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컬러로 이뤄진 거실. 카시나의 녹색 소파와 1980년대 커피 테이블이 나란히 놓여 있다. 진열장에 놓인 오브제들이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오른쪽 벽면의 강철 패널은 주방과 연결돼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 사용된다.
스테인리스스틸과 유리로 이뤄진 주방. 현대적 소재와 디자인을 적용해 독특한 매력이 느껴진다. 벽에 걸린 에드손 차가스(Edson Chagas)의 사진 작품 아래엔 대리석 탁자를 놓았다.
제브리노 대리석으로 마감한 욕실 벽과 바닥. 무광 스테인리스스틸로 완성된 옷방이 대리석과 대조를 이루며 인더스트리얼한 매력과 우아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프리 스탠딩 욕조와 아르테미데의 조명을 더해 고급스러운 공간으로 완성했다.
팔라초 사케티는 로마에서 보기 드문 엄격함을 지녔다. “4개 층으로 구성돼 있고, 르네상스시대에 피렌체의 공동체가 집중됐던 비아 줄리오(Via Julio)에 카스텔 산탄젤로를 바라보며 서 있죠. 건물에는 주로 토스카나 출신의 가족이 거주했는데, 아마도 건물을 지은 추기경 조반니 리치 다 몬테풀치아노나 1649년에 이 건물을 매입한 사케티 가문이 거주했을 것입니다. 같은 가문 출신인 줄리오 추기경과 그의 동생 마르첼로는 우르바노 8세 바르베리니 교황 시절에 매우 중요한 수집가였고, 정교하게 장식된 방은 당시 젊은 화가였던 니콜라 푸생과 화가이자 건축가였던 피에트로 다 코르토나가 자주 찾았습니다.”
조형적인 가구와 예술 작품이 어우러진 주방 풍경. 식당 중심엔 아가페카사의 ‘Club 44’ 빈티지 테이블이 자리했으며, 18세기 베네치아 의자와 1950년대 유리 조명, 파올로 데 폴리(Paolo De Poli)의 그릇이 놓여 있다. 벽에 걸린 작품은 데이비드 말리코비치(David Maljković)의 것.
백색 침실 공간에 산야 칸타로프스키(Sanya Kantarovsky)의 수채화 두 점이 포인트가 되어준다. 모직 카펫 위엔 카르텔의 컴포니빌리 수납장, 플로스의 파렌테시 조명, 가에 아울렌티의 루스파 조명이 놓여 있다.
마시모 아다리오가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로 팔라초를 소개하는 동안 우리는 팔라초 내부에 보존된 놀라운 예술 작품을 상상하며 거대한 계단을 올랐다. 마시모는 현관문을 열며 말을 이었다. “1748년 대중에게 개방된 최초의 박물관인 카피톨리노 미술관의 설립 기반이 된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죠. 건물 4층에 있는 거실은 정교하게 칠한 나무 천장이 특징이며, 18세기 주택의 아치형 천장에 재현된 밝은 파란색 음영은 하늘을 연상시키고 남쪽을 향해 큰 창문이 나 있습니다.” 마시모 아다리오의 아파트 주방과 서재, 도서관, 식당은 풍부한 색과 미감으로, 명확하고 절충적인 방식으로 장식됐다. 2층 침실과 욕실은 오래된 다락방을 개조해 만들었다. 장식은 없고, 거대한 나무로 완성한 트러스 골조 구조가 특징이다. “창문에서 확산되는 자연광이 침실에 오로지 흰색만 써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제공했어요. 덕분에 이토록 황홀한 공간을 상상할 수 있었죠.”
열린 창 사이로 비친 햇빛이 공간과 어우러져 따스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BBPR’ 테이블과 샤페이 샤(Shafei Xia)의 도자기, 피에르 샤르팽(Pierre Charpin)이 디자인한 의자가 조화롭게 어울린다.
마시모는 제브리노 대리석과 대형 슬라브, 스틸 등 튼튼하고 장식적인 재료를 사용해 건물이 지어진 시기에 로마에서 사용된 돌을 구현하고, 보다 현대적인 소재와 디자인을 의도적으로 선택해 각 공간에 부여했다. 공간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요소를 섬세하게 살피고 그와 겹치지 않으면서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접근방식을 취하기 위해서였다. 거실 벽면은 파우더 블루 패브릭으로 덮고, 바닥은 특별한 뉘앙스를 지닌 카펫으로 장식했다. 흰색 커튼으로 완전히 감싼 베드룸에선 1903년 오스트리아의 건축가 아돌프 로스(Adolf Loos)가 비엔나에 있는 자신의 집을 위해 만든 침실이 떠오른다. 벽면의 새틴 마감은 강철 패널과 함께 일종의 디자인 요소가 되는 이음매를 이룬다.
집 안 모습을 한눈에 바라본 전경. 18세기 콘솔이 놓여 있으며, 벽엔 에토레 스팔레티(Ettore Spalletti)와 바버라 카스텐(Barbara Kasten)의 작품이 걸려 있다.
비아 줄리아에 있는 건축가 마시모 아다리오의 집. 역사와 장소를 보존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각 방은 집주인이 직감과 열정으로 찾아낸 다양한 시대의 예술 작품과 물건, 가구가 놓여 있다. “좋은 디자인은 시대를 초월하며, 그 가치는 물건이 만들어진 연도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것 아닐까요? 마찬가지로 예술 작품을 구매할 때 나는 이상적인 위치를 떠올립니다. 작품의 퀄리티 외에도 작품을 둘 공간과 환경, 어떻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 다른 사물과 어떤 관계를 촉발할지에 관심을 두죠. 건축가로서 나는 항상 공간이 우선순위라고 생각해요. 이를 통해 편견 없이 고대와 현대 예술, 문화를 혼합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은 밀란 같은 대도시와 매우 다르고 속도도 느려요. 항상 많은 자극에 노출돼 지속하기 힘들었던 연구에 다시 몰두할 수 있게 해주죠. 내 목표는 시대를 초월한 건축과 공간 언어를 개발하는 거예요. 로마는 확실히 이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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