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세 아줄의 비리 디아나 티노코 마스터 디스틸러.
9년 전 처음 클라세 아줄에 합류했을 때는 관리자 포지션이었다. 일을 하면서 점점 테킬라가 만들어지는 원리와 프로세스에 대해 알 필요를 느꼈고, 기왕이면 빠르게, 체계적으로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에 결국 대학에서 ‘테킬라 프로세스’ 석사과정을 밟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테킬라의 제조 공정을 과학적으로 배우는 과정에서 오히려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된 거다. ‘과학적 접근을 클라세 아줄의 전통적 프로세스에 접목하면 어떨까?’ 회사에서도 흔쾌히 실험을 지원해줬고, 우리만의 유니크한 효모 균주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거다. 해당 프로젝트가 성공하면서 클라세 아줄은 차별화된 시그너처 아로마 테이스트를 갖게 됐고, 나는 마스터 디스틸러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클라세 아줄은 ‘전통적이면서 현대적’이라는 독특한 이미지를 가진 테킬라 브랜드다. 방금 일화에서 엿보이는 집요함과 유연함에서 비롯된 부분일 수 있겠다.
맞다. 클라세 아줄은 기본적으로 멕시코의 뿌리, 특히 테킬라의 제조 과정에서 최대한 전통적인 방식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다만 그렇게 유산을 고수하면서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방금 얘기한 효모 개발도 좋은 예고, 지금도 R&D 부서에서 작은 증류기를 두고 제조 공정의 온갖 변수를 테스트해 더 나은 테킬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단 제품 외관부터가 파격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극히 전통적인 느낌이다.
디캔터 디자인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용기가 그 내용물을 스토리텔링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클라세 아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인정신, 멕시코 전통에 근간을 둔 브랜드라는 정체성, 소량을 만들더라도 품질을 추구하겠다는 태도, 그런 것들이 디캔터에 잘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클라세 아줄의 디캔터는 브랜드에서 직접 설립한 도자기 공방에서 전통 기술을 가진 도예가들이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으며 하나를 만드는 데에 7일에서 12일 정도가 소요된다.)
클라세 아줄에 대한 평을 찾아보면 ‘통상적인 테킬라에 비해 달다’는 반응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테킬라의 맛은 무엇인가?
우리는 멕시코 할리스코주의 가장 높은 고도에서 자란 블루 웨버 아가베, 그중에서도 6~8년은 된 농익은 아가베만을 사용한다. 잎을 제거한 아가베의 핵 ‘피냐’는 전통 석조 오븐에서 72시간 구워 쿠킹하는데, 다른 방식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용량 면에서도 비효율적이지만 당도와 풍미 면에서 탁월하기 때문이다. 온도, 타이밍, 효모가 절묘한 균형을 맞출 때 만들어지는 복잡한 아로마를 추구하고 있으며 증류를 거친 뒤에도 그 특성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이중 증류를 한 후 헤드와 테일은 빼고 핵심 부분 35%만 사용한다. 그래서 테킬라가 강하고 터프한 술, 샷 잔으로 입에 탁 털어 넣는 술이라고 인식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달콤하고 부드럽게 느껴질 수 있을 테다. 다만 우리는 더 나은 맛과 향, 완벽한 밸런스를 지향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 국내 출시된 클라세 아줄의 최상위 라인업 울트라.
이번에 국내 출시된 울트라는 최상위 라인업인 만큼 공정이 한결 더 복잡하고 또 새롭다. 5년이라는 긴 숙성 시간을 거치며 특히 세 가지 종류의 셰리 캐스크로 피니시를 한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엑스트라 아녜호 테킬라인 울트라는 앞서 말한 공정을 거친 테킬라 원액을 아메리칸 위스키 배럴에서 3년, 셰리 배럴에서 2년 숙성해 만든다. 사실 그 에이징 프로세스도 좀 복잡하다. 일단 셰리 배럴만 해도 방금 얘기한 것처럼 포도 품종과 특성이 조금씩 다른 세 종류의 배럴을 사용한다. 아몬티야도 배럴에서는 생화학적으로 발효를 시키고 산화 숙성을 해 견과류 같은 고소함, 구운 타바코 같은 향, 스파이시한 향을 더한다. 올로로소 배럴에서는 산화 숙성만 하는데, 우드 향과 과일 사탕 같은 향을 더해준다. 거기에 페드로 히메네스 배럴이 주는 건과일, 대추, 무화과, 꿀 같은 아로마를 더해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단순히 셰리 피니시를 했다는 부분보다도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캐스크를 섬세하게 사용해 우리만의 독창적인 아로마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인터뷰 전에 시음을 해보며 느낀 건, 클라세 아줄의 모든 라인업이 맛있지만 울트라의 경우 특히 테킬라에 별달리 식견이 없는 일반적인 위스키 애호가들에게도 직관적으로 맛있을 것 같다는 부분이었다.
감사한 얘기다. 하지만 그게 우리의 목표는 아니다. 우리는 테킬라가 단순히 기존 증류주 시장에 편입되기보다는 테킬라라는 독자적 영역을 신장시키고 공고히 해야 한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궁극적으로 그게 지난 10년 동안 클라세 아줄이 해온 일이고 말이다. 테킬라라는 술, 아가베라는 작물은 멕시코에서만 나오는 독특한 것이지 않나. 우리는 그 작물에서 우리가 받을 수 있는 특별한 맛은 무엇인지 연구하고 외부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래도록 테킬라 하면 ‘샷으로 마시는 값싼 술’이라는 인식이 높았으니까. 다행히 요 몇 년간 세계적으로 테킬라 시장, 특히 프리미엄 테킬라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고 우리는 그게 지난 10년간 우리 같은 브랜드들이 세계에 전달하려 노력해온 메시지가 통했기 때문이라 여기고 있다.
그럼 클라세 아줄 울트라는 어떻게 음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까?
클라세 아줄의 모든 테킬라는 와인잔에 마실 것을 권장한다. 잔 속에 향을 머금고 있다가 기울였을 때 전체적인 아로마를 전달하는 부분이 클라세 아줄 테킬라의 섬세한 매력을 전달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특히 숙성 기간이 오래될수록 보디감이 크기 때문에 울트라의 경우는 입구가 넓은 잔을 사용하면 좋을 것 같고, 아무것도 섞지 않은 니트로 천천히 마실 것을 권한다. 오랜 시간 섬세한 공정을 통해 만든 테킬라다 보니 다른 뭔가를 섞으면 맛과 아로마의 많은 부분을 잃을 수 있다. 페어링은 디저트 종류, 주시하고 달콤한 계열보다는 다크 초콜릿처럼 드라이하고 쌉싸름한 계열이 울트라가 입안에 남기는 맛과 좋은 조화를 이룰 것 같다.
울트라를 출시하면서 클라세 아줄의 모든 제품을 한국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북미 지역 같은 곳의 인기에 비하면 한국은 테킬라의 불모지에 가까울 것 같은데, 어떤 가능성을 발견한 걸까?
우선 우리는 한국을 굉장히 중요한 시장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도 멕시코와 한국은 추구하는 가치 측면에서 유사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자국만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고, 전통과 현대의 공존에 대한 열린 시각을 갖고 있다. 장인정신이나 빼어난 퀄리티에 합당한 평가를 해주는 문화를 갖고 있다는 지점에서도 울트라를 론칭하기에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입맛이 비슷한 것 같다. 음식만 봐도 두 나라 다 강한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며 매운맛, 짠맛을 좋아하지 않나. ‘키’만 찾아낸다면 클라세 아줄의 다양한 라인업과 한국의 음식들, 한국인들의 취향에 굉장히 잘 맞는 궁합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
Copyright ⓒ 에스콰이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