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근희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은 27일 서울 용산 로카우스호텔에서 열린 '2024 제약바이오산업 혁신 포럼'에 연사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최한 이날 포럼에는 국내 바이오 기업, 증권사, 의사 등 업계 관계자가 모여 ADC 개발 동향과 전략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오전에 진행된 세션에서는 서근희 연구위원의 국내외 ADC 개발 동향과 미래 전망에 대한 발표가 진행된 후 리가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피노바이오, 인투셀 등 국내 바이오텍 관계자 발표가 이어졌다.
ADC 우수성 입증돼, 글로벌 경쟁 속도전
ADC란 항체 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의 약어로 항체(Antibody)와 약물(Payload)을 링커(Linker)로 연결한 형태의 약물이다. 항암 치료제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며, 원리상 특정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해 독성을 줄이고 효력을 늘린다. 항체란 암세포 표면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부분으로, 암세포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 항체가 약물을 암세포 내부로 운반하면 항체와 약물을 연결한 링커가 약물을 방출하는 방식이다.
서 연구위원에 따르면 ADC는 단일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의 발전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단일클론항체는 특정 항원(Antigen)에만 결합하는 항체로, 생체 내 특정 세포나 분자만을 인식해 결합한다.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암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항원)에 강력히 결합하는 항체를 이용한 항암제가 주로 개발됐다.
관련 의약품은 1980년대 최초로 승인받은 이후 생산성 개선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됐고, 지난 2014년 여러 면역항암제가 론칭하며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다. 면역항암제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지며 여전히 50% 이상의 임상이 항암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이외에 저염증 만성질환, 비만 등에 대해서도 항체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ADC는 이러한 항체의약품 성분에 약물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이뤄졌다. 가장 대표적인 ADC 의약품인 '엔허투'(트라스트주맙 데룩스테칸)의 경우, HER2 양성 유방암과 위암 치료제인 '허셉틴'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허셉틴 항체에 세포독성 약물(데룩스테칸)을 결합해 암세포에 직접 독성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엔허투를 비롯한 ADC 의약품은 기존 항체의약품의 단점으로 꼽히는 부분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항체만으로는 세포를 파괴하는 직접적인 독성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약물을 결합해 효과를 개선할 수 있고, 항체의약품이 일부 환자에게 내성이 발생하거나 치료 효과가 감소하는 반면 ADC는 링커와 페이로드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가능해서다.
서 연구위원에 따르면 아직까지 임상연구를 통해 ADC가 단일클론 항체의약품에 비해 효과가 좋다는 결과가 증명되지는 않았으나, 최근 허셉틴과 엔허투를 1차 치료제로서 비교하는 임상 중간결과가 발표되며 ADC가 더 우수하다는 증거를 찾은 상황이다. 특히 생존율이나 종양 감소 효과는 ADC가 항체의약품보다 훨씬 낫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현재 ADC 분야에서 가장 많이 발전된 부분은 항체와 약물을 연결하는 링커 분야다. 2010년대 들어서 링커 부분의 개선이 나타나며 약물 관련 안정성이 높아지고, 약효 효율성도 개선됐다. 링커 기술 안정화에 따라 많은 제약사가 ADC 치료제 시장에 들어왔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빅파마)는 시간과 비용 효율성을 고려해 자체 개발보다는 ADC 플랫폼 기술을 지닌 바이오텍과 협력하는 전략을 선호하는 추세다.
서 연구위원은 글로벌 제약사가 최소 한 개 이상의 ADC 파이프라인을 진행하는 등 경쟁에 불이 붙으며 ADC 시장은 이제 속도전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서 연구위원은 "항원 타겟 개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속도 싸움이라고 생각한다"며 "초기 치료제가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상황이기에 누가 빨리 개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과거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나온 이후 효과가 더 좋은 면역항암제가 나왔지만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서 연구위원은 최소한 20~30% 이상 더 좋은 효과를 내는 좋은 데이터가 아니면 후발주자가 상황을 뒤집긴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ADC 기술이전 가능성 커져, 임상 데이터 중요
정철웅 연구소장은 먼저 ADC 시장에서 기술이전이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점쳤다. 정 연구소장은 "빅파마가 내부적으로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2000년대 초반과 2010년대 초중반 많은 실패를 맞았고, 중국이나 한국 등 아시아 쪽 기술을 사가는 일이 많을 것"이라며 "특히 최근 들어 다른 경쟁사가 사가지 못하게 회사를 인수하는 트렌드가 생겼다. 아직 파이프라인 확보하지 못한 빅파마는 얼마 남지 않은 아시아 바이오벤처 기술을 대상으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월드 ADC 어워드에서 수상할 때 어워드 측이 강조한 선정 기준이 이제는 임상에서 증명된 데이터를 갖고 있는 회사를 선정한다고 들었다"며 "결국 임상에서 증명하는 데이터가 나올수록 기술수출 액수는 점점 더 커졌다"고 했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달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총 7억달러(약 9435억원) 규모의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 2건을 체결했다. 2019년 다케다, 2020년 익수다, 2021년 소티오, 2022년 암젠, 2023년 얀센에 이어 6년 연속 글로벌제약사 대상 기술수출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 2015년 중국 포순제약에 'HER2-ADC' 기술이전을 한 것을 시작으로 계약 건수 총 14건에 누적 계약 규모 9조6000억원에 달하는 성공적인 행보를 보였다.
정 연구소장은 "포순제약 기술이전 당시 자체 임상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기에 우리 대신 임상에서 빨리 기술을 증명하기 바라는 기술수출이었다"면서 "이후에는 각각 기술이전마다 '전임상 CMC 같이 해보자, 대신 CMC 하는 걸 우리에게 전수해달라'는 식으로 물밑 딜이 다 있었다"고 했다. 경제적 가치에 더해 부가적인 것들을 계약에 포함시켜 점차 쌓인 역량을 바탕으로 더 큰 규모의 기술수출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정 연구소장은 "리가켐은 한국에 있는 벤처 바이오 회사지만 2030년 글로벌 ADC 회사를 목표로 삼고 있고, 목표를 하나씩 달성하고 있다"면서 "임상 단계마다 만날 수 있는 파트너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고, 리가켐은 계속해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노하우 등을 채득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 연구위원은 국내 ADC 업체로서 가장 모범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는 곳으로 리가켐바이오를 꼽았다. 서 연구위원은 "국내 ADC 분야에서 대표적인 업체가 리가켐바이오일 것"이라며 "여러 가지 타겟을 갖고 속도감 있게 진행한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는 ADC 분야에서 가장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 오전 세션에서는 리가켐바이오 외에 에이비엘바이오 등의 발표도 이어졌다.
유원규 에이비엘바이오 부사장은 이중항체 ADC 개발 전략 및 현황을 발표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ADC를 중심으로 한 비임상 단계 파이프라인 등을 소개했는데, 내년 중 최대 3건의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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