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맥라렌 전시장이 있는 서울 강남에서 인천공항까지 왕복 3시간 거리(150km)를 시승할 때였다. “차 정말 멋있어요.” 이날의 목적지였던 인천공항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주변에 있던 한 중년 남성이 건넨 말이다. 그는 특히 수직으로 올라가는 맥라렌 특유의 ‘다이히드럴 도어’를 보곤 “우와∼” “크으!”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도로 위 신호에 걸려 정차했을 때도 주변 차량 운전자들이 흘깃흘깃 쳐다보는 시선이 따가울(?) 정도로 온몸으로 쏟아졌다.
사실, 이런 반응은 슈퍼카 중에서도 더욱 희소한 맥라렌 브랜드의 특징에서 비롯된 면도 분명히 있다. 맥라렌은 14년 전 슈퍼카 시장에 뛰어든 신생 명가(名家)다. 포르셰, 람보르기니, 페라리가 장악한 슈퍼카 시장에서 맥라렌은 세계 3대 경주 대회(인디애나폴리스 500, 모나코 그랑프리, 르망 24시)를 석권한 유산을 토대로 ‘가장 잘 달리는 슈퍼카’를 만드는 브랜드로 서서히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다.
750S는 올해 3월 이후부터 국내에 인도되기 시작한 맥라렌 ‘슈퍼 시리즈’의 계보를 잇는 최신 모델이다. 맥라렌은 철 대비 무게가 25%에 불과한 탄소섬유를 사용하고, 주행 성능과 안전과는 거리가 먼 부가 기능·부품을 떼어내는 방식으로 차의 무게를 줄였다. 그 결과 이 모델의 무게는, 조금이라도 속도를 더 높이기 위해 ‘초경량’에 집착하는 맥라렌에서 지금까지 만들어낸 28개(한정판 포함) 모델 중 가장 가벼운 약 1.3t이 됐다.
이 차의 최고 출력은 모델명 그대로 750마력이다. 물론 일반 도로에선 그렇게 달릴 수 없지만 이 차의 최고 시속은 320km로 포뮬러원(F1) 같은 경주 대회에 나가도 손색없는 스펙을 자랑한다. 이렇게 가벼운 차에 저 정도 힘이 붙으니 도로 위를 달릴 땐 마치 저고도로 나는 비행기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공기 역학을 고려해 곡선 형태를 띤 데다가 바닥에 거의 붙어 있다고 느낄 정도로 낮은 차체는 운전대에서 느껴지는 체감 속도를 한껏 높이는 효과를 냈다. 운전대 바로 뒤에서 울려오는 풍성한 배기음이 배경 음악처럼 깔리자 고속도로에서 90km를 달려도 짜릿한 쾌감이 감돌았다. 실내는 운전자가 오로지 주행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었다. 버튼·스위치를 없애면서 여기에 붙어 있는 시프트 패들 조작에 더 많은 신경을 쓰도록 한 스티어링 휠이 대표적이다. 무거운 스티어링 휠 감각과 브레이크 페달 질감 등 주행과 관련한 각종 설정값 또한 서킷 주행에 특화한 경주차에 걸맞게 맞춰져 있었다.
750S 스파이더는 이날 성격유형지표(MBTI)의 ‘I(Introvert·내향적인)형 인간’인 시승자(기자)에게 그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관심을 선사했다. 어쩌면, 이런 하차감이야말로 4억 원이 넘어가는 가격을 감내하면서 이 차를 사려는 사람들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
인천=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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