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 연구팀이 '중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으로 악성 종양이 축소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발견이 암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임상연구저널(The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 게재됐다.
암 치료법에는 ▲종양을 직접 절제하는 외과 수술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고 사멸시키는 항암 치료 ▲암세포 유전자를 손상시키는 방사선 요법 ▲면역계 활성화를 통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암 면역요법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암 면역요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고 있다.
그러나 암 면역요법으로 효과를 거둔 증례는 20~40% 수준으로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암 면역요법은 주로 면역세포인 T세포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체내에서 충분한 기능의 T세포를 생산하지 못할 때 암 면역요법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T세포에 대한 의존은 암 면역요법의 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여겨진다.
한편, 코로나19 등 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린 사람이나 특정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면역체계가 활성화되고 기타 감염병 및 질환에 대해서도 저항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훈련된 면역'(trained immunity)이 작용한다는 증거로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노스웨스턴대 의대 연구팀은 중증 코로나19로 인해 생기는 훈련된 면역이 암 치료에 효과적인지 확인하기 위해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서는 4단계 악성 흑색종(멜라노마)·폐암·유방암·결장암 등을 가진 쥐에게 중증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반응을 모방한 약물을 투여해 특수 단핵구(Monocyte)를 생성하도록 유도했다.
단핵구는 면역세포의 일종으로 감염 방어와 관련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종양에 들어가면 '종양 관련 대식세포(TAM)'가 되어 암세포 증식과 전이를 촉진하고 T세포 기능을 억제하게 된다.
그러나 중증 코로나19로 인해 생성된 변형된 단핵구는 TAM으로 변환되지 않고 암세포에 대항하는 특성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단핵구는 종양으로 이동해 오히려 체내 면역세포인 자연살해(NK) 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 공격을 촉진했다. 그 결과, 실험 쥐들은 4종류 암 모두에서 종양이 축소되기 시작했다.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대학 저스틴 스테빙 교수는 "이 메커니즘은 현재 많은 면역요법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T세포에 의존하지 않고 암과 싸우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공한다. 기존의 암 면역요법으로는 효과를 보지 못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연구 저자인 안킷 바라트 박사는 "아직 동물실험 단계로 인간 체내에서도 동일 효과를 보일지 판단하려면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면서도 "단핵구 특성의 변화 메커니즘은 보편적이기 때문에 인간의 몸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올 가능성이 충분해, 신약이나 백신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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