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구장 전광판 우측 하단에 피치클록이 설치돼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피치클록 적응이 숙제다.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10개 구단 중 피치클록 위반 횟수가 가장 많았던 팀이다. 144경기에서 총 1247회, 경기당 8.66회였다. 2위 KIA 타이거즈(1021회·7.09회)보다도 훨씬 많다.
KBO리그는 ‘스피드업’을 표방하고 있다. 리그 인기 제고와 국제 표준에 맞추는 게 목적이다. 이에 피치클록을 비롯해 관련 규정을 만들었다. 효과는 있었다. 올해 리그 평균 경기시간(정규이닝 기준)은 지난해 3시간12분보다 2분 줄었다. 10개 구단 중 절반이 경기시간을 리그 평균 밑으로 유지했다. 롯데는 3시간16분으로 가장 오래 걸렸다. 연장전을 포함했을 때 역시 3시간20분에 달했다. 지난해에 이어 기록과 순위 모두 제자리(10위)다.
롯데는 투수가 걱정이다. 투수 위반 횟수가 전체에서 약 66.6%에 해당하는 831회였다. 타자(387회)와 무척 상반되는 결과다. 위반 내용은 좀 더 우려스럽다. 주자가 없을 때(158회·3위)보다 있을 때(673회·1위) 위반이 압도적으로 많다. 주자가 있을 때 위반 횟수 2위는 KIA인데, 422회에 그쳤다.
롯데에선 주요 투수가 피치클록 적응을 어려워했다. 마무리투수 김원중(154회), 외국인 에이스 애런 윌커슨(120회)이 대표적이다. 둘은 위반 횟수 리그 1위를 다퉜다. 김원중에게는 이 물음표를 지우는 게 숙제다. 팀 성향에 따라 주자가 있을 때 위반 횟수가 크게 증가하는 모습이 잦았다. 반면 윌커슨은 개선 가능성을 꽤 보였다. 8월까지 27경기(164이닝)에선 117회를 위반했지만, 9월 이후 5경기(32.2이닝)에선 3회에 불과했다.
피치클록은 올 시즌 시범 운영돼 위반 시 구두경고만 주어졌다. 내년 시즌 정식으로 도입되면 실제로 페널티를 준다. KBO는 각 구단이 정식 도입을 준비할 수 있게 시간을 줬다. 롯데는 투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시즌 초중반까지는 피치클록 적응을 미뤘다. 남보다 늦었으니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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