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멕시코를 겨냥한 ‘관세폭탄’을 예고하면서 국내 해운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중무역 갈등 속 주요 우회 수출 통로로 여겨진 멕시코까지 관세 장벽에 가로막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기업 역시 상승하는 물류비 및 유류비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27일 해운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관세 인상 정책으로 전 세계 해운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관세 우려로 인한 밀어내기 수출이 반짝 급증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높은 관세로 물동량이 크게 줄고 운임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포트트래커와 NRF(전미소매업협회)의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의 관세 계획으로 인해 미국 수입화물 물량과 연간 소비자 비용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 비용의 경우 약 780억 달러 이상 증가하고, 10월부터 12월까지 미국의 컨테이너 예상 수입량은 지속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월별 예상 수입량을 살펴보면 10월은 213만 TEU(20피트 컨테이너 단위), 11월은 215만 TEU, 12월은 199만 TEU이다. 4분기가 해운업계 비수기로 여겨지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물동량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전 미리 재고를 확보하려는 미국 내 기업들이 많아지며 컨테이너 물동량도 덩달아 급증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결국 국내 해운 업계는 물론 한국 수출기업들에 악재로 평가된다. 트럼프발 중국 관세를 피하기 위해 그동안 멕시코 우회 수출을 지속해온 한국 해운 기업들은 강제적으로 물류 공급망 재편을 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해운 운임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2017~2021년) 때도 미·중 무역 분쟁으로 글로벌 컨테이너선 물동량이 빠르게 둔화한 바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1년 차였던 2017년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은 5.7%였지만 이후 미·중 무역 분쟁이 본격화하자 2018년 4.4%, 2019년 2.2%로 떨어졌다.
멕시코를 거쳐 미국 시장에 완제품과 가전·자동차·배터리 생산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던 한국 수출기업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 기아자동차, 포스코, 삼성SDS, 현대모비스, HL만도, LG이노텍 등이 멕시코에 진출해 있다. 이들 기업 모두 멕시코 무관세 혜택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 왔지만, 관세가 부과되고 해운 운임이 상승하면 제품·부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배터리 부품을 수출하는 중소·중견 기업들도 해운 운임 상승 여파를 고스란히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김경태 한국해양진흥공사 과장은 “멕시코까지 관세 폭탄 우려 국가에 놓이며 국내 기업들이 항만 인프라를 갖춘 새로운 항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 및 동남아 지역을 제외하곤 아직 제대로 된 항로 인프라를 갖춘 곳을 찾기 어려워 당장은 국내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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