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26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가 60일간 휴전에 전격합의했다. 이로써 작년 10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하마스에 기습당하고 헤즈볼라와 교전을 시작한 지 13개월 만에 포성이 멎게 됐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9월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 남부에서 18년 만의 지상전에 돌입한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국제사회는 양측의 휴전 합의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휴전도 촉구했다.
이스라엘 안보내각, 휴전안 통과.. 네타냐후 "헤즈볼라 합의깨면 공격"
앞서 주요 외신들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휴전안에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전해 휴전 기대감이 커졌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25일 양측이 휴전안에 합의하기 직전이라고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으며, 마이클 헤르초그 주미 이스라엘대사도 이스라엘의 육군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합의가) 며칠 내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26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안보내각은 헤즈볼라와 휴전하는 방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0명, 반대 1명으로 통과시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표결 후 영상 연설을 통해 "레바논에서의 휴전은 이란의 위협에 집중하고, 우리 군을 쉬게 하고, 하마스를 고립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헤즈볼라가 합의를 깬다면 우리는 이들을 공격할 것"이라며 "헤즈볼라가 국경 부근 테러 시설을 재건하거나 로켓을 쏘거나, 땅굴을 파거나, 미사일을 실은 트럭을 몰고 오면 우리는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헤즈볼라를 수십 년 전으로 퇴보시켰다"라며 "북부 주민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을 귀환시키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에는 60일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고, 헤즈볼라의 중화기를 이스라엘 국경에서 약 30㎞ 떨어진 레바논 리타니강 북쪽으로 물러나는 내용이 담겼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 지대에는 레바논군 수천 명을 추가로 투입해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과 함께 무력충돌을 막고 미국이 주도하는 관리위원회가 합의 이행과 위반 여부를 모니터링하도록 했다.
휴전발효 직전까지 격렬공방… 60일간 휴전합의 지켜질까
양측이 휴전에 합의했으나 약속한 내용이 성공적으로 이행될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지난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휴전 합의를 타결했지만 1주일도 안 돼 양측의 유혈 충돌이 일어난 바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휴전안에 합의한 26일에도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휴전 합의는 현지시간으로 27일 오전 4시(한국시간 오전 11시)에 발효되는데 발효 직전까지 공습이 이어진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수도 중심부까지 처음으로 공습 대상에 포함되는 등 교전 이래 가장 강력한 폭격을 가했으며,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향해 드론을 날려보냈다.
연합뉴스와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중심부에 대피 경고를 발령한 뒤 공습을 가했다. 이스라엘군이 이 지역에 경보를 내린 것은 지난 지상전을 개시한 후 처음이다.
이번 공습으로 베이루트 중심부의 주거용 건물에서 최소 7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다쳤다.
헤즈볼라의 주요 거점인 다히예 지역을 포함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 일대에도 약 20차례 공습이 이뤄졌다.
또 이스라엘군은 오전부터 레바논 남부 빈트즈베일 등지의 헤즈볼라 로켓 발사대, 무기 저장고, 지휘센터 등 약 30곳을 공습했다며 이스라엘 북부를 수차례 공격한 나세르 부대의 대전차미사일, 방공무기 등 보관 시설도 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는 지상전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이스라엘군은 은폐돼있던 헤즈볼라의 테러 시설을 급습해 발사대 수십 개, 로켓과 미사일 수천 개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또, 시리아와 접한 레바논 북부 국경지역도 처음으로 공습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도 하루 전 시리아 내 미군이 공격당한 데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날 시리아 내 이란 연계 무장세력의 무기 보관 시설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좋은 소식" 국제사회 "환영.. 가자 휴전도 촉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 합의를 공식 확인하며 "좋은 소식"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행한 연설에서 "중동에 관한 좋은 소식이 있다"며 "방금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총리와 통화했다. 두 나라 정부가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파괴적 분쟁을 끝냈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는 적대행위가 영구적 중단되도록 설계됐다. 강조하건대 헤즈볼라와 다른 테러 조직은 다시는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남은 병력을 점진적으로 철수시킬 것이며 양측 민간인은 곧 안전하게 지역사회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프랑스와 다른 동맹국의 전폭적 지원 아래 이스라엘·레바논과 협력해 이 합의가 완전히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하마스를 향해서도 "이제 선택해야 한다. 유일한 탈출구는 미국 시민을 포함한 인질을 석방하는 것뿐"이라며 "앞으로 미국은 튀르키예, 이집트, 카타르, 이스라엘 등과 함께 가자지구에서 인질이 석방되고,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통치하지 않는 상태로의 휴전을 달성하기 위해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환영하면서 이번 휴전안 타결이 가자지구 휴전 합의로 이어져야 한다는 촉구도 잇따랐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휴전 발표를 환영하며 양국 국민이 겪어온 고통과 파괴, 폭력을 이번 합의가 종식시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각자가 모든 합의 사항을 완전히 존중하고 신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아주 고무적인 소식"이라며 "헤즈볼라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레바논은 내부적 안정과 안보를 키울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휴전을 중재한 마크롱 대통령은 X에 "가자지구 주민들이 비할 데 없이 고통받아온 가운데 이번 합의가 너무 오래 기다려온 (가자) 휴전에 길을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성명을 통해 "상상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르며 고통받아온 레바논과 이스라엘 북부 민간인들에게 일정한 안도의 조치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가자지구에서의 휴전 합의, 모든 인질의 석방 등에 있어 즉각적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휴전 합의에 대해 "외교의 승리"라고 환영하면서 "국경 양측 주민들은 참되고 지속적인 안정 속에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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