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정현 기자] 국내 항공업계에 닥친 문제는 양대 국적 항공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연내 통합만이 아니다. 친환경 규제가 강해지는 글로벌 항공 업황 속 세계 하늘에 비행기를 띄우려면 '지속가능항공유(SAF)'라는 비싼 기름을 채워넣거나 연비 효율 좋은 기체를 차질없이 들여와야 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AF는 기존 항공유와 화학적으로 유사하지만 화석연료를 만들지 않고 항공기의 구조변경없이 사용 할 수 있는 차세대 친환경 연료다. 국제항공에서 탈탄소 효과가 가장 큰 수단으로 인정받는 까닭에 유럽연합(EU)을 필두로 일본, 싱가포르, 인도 등에서 SAF 혼합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조건으로 유럽 4개 노선(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을 이관받으며 2022년부터 시행된 프랑스의 SAF 1% 혼합 사용을 규제를 따르고 있다. 9월 S-Oill(에쓰오일)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LCC 최초로 장거리 노선에서 SAF를 사용하는 중이다. 다만 내년부터는 프랑스를 넘어 유럽연합(EU) 전체로 SAF 사용이 의무화된다. 지난해 EU는 역내에서 착발하는 모든 항공기를 대상으로 SAF를 2% 이상 혼합 사용할 것을 채택했다.
티웨이항공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LCC들의 수익 창출국인 일본도 2030년부터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를 10% 이상 혼합 의무화할 것을 발표했다. 모든 항공사들의 SAF 도입 시기가 임박했으나 원가 경쟁력이 핵심인 LCC, 저비용항공사들은 대응하기가 쉽지 않아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SAF 전용 시설을 설비하기에는 조(兆) 단위의 투자 비용이 필요해 국내 정유사들이 이제야 SAF 생산 및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부지로 SAF의 가격은 화석 연료 기반 제트 연료보다 3~5배 더 비싸 당장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논리에 따라 항공기 SAF 활성화에 앞장서는 건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은 8월 인천에서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가는 KE719편에 에쓰오일(S-Oil)과 SK에너지가 생산한 국산 SAF를 처음으로 적용해 상용 운행했다. 1%의 SAF를 혼합한 KE719편은 2025년 7월까지 1년간 주 1회 운향된다. 국산 SAF가 부족한 까닭에 오슬로·스톡홀름~인천 화물 노선과 파리~인천 여객 노선은 수입 SAF를 사용해 운항하고 있다.
규모가 크고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준비한 회사들은 SAF 도입 확대에 느긋하나 상대적으로 작은 LCC는 감당하기에 너무 큰 숙제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대한항공 계열의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에어서울, 에어부산이 통합 LCC가 될 경우 다른 LCC보다는 이 같은 규제를 대비하기 원활하다.
항공유 가격이 높으면 항공운임도 상승할 우려가 있다. SAF 비율이 증가하면서 항공사에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유류할증료에 포함돼 승객들이 구매하는 비행기 티켓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항공유는 항공사 영업비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LCC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합병으로 탄생할 국내 유일 FSC에 원가 경쟁력을 핵심으로 맞서야 하지만, 업계는 LCC 특성 상 유가 상승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SAF를 곧바로 도입하지 못하는 까닭은 상상 이상으로 비싸기 때문"이라며 "일본도 몇 년 안남았고 유럽 규제는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LCC가 SAF 사용으로 인한 비용이 증가할텐데, 이 같은 현상이 향후 LCC의 가격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FSC인 루프트한자 조차 "향후 몇 년 간 EU 규제로 인한 추가 비용을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내년부터 EU 회원국에서 출발하는 항공권 가격을 최대 72유로(10만원) 인상할 것을 6월 밝혔다.
국내 규제도 걸림돌이다. 정부는 2027년부터 SAF 1% 의무화를 시작으로 2030년 5%, 2035년 10%, 2040년 30%, 2050년 70%까지 SAF 사용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자 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올해 항공업계가 사용하는 SAF는 150만t으로 작년(50만t)대비 3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제주항공 등 일부 LCC는 연료 효율이 좋은 신형 항공기를 도입하며 다각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체 연료 소비량 감소로 SAF 사용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이 일부 상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2018년 보잉사와 B737-8 50대(옵션 10대)에 대한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항공기를 인도받고 있다.
다만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기체의 제조 결함 사고가 연이어 불거진데다 16년만의 파업으로 공장가동이 중단돼 항공기 5490대의 주문이 밀린 상태다.
반면 대한항공은 하반기 에어버스 ‘A220-300’, ‘A321-네오’와 보잉사 ‘B787-9·10’, ‘B737-8’의 도입을 완료했다. 이 기종들은 동급 기종 대비 탄소 배출량을 20~25%까지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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