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證, 논란의 유증](상) 밸류업 위한 결정?...RCPS 상환 이유는

[현대차證, 논란의 유증](상) 밸류업 위한 결정?...RCPS 상환 이유는

데일리임팩트 2024-11-28 15:06:20 신고

/사진=현대차증권
/사진=현대차증권

[딜사이트경제TV 최태호 기자] 현대차증권이 RCPS(상환전환우선주) 상환을 유상증자로 들어온 자금의 사용처로 포함하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해당 내용이 주주들에게 뒤늦게 전달된 데다가, 현대차증권이 표면적으로 밝힌 유상증자 목적인 밸류업과도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형근 현대차증권 대표는 지난 27일 보도자료에서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목적에 대해 “이번 유상증자를 기반으로 회사가 중장기적으로 밸류업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대차증권이 증권업계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증권은 유상증자 공시일(26일) 다음날인 27일 52주 신저가인 7350원까지 떨어졌다. 27일 종가는 7650원으로 전일 대비 13.07%(1150원) 낮다. 특히 종목토론방 등을 중심으로 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3차례 수정, 현대차증권은 왜 주석 늦게 달았나

현대차증권이 이번 유상증자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최초로 밝힌 건 지난 26일 오후5시다. 현대차증권은 당시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결정 사실과 함께 △유상증자 예정발행가액 △향후 발행가액 산정 방식 △신주 발행주식 수 등을 전달했다. 그러나 자금조달의 목적은 구체적으로 기재되지 않았다. 단순히 △시설자금 1000억원 △채무상환자금 225억원 △기타자금 775억원으로만 작성됐다.

시설자금은 배 대표가 밝힌 중장기적 밸류업과 관련이 있다. 차세대 시스템 개발, 디지털 가속화 등을 위한 자금이다. 현대차증권이 보도자료를 통해 “미래성장 동력 확보”라고 힘줘 표현한 사용처다.

기타자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에 대해 처음 밝힌 건 언론사들에 전달한 보도자료에서다. 당시 보도자료 배포 시기는 27일 오후3시였다. 다만 해당 자료에도 “RCPS 상환 등 차입 규모 축소를 통해 재무건전성 강화할 것”이라는 문구만 나올 뿐 구체적인 규모는 나오지 않았다.

현대차증권은 이후 한국거래소로부터 기존 공시에 대한 수정 권고를 받았다. 이에 따라 같은날 오후5시 3번째로 수정된 유상증자 결정 공시에서 기타자금 775억원이 모두 RCPS 상환에 사용된다는 취지의 주석을 추가했다. 정정사유는 자진기재 정정으로 밝혔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27일 오후 5시 유상증자 결정에 대한 3번째 수정공시를 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현대차증권은 지난 27일 오후 5시 유상증자 결정에 대한 3번째 수정공시를 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한국거래소로부터 수정 권고를 받았지만 공시규정에 의해 자율적으로 판단해 작성할 수 있는 주석사항으로 반드시 정정해야 했던 건 아니었기에 자진기재 정정으로 기재했다”며 “증권신고서 상에서도 이미 자세히 기재했던 내용이었기에 주주들을 속이려는 목적은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현대차증권이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시점은 27일 오후4시다. 해당 신고서에는 775억원의 자금을 RCPS 상환에 사용하겠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해당 내용을 확인한 한국거래소가 유상증자 결정 공시에도 같은 내용을 기재하는 게 어떻겠냐고 권고했고 현대차증권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RCPS 상환, 밸류업과 관련이 있나

RCPS는 발행사(증권사)로부터 투자금을 상환 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다. 상환권은 발행사에게, 전환권은 투자자에게 있다. 자본시장법상 자기자본으로 인정되지만 발행사는 우선배당률 요건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부채의 성격도 갖고 있다.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영업에 활용할 수 있는 현금규모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일부 증권사들은 자본금 확충을 목적으로 RCPS를 발행한 바 있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2019년11월 RCPS 941만8179주를 1만1000원에 발행했다. 발행규모는 1036억원이다. 현대차증권은 RCPS 발행으로 지난 2020년 자기자본 1조원을 달성했다. 다만 2021년 일부 투자자들이 전환권을 행사해 RCPS를 보통주로 바꾸며 현재에는 그 규모가 775억원까지 줄었다. 이에 따라 자본금도 감소했다.

현대차증권은 이번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서 “이번 유상증자 조달을 통해 자본금 감소에 선제 대응해 영업력 지속 및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RCPS의 전환으로 인한 자본금 감소를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RCPS의 전환가액은 발행가액과 동일한 1만1000원이다. 이번 유상증자가 발표되기 전날인 26일 종가(8800원)보다 2200원(20%)이나 비싸다. RCPS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환 대신 전환을 택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RCPS 전환이 있던 2021년은 현대차증권의 주가가 1만6000원대까지 치솟은 시기다.

게다가 RCPS 상환에 유상증자로 들어온 자금을 사용하면 자기자본도 그만큼 적어진다. 2000억원의 규모의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RCPS가 모두 상환된다면 실제 늘어나는 자기자본은 1225억원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상증자 실질적인 목적은 RCPS의 상환에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늘어날 우선배당률 부담을 덜고자 주주들로부터 투자를 받으려는 게 아니냐는 것. 현대차증권의 RCPS 우선배당률은 올해까지는 연 3.8%다. 2019년 발행 당시 5년 만기 A+등급 무보증 금융기관채의 채권시가평가 민평평균 수익률(2.447%)에 1.353%를 가산한 이율이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우선배당률이 바뀐다.

내년 우선배당률도 A+등급 무보증 금융기관채의 민평평균 수익률을 사용하지만 가산금리가 기존(1.353%)보다 1%p(포인트) 높은 2.353%다. 게다가 최근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며 2019년 당시 보다 채권 수익률도 올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7일 기준 5년 만기 A+등급 무보증 금융기관채의 민평평균 수익률은 4.646%다. 가산금리(2.353%)를 더하면 현대차증권은 현시점 기준 약 7%의 우선배당률을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현대차증권의 지난 2019년 RCPS(상환전환우선주) 발행 당시 우선배당률과 현 시점 채권수익률 기준 시나리오에 따른 예상 우선배당률 비교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금융투자협회
현대차증권의 지난 2019년 RCPS(상환전환우선주) 발행 당시 우선배당률과 현 시점 채권수익률 기준 시나리오에 따른 예상 우선배당률 비교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금융투자협회

현대차증권도 증권신고서에서 이번 유상증자와 관련해 높아진 우선배당률을 고려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넣었다.

현대차증권은 “현 금리 수준 고려 시 2025년부터 높은 우선배당률지급이 필요해 조기상환 행사가 가능한 2025년 5월1일에 RCPS를 전액 조기상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증권의 입장에서는 새로이 RCPS를 발행하는 선택지도 있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올라간 채권 수익률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 기존 가산금리(1.353%) 수준에 현 시점의 A+등급 무보증 금융기관채 수익률(4.646%)을 더하면 약 6%의 우선배당률을 내야하기 때문.

현대차증권은 유상증자로 확보되는 자금의 사용내역 우선순위 1순위를 시설자금, 2순위를 RCPS 상환에 뒀다. 차세대 시스템 구축 등에 1000억원을 먼저 사용하고 남은 자금을 RCPS 상환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증권의 유상증자 자금 유입에 따른 사용처 우선순위. 다만 1순위에 있는 시설자금의 집행금액이 변경될 수 있다는 내용(빨간박스)이 담겨 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현대차증권의 유상증자 자금 유입에 따른 사용처 우선순위. 다만 1순위에 있는 시설자금의 집행금액이 변경될 수 있다는 내용(빨간박스)이 담겨 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다만 주석을 통해 “시설자금의 경우 시장동향과 경영환경에 따라 집행시기 및 실제 집행금액은 변경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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