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 본격화] 빨라진 재건축 시계 "엇박자 이주대책 우려, 촘촘히 대비해야...재초환 등 개선도"

[1기 신도시 재건축 본격화] 빨라진 재건축 시계 "엇박자 이주대책 우려, 촘촘히 대비해야...재초환 등 개선도"

아주경제 2024-11-27 13:53:21 신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지만, 사업성 확보와 이주대책 마련 등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과제도 산적해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엇박자 정책으로는 선도지구는 물론 1기 신도시 전체 사업 성패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공급 물량확대만으로는 이주 수요 전체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만큼, 규제 완화를 통해 잠재적인 임대 공급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등 아직 건재한 정비사업 규제를 손질해 후속 사업 추진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7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1기 신도시 재건축 과정 시 발생하는 이주수요를 별도 이주단지·주택이 아닌 일반 분양 확대를 통해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앞서 제시했던 이주 단지와 이주 전용주택 공급 계획을 백지화한 것이다. 대신 일대 주택 공급을 늘려 시장의 전월세 물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안이다.

시장에서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주 대책을 준비하는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장 2027년 이주 수요가 발생하는 데  지난 1월 발표한 이주민 전용 단지 공급 계획이 폐지되는 등 수차례 정책 방향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12월 중 지역별 이주 수요와 공급 물량을 토대로 한 이주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주대책 발표 시점이 실기에 가깝다며 전월세 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선진국의 경우 대규모 주택사업에 앞서 이주대책을 선행해 수립하고, 이주단지도 우선 조성한다”며 “향후 임대차 시장에서 물량 확대를 통해 이주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정부 안이 오락가락했고 대책도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하도록 하다 보니 이주가 본격화될 시 인근 전세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불가피하다”며 “현재 시점에서는 임대차 시장 영향을 고려해 단지별로 순차적인 계획안을 수립하고, 속도 조절에 나서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에 묶여있는 민간임대 공급 촉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주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주택을 분양 등으로 매년 꾸준히 공급해야 하는데 이것만으로는 수요를 매칭시키기 어렵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로 민간임대 물량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민간임대 공급을 촉진할 수 있는 규제 완화도 서둘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책으로는 선도지구의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건축비 인상 등으로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분담금이 상승할 가능성은 높은데, 재건축을 통한 가격 상승분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로 인한 부담금마저 더해지면 추진 동력이 그만큼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건축비 등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토지 가격과 용적률을 감안하면 1기 신도시 중에서는 분당을 제외하면 수익성을 크게 기대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며 “특히 사업성이 나오는 곳이라 할지라도 향후 재초환이 결국 사업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연구위원도 “공사비가 기존보다 크게 뛰어오른 상황에서는 향후 분담금에 재초환을 통한 환수액이 더해지면 설사 환수액 자체가 크지 않더라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재초환의 완화가 아닌 전면적인 폐지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사업성 확대를 위해 주택 공급 확대에 치중하기보다는 복합 개발의 관점에서 도시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1기 신도시의 경우 서울과 인접해 입지적으로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며 “주택 외에도 업무 및 상업시설 등을 융복합적으로 유치해 사업성을 제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제시해 분담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종완 원장은 “사업자가 예상 분담금과 수익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도록 안배할 필요가 있다”며 “최소한 발표 시점에서는 지자체 등이 선정 단지별 예상 층고와 용적률, 토지 용도 및 추가분담금의 상·하한을 대략적이라도 설정하고 이를 고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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