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도 배포 안해…중국의 '체제 선전 활용'이 영향 미친듯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국방부가 6·25전쟁 중국군 전사자 유해 송환을 공개 행사를 생략하고 보도자료도 배포하지 않는 '로우키'(low-key·절제된 방식)로 진행하는 것으로 방침을 변경했다.
28일 중국 매체 등에 따르면 중국 측은 이날 중국군 유해를 한국 측으로부터 인수해 중국으로 호송했다.
중국 공군 Y-20 전략 수송기가 인천국제공항으로 날아와 유해를 실었고, 수송기가 중국 영공에 진입하자 최신 스텔스 전투기 J-20이 투입돼 호위 예우에 나서는 등 떠들썩한 환영이 이어졌다.
반면 한국 군 당국은 별도 행사나 보도자료 없이 유해 인도만 하는 것으로 절차를 마무리했다.
국방부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국내에서 발굴된 중국군 유해를 2014년부터 매년 인도해왔고 11번째인 올해까지 총 981구를 전달했다.
지난해까지는 국방부가 공개 행사를 개최하고 이를 보도자료 등 형태로 대내외에 알렸지만, 올해는 조용히 유해 인도만 진행한 것이다.
이런 방침 변경에는 중국군은 6·25전쟁 당시 엄연히 적군으로 맞서 싸웠고 남북한 분단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데도, 중국 측이 유해 송환을 '영웅의 귀환'으로 떠들썩하게 홍보하며 체제 선전에 활용하는 모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유해가 도착한 중국 랴오닝성 선양 시내 거리에는 '영웅이 집에 돌아오다'라고 적힌 붉은색 플래카드와 1천500개 넘는 오성홍기가 내걸렸고, 중국 관영 매체들은 유해 귀환 상황을 생중계하는 등 애국심 고취에 나섰다.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유해 송환을 두고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한국이 중국에 친절함을 보여주는 것이고, 미국 패권이 동맹들로부터 지지를 못 받고 있다는 뜻'이라는 식의 자의적 해석을 내놓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중국 측에서 그런 행사를 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우리가 같이 행사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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