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대한민국헌정회가 토론회를 통해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회 상원제(지역대표형 상원제)를 골자로 한 원포인트 헌법개정안을 마련한 뒤, 정부와 국회에 다음달 중으로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27년 5월 윤석열 대통령 임기 전까지 개헌에 필요한 정치 일정도 함께 제출할 계획이다.
헌정회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 대강당에서 정치선진화를 위한 헌법개정 대토론회를 열었다. 헌정회는 국회에 등록된 사단법인으로 전직 국회의원으로 초정파적 국가원로단체다.
헌정회 헌법개정소위원회 이시종 간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구체적인 헌법개정안을 설명했다. 그동안 헌정회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개헌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지난달 개헌방향 및 조문안을 잠정 확정했다.
이 간사는 “이번 개헌안은 기본적으로 분권형 국가를 지향한다”라며 “4년 중임 대통령중심제로 하되 대통령의 권한을 국회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이양하는 분권형 대통령중심제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통일을 사전에 대비하려면 분권형 국회 양원제가 이제라도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정회는 국회를 상원(참의원)과 하원(민의원)으로 나눠 상원은 시도별 균등배분 원칙(지역대표형 상원제)으로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상원은 외교, 국방안보, 지방균형발전 관련 정책의 최종 결정권과 정부 고위공무원 임용 동의권을 부여하고 하원은 예산, 경제, 국내 관련 정책의 최종 결정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또, 대통령·상원·하원선거를 점진적으로 같은날에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급적 여소야대 현상을 줄여 국정안정을 꾀하자는 의미다.
헌정회는 이같은 개헌안을 다음달까지 정부와 국회에 제안하면 내년 12월까지 개헌안을 확정짓고 2026년 6월까지 국회의결 및 국민투표 등 관련절차를 마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윤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7년 5월 9일 전에 대통령 및 상원의원 선거를 실시하자는 구상이다.
이 간사는 “다만 새 대통령 임기에 맞춰 국회 양원제가 출범하도록 현 국회의원은 하원의원으로 자동승계해 기선출된 임기 4년을 보장하고 2028년에 실시하는 하원의원선거에 한해 임기를 3년으로 제한하자”고 건의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2031년 대통령선거와 함께 상원(1/2)·하원선거를 동시 실시할 수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 자리에 참석해 “국회는 과거 수차례에 걸쳐 개헌을 도모했으나 아직까지 헌법은 37년전 시대상에 머무르고 있다”라며 “해묵은 개헌 논의에 대한 종지부를 찍을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전국단위 선거와 같은 큰 정치적 일정이 없어 차분하게 개헌 논의를 하기에 적기인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우 의장은 “지금 교섭단체는 ‘안 교섭단체’”라며 “거의 모든 사안을 의장이 결단하게 만들고 결단하면 의장에게 어느 편이냐고 묻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또, “수도권 면적이 전 국토의 11.7%를 차지하는데 인구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모여 있다. 이런 문제들을 극복해내야 되기에 개헌을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정회의 개헌안 건의가 실제 개헌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토론회에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대신해 축사를 대독한 박병호 의원(국민의힘 대표 비서실장)은 “정치발전의 역사는 민심의 뜻을 따르고 민심의 지지를 받는 방향으로 이뤄져 왔다”라며 “대한민국 정치의 요체인 헌법이야말로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대신해 축사를 대독한 전현희 의원(민주당 최고위원)은 “더 이상 (개헌을)미룰 수 없다”면서도 “정치적 합의가 필수적이지만 국민의 공감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국민적 공감이 전제돼야 한다는 뜻이다.
헌정회 정대철 회장은 “독일은 1990년 통일 이후 국민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31번이나 개헌했는데 우리나라는 1987년 이후 한 번도 개헌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개헌을 시도하다 다양한 이해관계로 아무 것도 개정하지 못한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원포인트 개헌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번 개헌으로 정치권의 소모적 정쟁을 해소해 국민이 거꾸로 정치를 걱정하는 불행한 나라가 되지 않도록 하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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