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스라엘은 영장 청구 때부터 반발…현실적으로 집행 불가능할 듯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집행 가능성이 더 하락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향후 네타냐후 총리가 프랑스에 입국하더라도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프랑스 외교부는 국제법상 외교관에 대한 면책특권을 언급한 뒤 "ICC가 체포영장 집행과 신병 인도를 요구하더라도 이 같은 면책권이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ICC는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에 대해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테러 후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수행 중인 이스라엘이 민간인이 사용할 식량과 물, 연료 등 필수자원을 고의로 차단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스라엘은 ICC의 영장 발부 자체가 정치적인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의 일부 우방국조차 영장 집행은 불가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2003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ICC가 설립될 당시 서명한 124개 당사국에는 ICC가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것이 법적 의무라는 이유에서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에 대해 야당 등 프랑스 일각에선 "레바논 휴전 협정 성사를 위해 정치적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론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가 국제법상 면책특권을 이유로 당초 원칙론에서 한걸음 물러섬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영장 집행이 실현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한 부채 의식을 지닌 독일의 경우 "네타냐후 총리가 방문하더라도 체포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놨다.
영국은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이 최근 의회에서 "만약 네타냐후 총리가 입국할 경우 영국 사법당국에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 내 의무"라면서도 "영국 법에 따라 법원이 독립적으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체포 여부에 대한 결정을 법원의 책임으로 넘긴 셈이다.
미국은 ICC가 영장을 청구할 때부터 이스라엘과 함께 강하게 반발해왔다.
미국은 지난 2000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ICC 설립 협약에 서명했지만, 자국민이 기소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준하지 않았다. 이어 2002년 조지 부시 행정부는 아예 협약에서 탈퇴했다.
게다가 미국 의회는 ICC가 미군의 잔혹 행위에 대한 조사를 추진한다는 이유로 ICC에 대한 자금이나 물품 지원을 금지하는 법까지 제정했다.
ICC는 네타냐후 총리 이전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아직 집행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 지난 9월 몽골을 국빈 방문했지만, 몽골은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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