. 그 모습 그대로 핑크스톰 팀의 강점 같았다. 김우진(송강호)도 선수들의 단점보다 장점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이야기하고, 구단주(박정민)도 마찬가지다. 단장실에서 불을 질렀다는 선수의 일화에 '전자담배를 지급하자'라고 하지 않나. 모두에게 단점이 있는데, 그 단점을 그대로 받아들여 장점이 살아난다. 그 모습이 핑크스톰의 자랑 같다. 핑크스톰의 상징적 인물로 '수지'를 떠올렸는데, 그 지점에서 장윤주의 전적인 도움을 받았다"라고 시나리오 단계부터 그를 떠올렸음을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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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주는 신연식 감독의 말 그대로 여자 배구팀 '핑크스톰'의 장점을 자랑했다. 그는 "실제 배구선수인 분, 과거 배구선수였던 분도 계시고, 모델 후배들도 있고, 정말 다양한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불협화음 같고 삐죽거리는 모습 속에 화음이 분명히 전해졌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안무를 완성하는 것처럼 계속 함께 훈련했다. 원래 제 스타일이 다들 친구처럼 두루두루 화기애애하게 지내는 편이라, 연습하면서 되게 즐겁게 임했다. '다치지 말자'라고 이야기했다. 연습을 마친 후에는 나이가 있다 보니 가장 밥을 많이 산 것 같다"라고 남다른 리더십의 비결을 덧붙여 훈훈함을 더했다.
'1승'에는 배우 조정석부터 배구선수 김연경 등이 깜짝 등장해 반가움과 쾌감을 더한다. 신연식 감독은 "김연경 선수는 '내가 김연경인데 (배구 영화에) 안 나올 수 없다'라고 당연하다는 듯이 알고 계셨다. 영화 촬영이 시즌 중 겹쳤다. 시즌 중이라 부탁드리기 어려웠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틈을 내서 와주셨다. 그래서 많은 부탁을 드리기 어려워 조심스레 부탁드렸다. 그런데 촬영 끝나고 대사도 하고 싶었고, 욕심이 있으셨더라. 그래서 김연경 선수 가고 나서, 송강호와 작전타임에 '배구를 뭘 알아?'라고 물어볼 걸 뒤늦게 후회했다. 그 부분이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송강호는 영화 '1승'을 "유기농 채소의 맛"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많은 자본이 들어간 거대한 작품은 아니지만 유기농 채소가 가진 싱그러움과 풋풋함이 있다. 그 지점이 관객분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고, 웃음을 줄 수 있다면, 즐거운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고, 풋풋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로 생각해 주시고 사랑해달라"라고 진심을 전했다. 여자 배구 경기를 중심으로 각자 삶 속에서 커다란 응원을 발견할 수 있는 지점을 전한 것.
한편, 배우 송강호, 박정민, 장윤주 등의 열연이 담긴 영화 '1승'은 오는 12월 4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