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산 철기동' 김민재가 또 해냈다.
'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골을 터트리며 포효했다.
그의 소속팀인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은 김민재의 골을 잘 지켜 1-0 승리를 거두고 챔피언스리그 16강 직행 티켓을 다시 가시권에 뒀다.
다만 독일 언론이 냉정했다. 평소 김민재를 비논리적으로 비판해 '억까 언론' 혹평을 듣던 '빌트'는 북 치고 장구 친 김민재에게 최고점 1점이 아닌 2점을 줬다.
1-0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수비수에게 다소 아쉬운 평점이었다.
김민재는 27일(한국시간)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5차전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과 홈 경기에 선발 출전한 뒤 전반 38분 세트피스 헤더 선제골을 뽑아내며 뮌헨의 1-0 승리에 앞장섰다.
뮌헨은 이날 승리를 통해 5전 3승 2패(승점 9)를 기록, 리그 페이즈 36개팀 중 가운데 11위에 올랐다. 패한 PSG는 1승 1무 3패(승점 4)에 그치면서 순위가 26위까지 떨어졌다.
UEFA는 이번 시즌부터 주관하는 클럽대항전 방식을 변경했다. 이전처럼 그룹을 나눠 조별리그 형식으로 진행하는 게 아닌 본선 진출 팀들을 포트로 분류한 뒤 무작위로 추첨해 8개팀과 홈앤드어웨이 승부를 통해 토너먼트에 직행하는 팀들을 나눈다. 36개팀들 중 1위부터 8위까지만 토너먼트로 직행한다. 9위부터 24위는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하고, 그 아래 12팀은 탈락한다.
뮌헨 입장에선 지난시즌 챔피언스리그에 나란히 4강 진출했던 PSG를 이기면서 일단 16강에 직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크게 살렸다.
아울러 분데스리가를 포함해 최근 7차례 공식전에서 연달아 무실점 행진을 기록했다. 절정에 오른 김민재의 기량이 큰 공헌을 했다.
반면 PSG는 16강 직행은커녕 플레이오프에서 오르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김민재가 원맨쇼를 펼친 날이었다. 김민재는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38분 왼쪽에서 골라인에 바짝 붙어 올라온 코너킥을 상대 골키퍼가 제대로 펀칭해내지 못하자 문전에서 두 팔을 벌리면서 머리로 받아넣어 원정팀 골망을 출렁였다.
김민재의 챔피언스리그 데뷔골이 됐다.
이로써 김민재는 한국인으로는 5번째 UEFA 챔피언스리그 득점포 주인공이 됐다.
박지성이 이 대회에서 총 4득점을 올렸고 이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19득점,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이 3득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이강인이 PSG 소속으로 4번째 득점자 기록을 남겼다. 이어 김민재가 골 맛을 봤다.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한 골을 기록 중이던 김민재의 올 시즌 2호 골이기도 하다. 김민재는 지난달 6일 프랑크푸르트와의 분데스리가 6라운드에서 시즌 첫 골을 넣은 적이 있다.
뮌헨을 지휘하는 벨기에 국적의 월드클래스 센터백 출신 벵상 콤파니 감독이 지휘하는 뮌헨은 이날 4-2-3-1 전형으로 나섰다.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를 비롯해 알폰소 데이비스, 김민재, 다요 우파메카노, 콘라트 라이머가 수비를 구축했다. 레온 고레츠카와 요슈아 키미히가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다. 2선에는 킹슬리 코망, 자말 무시알라, 레로이 자네가 포진했다. 잉글랜드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공격수 해리 케인이 출격했다.
PSG는 4-3-3 전형으로 맞섰다. 마트베이 사포노프 골키퍼가 장갑을 꼈고 누누 멘데스, 윌리안 파쵸, 마르퀴뇨스, 아슈라프 하키미가 수비를 구성했다. 중원은 주앙 네베스, 비티냐, 파비안 루이스로 구성됐다. 최전방에 브래들리 바르콜라, 우스망 뎀벨레, 워렌 자이르-에메리가 출격했다.
앞선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제로톱 시스템의 가짜 스트라이커(9번)을 맡았던 이강인은 이날 벤치에서 대기했다.
김민재만 선발 출격한 가운데 그는 본업인 수비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초반부터 뮌헨의 기세에 눌린 PSG는 김민재에게 한 방을 얻어 맞아 일찌감치 전의를 상실했다.
김민재는 득점 뿐 아니라 후반 5분 최전방까지 달려 나온 상대 측면 수비수 멘데스에게 향하는 패스를 뒷발로 끊어내는 등 김민재 특유의 적극적인 수비를 유럽 정상급 팀 상대로 마음껏 선보였다. 상대 공격의 길목을 차단하는 빼어난 위치선정으로 뮌헨의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뮌헨은 후반 11분 뎀벨레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감독과 항명 파동으로 한동안 출전 기회를 잃었던 뎀벨레는 승점이 필요했던 뮌헨전에서 옐로카드 두 장을 받아 분위기를 망치고 말았다.
전반에 과도하게 항의하다가 옐로카드를 받은 뎀벨레는 카운터어택을 감행하던 뮌헨 측면 수비수 데이비스에게 깊은 태클을 걸어 두 번째 경고를 받고 그라운드에서 쫓겨났다.
PSG는 패색이 짙은 후반 20분 자이르-에메리 대신 이강인을 투입했다.
이강인 들어갔고, 김민재는 그라운드에 남으면서 코리안 더비가 후반 추가시간까지 30분 정도 펼쳐졌다.
그러나 PSG가 수적 열세에 몰린 상황에서 이강인에게 뭔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이강인은 간간이 날카로운 왼발 킥으로 뮌헨을 긴장케 했으나 수세의 흐름을 바꾸진 못했다.
김민재와 이강인 모두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뮌헨은 후반 29분 자말 무시알라의 결정적 슈팅이 골키퍼 사포노프의 손 끝에 걸리면서 오른쪽 골대를 맞고 나와 1-0 승리에 만족해야 했다. 김민재의 헤더골이 이날 경기 유일한 득점이 됐다.
한국 선수들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서로 다른 팀으로 맞대결하기는 2011-2012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의 박지성과 FC바젤(스위스) 박주호 이후 13년 만이다.
다만 이날 경기 직후 빌트는 김민재에게 1점이 아닌 2점을 줬다.
독일 매체는 1~6점 사이로 선수 평점을 매기는데 점수가 낮을 수록 높은 평점이다. 2점도 훌륭한 점수지만 김민재가 이날 무실점 1-0 승리를 공수 양면에서 이끈 점 감안하면 아쉽다. "방어 몬스터가 헤더 몬스터로 변신했다. 불과 2m 거리였지만 적중했다"며 "뒷면도 단단했다"고 촌평을 내렸다.
UEFA는 경기 평가를 제대로 해서 김민재를 PSG MVP로 선정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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