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 같은 내용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발표했다. 이 조치는 글로벌 무역에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미국 전기차 시장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미국 전기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합리적인 가격의 신차 출시가 이어지며 주요 제조사들이 분기마다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관세 계획이 실행되면 이런 성장세가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GM, 포드, 테슬라, 혼다, BMW, 아우디 등은 멕시코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두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전기차 중 포드 머스탱 마하-E, 쉐보레 이쿼녹스 EV, 블레이저 EV, 혼다 프롤로그 등은 모두 멕시코에서 최종 조립된다.
테슬라는 차량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지만, 일부 부품을 멕시코에서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조달되는 부품 비율이 높은 차량일수록 관세의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도 이번 관세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지만, 트럼프가 테슬라에 예외를 적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새로 출범하는 정부효율성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수장으로 임명될 예정이며, 트럼프 캠프에 거액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와 함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추가로 10%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중국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차량의 판매도 금지하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멕시코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된 자동차는 약 255만 대에 달한다. 관세 부과로 자동차 가격 인상이 예상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전반적으로 큰 혼란에 휩싸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GM, 포드, 폭스바겐, 토요타 등 주요 제조사들의 주가도 떨어지고 있다.
한편 한국과 일본 전기차는 이번 관세 조치로부터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부품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만큼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하지만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를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의 메타플랜트(Metaplant)에서 생산 중이며, 아이오닉 6는 전량 한국에서 제조되고 있다.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GV60, 현대 코나 EV, 기아 EV9, 기아 니로 EV 등도 일부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지만, 대체로 한국 내에서 생산된다. 토요타 bZ4x와 렉서스 RZ 역시 대부분 일본에서 생산돼 비교적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트럼프의 ‘미국 우선’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미국산 전기차와 SUV, 픽업트럭은 높은 관세로 인해 큰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더드라이브 / 박근하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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