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누구에게나 자신과 자신의 연기를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60초의 시간이 주어진다. 배우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시작한 서울독립영화제(Seoul Independent Film Festival, SIFF)의 대표 프로그램 ‘배우 프로젝트-60초 독백 페스티벌’이 어느덧 제7회를 맞이했다. 조윤희&권해효 배우가 이끄는 이 프로젝트엔 지난 6년간 1만8백69명의 배우가 참여했고, 올해는 역대 최대인 4천8백59명이 자신만의 연기를 보내왔다.
서울독립영화제 50주년을 기념하며 마리끌레르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린 이후 영화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확장해가는 5명의 배우 노재원, 오경화, 옥자연, 윤가이, 홍의준을 다시 배우 프로젝트의 이야기 안으로 초대했다. 이들의 연기에 가장 먼저 눈과 귀를 기울인 기획자이자 심사위원, 그리고 응원단인 조윤희, 권해효 배우와 함께.
제2회 배우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그때를 회상하면 어떤 마음이 생각나나요?
배우로서 기다림이 길어지던 시기였어요. 그러다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배우 프로젝트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이 프로젝트는 어떤 대사든, 어떤 감정이든 제가 정할 수 있잖아요. 내가 나를 캐스팅하는 거구나 싶더라고요. ‘그럼 내가 못할 거 해보자! 어린 나이의 역할을 해보자!’ 이 생각이 발단이었어요.(웃음) 때마침 읽고 있던 소설에 등장하는, 굉장히 강렬한 에너지를 지닌 나이 어린 인물이 인상 깊게 느껴졌고, 그 소설을 각색해서 1분짜리 연기 영상을 만들었어요.
그 영상으로 본선 진출을 이뤄냈어요.
아쉽게도 다른 영화 일정 때문에 본선 무대에 오르진 못했어요. 그럼에도 권해효 선배님이 ‘독립영화의 밤’에라도 오라고 초대해주셨고, 약간 주저하며 갔는데 그곳에서 너무나 따뜻한 환대를 받았어요. 좋은 동료들을 많이 만났고, 그날의 만남이 제게 큰 힘이 됐어요. 한편으론 제가 열망은 큰데 소극적인 성향 탓에 도전을 두려워하기도 했는데, 독백 영상을 찍으면서 도전 자체의 즐거움을 깨달았어요. 이렇게 열심히 도전하면 되는구나 하는 자신감도 얻었고요.
배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혹은 참여하기를 주저하는 배우들에게 응원의 말을 건넨다면요?
그냥 해보세요. 주저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요. 안 되면 어때요. 하는 과정을 스스로 즐긴다면, 그것만으로도 귀중한 경험이 될 거예요. 또 그곳에서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나게 될 거예요. 그 만남이 자신의 성장에 생각보다 큰 동력이 되어줄 수도 있어요.
배우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후 5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사이 여러 장르를 오가며 연기 세계를 넓혀가고 있어요. 지금은 무엇을 동력 삼아 나아가나요?
동력은 굉장히 다양해요. 가장 기본적인 동력은 연기가 말할 수 없이 재미있다는 사실이에요. 연기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작업이잖아요. 나라는 사람, 시나리오, 그때그때 맞닥뜨리는 상황, 상대 배우, 감독님과의 교류, 이 모든 것들을 재료 삼아 도자기 빚듯이 완성해내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 과정이 무척 즐거워요. 그리고 오기도 있을 테고요. 바라보는 곳이 1km 앞이라고 하면, 희열과 좌절감을 거듭 맛보며 그래도 1mm씩은 나아지는 것 같거든요. 그걸 보면서 계속 가보는 거죠. 그리고 나를 필요로 하는 감독님들, 나를 아껴주는 주변 사람들, 같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동료들, 이 사람들도 큰 동력이에요.
서울독립영화제가 5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서독제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 생각하나요? 지원과 관심이 아주 많이 필요하죠. 어떤 이야기에 들어갔다 나올 때, 어떤 인물에 들어갔다 나올 때 사람은 자기 자신과 살짝 떨어졌다가 다시 붙는다는 말에 크게 공감해요. 우리는 스스로를 제대로 바라보기 힘들잖아요. 그런데 떨어졌다 붙었다 하는 그 예술을 통해 나를 다시 보게 되고, 나의 세계가 넓어지고, 내가 이전과 조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예요.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인간에게 귀중한 일인지 더 많은 사람이 알아줬으면 좋겠고, 이를 위한 지원이 더 많아지길 바라요. 마
지막으로 50번째 생일을 맞은 서독제에 축하와 응원의 인사를 보내주세요.
5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요즘 영화계를 비롯해 문화계가 많이 힘든데 그럼에도 앞으로도 그 든든한 어깨를 계속 내어주시기를, 잘 버텨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