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기상관측소 기준 16.5㎝…종전기록 1972년 12.4㎝ 52년 만에 갈아치워
서해상 비구름대, 기압골이 강화하고 수도권으로 끌고 들어와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27일 서울에 16㎝가 넘는 눈이 쌓여 1907년 10월 서울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월 적설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8시까지 서울(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기준) 일최심 적설은 오전 7시에 기록된 16.5㎝이다.
일최심 적설은 하루 중 눈이 가장 많이 쌓였을 때 적설을 말한다. 이런 개념을 사용하는 이유는 눈은 쌓인 뒤 녹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오전 9시 기준 서울 적설은 15.0㎝로 낮아졌다.
기존 서울 11월 일최심 적설 기록은 1972년 11월 28일의 12.4㎝이다.
월과 상관 없이 서울에 가장 많은 눈이 쌓였을 때는 1922년 3월 24일로 당시 일최심 적설은 31.0㎝이다.
서울의 적설 등 기상기록 대푯값은 서울기상관측소에서 측정된 값으로 한다.
이날 서울기상관측소 외 구(區)별 일최심 적설을 보면 성북구와 강북구에 오전 7시 기준으로 20.6㎝와 20.4㎝ 눈이 쌓였다.
서대문구(17.2㎝)와 도봉구(16.4㎝), 은평구(16.0㎝), 마포구(14.1㎝), 관악구(12.2㎝), 동대문구(12.0㎝), 노원구(11.4㎝) 등에도 10㎝가 넘는 적설이 기록됐다.
전날 내린 눈을 제외하고 27일 0시부터 내린 눈만 따져 최심 적설을 계산해도 역대 최고치다. 이날 서울 일최심 신적설은 15.8㎝로 종전 최고치(1966년 11월 20일 9.5㎝)보다 6㎝ 이상 많다. 신적설은 일정 기간 새로 내려 쌓인 눈의 양을 말한다.
서울에 이례적으로 많은 눈이 쏟아진 근본 원인을 꼽으면 현재 한반도 북쪽에 자리한 절리저기압이다.
절리저기압은 대기 상층의 매우 빠른 바람인 제트기류가 매우 구불구불하게 흐를 때 그 일부가 분리되면서 형성된다. 북극의 찬 공기를 머금었기에 매우 차고, 대기를 매우 불안정하게 만든다.
우선 북서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여름과 가을에 받은 열이 아직 식지 않아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상을 지나면서 '해기차'(대기와 바닷물 간 온도 차)에 의해 눈구름대가 만들어졌다.
현재 서해 해수면 온도는 14∼16도로 높은 편으로 찬 북풍 계열 바람이 지날 때 구름대가 발달하기 좋다.
11월부터 1월까지 우리나라에 '눈폭탄'이 떨어진다면 대부분은 해기차 때문에 서해상에 구름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런 일은 빈번하다.
다만 해기차 때문에 서해상에 눈구름대가 만들어질 때는 주로 충남과 호남에 많은 눈이 내린다. 겨울철 우리나라로 부는 찬 바람은 북풍이나 북서풍이어서다.
그러나 이번에는 절리저기압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가라앉으면서 백령도 부근에 기압골을 형성시켰고, 이 기압골이 수도권을 지났다.
기압골은 눈구름대를 더 발달시키면서 서해상 눈구름대를 수도권으로 끌고 들어왔다.
28일 오전까지 전국적으로 눈과 비가 내리겠다.
강원중남부내륙·산지와 경북내륙에 28일 오후까지, 경기남부에 28일 늦은 밤까지, 충청·호남·제주에 29일 늦은 밤까지 길게 강수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눈은 내렸다가 그치기를 반복하겠다. 서해상에서 눈구름대가 유입될 때 쏟아지고 구름대 유입이 멈추면 잦아드는 것이다.
기상청은 27일 밤부터 28일 오전까지 서해상에서 다시 눈구름대가 들어오면서 수도권과 강원내륙·산지, 충청내륙, 전북동부, 경북북부내륙, 경남북서내륙에 습기를 머금은 무거운 눈이 다시 쏟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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