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수가 상대가치점수, 상당히 불합리…대대적 개혁해야"
"비급여 1천68개 정리 완료…혼합진료 어느정도 금지해야"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의정 갈등으로 인한 건보 재정 우려에 대해 "올해는 아직 급여 지출이 증가하지 않았다"며 "큰 타격 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27일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그는 "공단 창립 이후 2년 연속 건보료 동결은 처음 있는 일이라 굉장히 걱정이 크지만, 올해 급여 지출이 증가하지 않아 동결분이 상쇄되고 있다. 지출 부분에서 그렇게 타격은 없다"고 설명했다.
의료 공백 해소에 투입된 건보 재정에 대해서는 "내년에 상환하는 것이지만 (병원 선지급금으로) 2조 6천억 정도가 미리 들어갔고, 6∼7천억원이 비상진료체계 관련으로 나갔다"고 밝히며 "그러나 워낙 (급여) 청구가 예전 같지 않아 현재는 잘 운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적립금 투자로 "1조 이상 자금 운영 수익을 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가 이 자리를 떠난 후 '전 이사장이 잘못해서 재정이 파탄 났다'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아껴서 지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정 갈등이 계속돼도 재정이 괜찮은가'라는 질문에는 "상급 종합병원들이 많이 살아났고, 3차 병원에서의 '과한 소비'가 워낙 많이 줄어 지출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 이사장은 "수가가 제일 문제"라며 "상대가치점수(의료행위별로 가치를 비교하도록 업무량과 인력, 위험도 등을 고려해 매기는 값)에서 상당히 불합리한 부분이 있어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오래 몸담았던 호흡기내과 쪽만 해도 폐 기능 검사가 더 어려운 기관지 내시경 검사 같은 것보다 상대가치가 올랐다. (의료계가) 경제적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해왔는데 심평원이 이것을 합당한 시간에 잘라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정리에 나선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몇 개가 있는지도 모르는 비급여를 그래도 1천68개 정도 정리해서 95% 이상 추적하고 있다"며 "잘 정리해 합리적인 비급여 제도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논의하는 급여·비급여 혼합진료 제한에 대해서는 "혼합 진료를 어느 정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은 제 오랜 바람"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올해 아쉬운 점으로는 "공단 특별사법경찰(특사경)법이 아직 통과되지되지 않았다"는 것을 꼽으며 "의료인이 아닌 사람의 의료기관 개설이나 약사가 아닌 사람의 약국 운영은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발본색원(拔本塞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그는 갑론을박이 인 공단의 '비만 기준 상향 조정' 주장을 두고 "체질량지수(BMI) 25, 26인 사람들을 비만이라고 걱정시키고 위고비 같은 약을 비급여로 먹겠다고 해도 용인하지 않느냐"며 "학계 반응을 보겠지만 저희는 저희의 갈 길을 간다"고 설명했다.
공단이 제기한 담배 소송과 관련해서는 "담배회사가 위험 얘기를 하지 않고 담배 홍보를 하고 팔았기 때문에 폐암이 생긴게 아니냐. (담배회사가) 일부 책임은 져야 한다"며 "내년 1월 재판에 참석할 예정이고 제가 흡연 전문가이기 때문에 기회가 있으면 의학적인 의견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f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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