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후와 소비 침체 장기화 등으로 인한 패션·의류 업계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2024년 9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0.7(2020년=100)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이는 2022년 2분기(-0.2%) 이후 10개 분기 연속 감소한 수치로,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기록이다.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액지수도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하며 지난해 2분기부터 6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내구재, 준내구재, 비내구재 전반에 걸친 소비 위축으로 패션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전반적 침체 상황은 주요 패션기업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3분기 매출액은 43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210억원으로 36.4% 감소했다.
한섬의 3분기 매출액은 3142억원, 영업이익은 6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3%, 31.4% 하락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은 더욱 큰 타격을 받았다. 3분기 매출액은 2305억원으로 전년 대비 7% 감소했고, 1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3분기 매출액 2960억원, 영업이익 21억원으로 각각 6.3%, 65.4% 감소했다.
실적 부진의 주된 원인은 고금리와 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이다. 여기에 10월까지 이어진 이례적인 늦더위로 인해 봄, 가을 등 환절기 의류 수요가 감소했고, 단가가 높은 겨울 의류의 판매 부진이 겹치며 실적 하락세가 심화됐다.
업계는 4분기 전망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패션업체 한 관계자는 "12월 중순 이후에는 정상가 겨울의류 구매가 급감하는 경향이 있다"며 "재고를 아울렛으로 이관해 할인 판매할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힌편 LF는 빅5 중 유일하게 실적 개선을 달성했다.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48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38억원으로 272% 증가했다.
패션업계는 실적 반등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패션과 뷰티&라이프부문을 각자 대표 체제로 개편했다. 윌리엄 김 대표가 패션 부문을, 김홍극 대표가 뷰티와 라이프 부문을 담당하는 투톱 체제를 도입해 각 부문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려는 포석이다.
코스메틱도 신세계인터내셜날이 주력하고 있는 사업이다. 자체 브랜드인 비디비치의 리브랜딩을 진행하고, 스위스퍼펙션과 뽀아레 브랜드의 아시아 및 북미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이에 함께 최근 영국 비건 브랜드 '어뮤즈'를 인수 완료해 4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한섬은 대표 브랜드인 '타임'과 '시스템'을 중심으로 유럽, 북미, 아시아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파리패션위크 참가를 통해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고, 파리 마레지구에 '시스템·시스템옴므'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했다. 이 외에도 갤러리라파예트 백화점 내 단독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해외 유통망 구축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패션업계가 내수 침체와 이상 기후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각 기업들이 해외 시장 개척과 브랜드 혁신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며 "특히 K-패션에 대한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를 기회로 삼아 우리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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