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는 27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 타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24년 수출입 평가 및 2025년 전망'을 발표했다.
무협은 올해 연말까지 반도체와 자동차가 최대 실적을 올리는 '쌍끌이 선전'에 힘입어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8.4% 증가한 6850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초 정부가 내세운 '수출 7000억 달러 달성' 목표에는 못 미치지만 사상 최대 실적이다.
내년 수출은 올해보다 1.8% 증가한 6970억 달러 달성을 내다봤다. 수입은 2.5% 증가한 6540억 달러, 무역수지(수출-수입)는 43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무협에 따르면 내년 수출은 전통적 효자 품목인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 등 IT 수출이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으로 인해 AI PC(컴퓨터)·모바일, 온디바이스 AI 신제품 출시, 자율주행, 국방용 AI 개발 등으로 인한 반도체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 규제 강화는 중국으로 중간재를 공급하는 수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수출은 올해 40.9%의 높은 성장률을 보인 데 따라 내년에는 2.2%로 증가세가 다소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3년간 반도체와 함께 한국 수출의 양대 축이었던 자동차의 수출 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기조 속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이 자동차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에서 환경 규제가 강화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될 경우 국내 기업들이 현지 생산을 점차 늘려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역기저 효과까지 감안하면 내년 자동차 수출은 1.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밖에 유가 하락세에 따라 석유제품(-7.9%), 석유화학(-0.5%) 수출도 뒷걸음칠 것으로 관측됐다.
무협은 관세(Tariff), 중국 과잉 공급(Oversupply), 주요국 산업·기후변화 정책(Policy), 반도체 등 IT(IT), 중국(China) 등이 내년 한국 무역·통상 환경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관세 정책, 중국발 공급 과잉, 미국 신행정부의 화석연료 회귀, AI 산업 성장과 반도체 수요, 미국의 강력한 대중 견제 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만약 트럼프 당선이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중국의 공급 과잉 문제가 1순위 변수였을 것"이라며 "주요국뿐 아니라 글로벌사우스 등 신흥 시장에도 중국산 제품이 물밀듯 밀려와 한국산 제품과의 경쟁 경합도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2기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은 한국 수출에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며 "미국의 관세 정책이 한국 수출 성장세를 더욱 둔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무협은 트럼프 2기 통상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에 협회 차원의 조직과 인력을 보강할 계획이다. 내달 9일에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와 함께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정책 변화를 두고 전문가 포럼을 연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내년 무역협회의 업무 역량을 집중할 곳은 미국"이라며 "미주 지역본부의 조직과 인력을 더욱 보강하고 트럼프 정부를 정치적으로 뒷받침하는 중남부 지역의 주 정부 인사나 상·하원 의원들과의 인적 네트워크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