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제작사 부품 수급 못해 5년 늦춰 정비하기로…北 핵심표적 제거 '킬체인' 전력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우리 군 주요 무기체계 정비에 차질이 생겨 대북 대비 태세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8일 군에 따르면 공군은 내년에 하려던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TAURUS KEPD 350K)의 창정비를 5년 뒤인 2030년께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 군이 도입한 타우러스 미사일은 제작사인 독일 타우러스 시스템즈와 공군이 합의해 10년 주기 창정비를 하기로 했다.
창정비는 군 정비창이나 방산업체에서 맡는 대규모 정비로, 장비를 분해해 점검한 뒤 부품과 내부 상태를 살펴보고 재조립함으로써 무기 신뢰성을 검증하는 절차다.
도입 후 10년이 되는 내년을 맞아 군은 창정비를 준비했지만, 업체 측에서 엔진과 관련된 특정 부품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고 전해졌다.
이에 해당 부품을 제외한 나머지 창정비를 내년에 하고 이후 5년 뒤 그 부품에 대해서만 부분적 창정비를 또 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하지만 이럴 경우 10년과 20년 주기 사이에 또 창정비가 발생해 타우러스를 운용하지 못하는 기간이 너무 길어진다는 우려가 일선에서 나와 결국 도입 15년 차가 될 때 전체적 창정비를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알려졌다.
이런 상황의 조성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의 장기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사일 제작사 타우러스 시스템즈는 유럽 각국 방산업체들의 미사일 사업부가 합쳐진 기업 MBDA와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 보포스 다이내믹스가 출자해서 설립한 업체다.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미사일을 비롯한 각종 무기체계 중 다수가 이들 업체 제품인 만큼 타우러스 미사일의 부품들도 상당 부분 공유되며, 이로 인해 국내 보유분 타우러스 정비를 위한 부품 수급까지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부 장관을 대통령 특사로 전날 한국에 파견해 한국 측에 무기 지원 희망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타우러스 사례에서 보듯 목전의 국방 대비 태세에 허점이 생길 수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까지 나아가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도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는 답변밖에는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타우러스 미사일은 사거리 500㎞ 수준의 장거리 순항미사일이다. 북한 방공망 탐지거리를 벗어난 후방에서 발사해 적의 전략 목표를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스텔스 기술이 적용돼 북한 지역 내에서도 탐지가 어렵고 군용 위치정보시스템(GPS)을 장착해 전파 교란이 이뤄져도 목표물 반경 3m 이내로 타격할 수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거실을 직접 조준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공군은 타우러스를 F-15K에 장착해 운용하며, 200발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은 공군이 운용하는 주요 무기체계 가운데 사람이 탑승하는 항공기와 달리 일단 발사하면 되돌아오지 않을 물건이므로 전투기 등에 준하는 수준의 신뢰성이 필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유사시 북한 핵심 표적을 먼저 제거하는 작전 개념인 '킬체인'의 주요 전력 중 하나인 타우러스 미사일의 신뢰성을 애초 계획보다 5년 늦게서야 보장할 수 있게 된다면 대북 대비 태세에 맹점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대북 대비 태세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무기체계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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