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의 선택]③출구없는 롯데케미칼···무너진 경영사관학교

[석화의 선택]③출구없는 롯데케미칼···무너진 경영사관학교

데일리임팩트 2024-11-28 07: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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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말레이시아 스마트팩토리에서 생산을 마친 동박 제품을 살펴보는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지난 4월 말레이시아 스마트팩토리에서 생산을 마친 동박 제품을 살펴보는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딜사이트경제TV 서효림 기자]  최근 석유화학 업황이 공급과잉 상태에 빠지면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6월 국내 신용평가 3사로부터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을 받았다. 하지만 ‘아시아 최고 화학 기업 도약’을 표방한 롯데케미칼은 신동빈 회장의 본진이자 신유열 전무가 신 회장과 판박이로 경영수업을 시작한 의미있는 곳이다. 적기를 놓친 투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직 롯데케미칼은 롯데의 핵심이다. 

롯데케미칼은 과감한 투자로 눈길을 끌었고, 적자가 이어질 때도 투자를 늘렸다. 문제는 투자의 대부분이 기초화학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2019년 미국 ECC(에탄크래커) 완공을 시작으로 여수 PC(폴리카보네이트) 증설, 울산 메타자일렌 및 PIA(고순도이소프탈산) 증설, 현대케미칼과 HPC 합작, GS에너지 합작 신규사업 등을 진행했다. 

동남아시아 대표 화학사 인도네시아 타이탄케미칼을 인수했는데 이는 말레이시아 폴리올레핀 시장의 40%, 인도네시아 폴리에틸렌 시장의 30%를 점유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 총 사업비 3억 달러를 투자해 증설한 미 에탄크래커(ECC) 공장도 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다. 에틸렌은 한때 ‘석유화학의 쌀’이라 불렸다. 

롯데케미칼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우리나라 최대 기초 석화 수출시장이었던 중국은 에틸렌 수입량도 많았다. 수입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공격적으로 자국 내 설비를 늘리기 시작하자 우리나라 석화 수출시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사이클이 있던 석화 시장은 연속 적자를 기록할 때도 회복의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중국의 에틸렌 생산량이 자국의 필요량을 넘어서 과잉공급에 이르고, 고유가, 고환율, 원자잿값 폭등 등으로 더 이상 기초 석화제품의 수익성으로는 버틸 수 없게 됐다. 경쟁 화학회사는 신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롯데케미칼은 배터리소재사업 등 신사업으로의 진출이 다소 늦은 편이다. 기초 석화제품 생산이 탄탄해 신사업 진출보다 기초소재 원재료 수급 시장 다변화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투자 적기를 놓쳤다. 그룹 계열사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을거라 예측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가 상무로 한국 롯데 인사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린 곳이 롯데케미칼이다. 보통 경영수업에서는 실패해도 크게 책임이 없는 ‘신사업’을 맡기는데 신 전무는 ‘기초소재사업’에서 신사업을 함께 담당했다. 신사업을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없었을만큼 롯데케미칼의 판단은 늦었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 회장, 신유열 롯데 상무 /사진=롯데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 회장, 신유열 롯데 상무 /사진=롯데

롯데케미칼은 신동빈 회장에게 각별한 곳이다. 일본에서 돌아와 1990년 롯데케미칼의 전신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했고, 롯데케미칼의 성장과 함께 존재감을 드러냈다. 신동빈 회장 본인처럼 신유열 전무가 한국에서 본격 경영수업을 시작한 곳도 롯데케미칼이다. 롯데 성장의 역사이자 회장 성장의 기록과 같은 롯데케미칼이 휘청이자 유동성 위기 소문으로 이어졌다.

남다른 의미를 가진 롯데케미칼에는 투자도 남달랐다. 롯데케미칼이 해외에서 기초화학 몸집을 키우는 동안 다른 화학사들은 스페셜티(고부가가치)제품이나 배터리 소재, 첨단소재로 눈을 돌렸다.

롯데케미칼도 신사업으로의 사업 재편이 필요한데 시장에서는 재원 조달을 걱정했다. 롯데케미칼은 주요 공장의 가동률을 조정하며 불필요한 고정비를 줄이는 한편, 정밀화학, 배터리 소재, 수소에너지 등을 육성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차입금이 2021년 6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9조7000억원대로 증가한데다가 지난 21일 롯데케미칼 일부 회사채의 기한이익상실(EOD) 이슈까지 불거지자 시장은 다시한번 술렁였다.

롯데케미칼이 2013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발행한 공모채 중 14개 회사채에는 ‘3개년 누적 평균EBITDA÷이자비용’이 5배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특약 조항이 있는데 EOD 사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롯데케미칼 이창욱 모빌리티 마케팅부문장(왼쪽 2번째)이 2024 세계일류상품 인증서를 수여받고 있다. /사진=롯데케미칼
지난 19일 롯데케미칼 이창욱 모빌리티 마케팅부문장(왼쪽 2번째)이 2024 세계일류상품 인증서를 수여받고 있다. /사진=롯데케미칼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채권자가 EOD를 선언할 가능성을 낮게 본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사채권자와 협의를 진행하면서 다음달 중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특약 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다. 또한 올 3분기 말 기준 차입금은 10조7225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602억원 줄었으며. 부채비율도 78.6%로 안정적이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10월 기준 롯데케미칼은 활용 가능한 예금 2조원을 포함, 가용 유동성 자금 총 4조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다.

또 전체 롯데그룹의 10월 기준 총 자산은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10월 평가 기준 56조원이며,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 예금도 15조4000억원에 이른다. 2조원 가량의 롯데케미칼 회사채에 EOD 선언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롯데그룹은 “이번 현안은 최근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인한 롯데케미칼의 수익성 저하로 인해 발생한 상황”이라며 “회사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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