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했던 것 중 가장 예민한 질문부터 하고 넘어갈게요. 고기 채널을 운영하면서 생긴 건강 문제는 없을까요?
먹는 것 관련해서는 딱히 없어요. 제 영상들을 한눈에 보면 마치 엄청난 식성을 가진 사람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 저는 매일 그렇게 먹는 게 아니니까요. 제가 주 1회 업로드를 하거든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렇게 먹는 건 큰 문제가 안 되죠.
콘텐츠를 준비하고 연습하면서 먹게 되는 양도 있지 않나요?
없어요. 연습을 전혀 안 하거든요. 좀 해본 적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촬영 때 맛보면서 거짓 리액션을 해야 하더라고요. 물론 그것도 훈련이 되면 살짝 테크닉을 가미해서 처음 맛보는 것처럼 리액션을 할 수도 있겠죠. 사실 제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받는 댓글 중 하나가 리액션 연습 좀 하라는 거거든요. 좀 맛있게 먹는 훈련을 하라는 거죠. 제가 〈육식맨〉 채널을 5년 넘게 했으니까 만약 훈련을 했다면 지금쯤 실제로 많이 좋아졌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그걸 별로 하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시식에 대한 진정성을 저버리는 짓’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그래서 지금껏 한 번도 리액션 연습을 한 적이 없고, 콘텐츠 촬영을 할 때 처음 먹어서 실제적인 반응을 담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요리가 완성되어서 첫술을 뜨기 전까지는 간도 안 보고요. 꼭 간을 봐야 한다면 아내가 봐주죠.
‘수퍼 크리스피 통삼겹살’ 영상.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고기 조리법을 보여주는 〈육식맨〉 채널의 진가가 담긴 영상으로, 껍질을 바삭하게 조리하는 세계 곳곳의 삼겹살 조리법을 비교해 개발한 후 3년에 걸쳐 다시 개량해 내놓았다.
‘300배 빠른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 먹어봤습니다’ 영상. 가정에서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를 만들어보는 데에 그치지 않고 과학, 공학 콘텐츠 채널 <긱블>과 협업해 초신속 드라이 에이징 머신으로 비교군을 만든 후 일종의 고기 실험을 진행했다.
‘모란시장 돼지부속 철판구이’ 영상. 세계 곳곳의 고기 요리 문화를 가정에서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옮겨오는 <육식맨>의 메인 콘텐츠의 일환으로,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의 유명 메뉴 중 하나인 돼지 부속 철판구이를 탐구했다.
〈고독한 미식가〉의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가 그런 얘기를 한 적 있었어요. 실제적인 반응을 내기 위해서 촬영하는 날엔 슛 들어가기 전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고요. 그런 의도로 하시는 건 아니겠지만, 육식맨 씨도 1일 1식을 유지하고 계시기도 하니까 음식을 처음 입에 넣을 때마다 강렬하긴 하겠네요.
완전 그래요. 리액션 연습 좀 하라는 댓글 맞은편에 ‘너무 호들갑을 떤다’는 반응도 있거든요. 그런데 제 반응은 정말 그냥 즉각적으로 나오는 대로 보여드리는 거예요. 특히 저는 완성까지 몇 시간이 걸리는 요리를 많이 하잖아요. 종일 쫄쫄 굶은 상태로 계속 그 냄새를 맡으면서 요리를 하다가 처음으로 뭘 먹는 순간 확 다를 수밖에 없는데, 사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 부분까지 감안하기는 힘들죠. 직접 요리를 해본 적이 없는 분들도 많을 테니까요. 그래도 저는 전문적으로 방송을 하는 분들의 ‘프로 호들갑’이 아니라 ‘일반인의 호들갑’이라면 분명 가닿는 부분이 있을 거라 믿고 계속 그렇게 하고 있어요.
너무 맛있는 걸 먹으면 약간 어이없어 하는 스타일이죠.
(웃음) 맞아요. 저도 인식하지 못했는데 주변 사람들 얘기로는 제가 옛날부터 그렇게 먹었대요. “너 신입사원 때 소고기 사주니까 딱 그렇게 오만상 쓰면서 먹던데?” 그런데 또 댓글을 보니까 그게 별로 일반적인 축은 아닌가 보더라고요. 그래서 재미있어 하는 분들도 있고, 좀 과장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 그렇죠.
별미에 익숙해지는 데에서 오는 문제는 없나요? 아무리 좋은 것도 계속 겪다 보면 좀 무감각해질 수 있잖아요.
많이 달라졌겠죠. 그냥 먹는 거 좋아하는 직장인이었던 때를 돌아보면 음식에서 느끼는 감흥은 정말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그래서 실제로 경계를 많이 하고 있기도 하고요. 제가 지금 가장 경계하는 게, 도파민에 절여지는 것, 그리고 입맛이 너무 고급이 되는 것, 이 두 가지예요.
유튜버인데 도파민 걱정을 하신다는 게 흥미롭네요.
그래서 더 하는 거죠. 침착맨 님이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거든요. ‘재미의 역치를 낮춘다’고. 말 그대로, 일부러 한 번씩 재미없는 게임을 한다는 거예요. 대부분의 시청자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시청자가 평소의 반도 안 들어올 거란 걸 알지만, 그걸 일주일에 한 번씩 해줘야 균형이 맞춰진다는 거죠. ‘아 그래, 이 채널이 맨날 대형 게스트 부르는 그런 채널이 아니지’ ‘원래 포켓몬 게임 하는 아저씨였지’ 하고.
그 역치를 낮춘다는 게 시청자의 기대치를 낮춘다는 뜻인가요?
둘 다죠. 시청자의 기대치든, 콘텐츠 제작자의 감각이든. 예를 들어서 제 채널의 경우에도 ‘치즈 100장 쌓은 스테이크’ 이런 거 하면 조회수는 그냥 나오는 거거든요. 하지만 그런 쉬운 결정을 하지 않는 거죠. 대신 조회수가 좀 덜 나와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 특정 요리를 둘러싼 문화나 역사를 다룬다거나, 근본을 좇는다거나 하는 거예요.
어떤 사람들은 그게 부가적 요소라고 여기거나 허세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제 생각은 달라요. 쉬운 예로 사람들이 ‘권성준 셰프가 〈흑백요리사〉에서 우승을 했으니까 비아톨레도 가서 먹으면 분명히 맛있을 거야’ 기대를 하잖아요. 그런 정보와 기대치도 분명 음식을 먹을 때 인식에 영향을 끼치는 맛의 일부인 거죠. 파이브가이즈가 한국에 처음 들어왔다고 하니까 줄을 서서 오래 기다려서 먹어요. 그러면 그냥 먹을 때와는 분명히 다르거든요. 그렇게 경험도 맛의 일부라고 할 수 있고, 역사와 음식문화 같은 부분은 말할 것도 없죠. 베트남 반미를 먹는다고 하면 그것이 탄생한 프랑스 식민 역사, 베트남에서 바게트를 구울 수 없어 나오게 된 쌀가루를 섞은 특유의 빵, 가공육과 채소를 넣게 된 흐름을 이해하고 먹으면 그냥 먹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감동이 있잖아요. 사실은 반미 콘텐츠가 〈육식맨〉에서 잘 안 된 영상 중 하나인데요.(웃음) 그래도 제 입장에서는 그 콘텐츠가 필요했어요. 꼭 해야 했다고 저는 믿어요.
‘먹는 거 좋아한다’는 사람 중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잖아요. 육식맨은 세계 음식문화의 애호가라는 측면이 가장 강해 보여요.
제 스무 살 때 꿈이 ‘세계인이 되고 싶다’는 거였어요. 그러니까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사고방식 차원에서 한국인, 아시아인을 넘어 좀 더 폭넓은 관념으로, 세계인의 일원이라는 자의식으로 살고 싶었던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입시 지옥을 거치면서 생긴 한국 사회에 대한 반감이었을지도 몰라요. 대기업에 입사하고 사회의 구성원이 되면서 이제 그 꿈도 많이 흩어졌지만, 세계의 요리를 공부하고 만들어보는 순간에 저는 스무 살 때의 저로 돌아간 느낌을 받아요. 세계인이 된 느낌을 받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공부하는 게 여전히 저한테는 가장 큰 행복, 가장 큰 취미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직접 요리를 한 건 10년 정도밖에 안 됐다고 들었어요. 결혼 전에는 라면 끓이는 것 외에는 아예 못 했다고요.
맞아요. 제 아내 전공이 호텔 경영이라, 프랑스의 요리학교인 르코르동블뤼의 초급 과정을 수료했거든요. 초급 과정 수료자도 보통 전문가용 셰프 가방을 갖추고 있어요. 그런 게 집에 있길래 열어보고 깜짝 놀랐죠. 그렇게 두기에는 좀 아깝다는 마음이 들었던 거예요. 또 하나 큰 계기는 장모님이 집에 오시는 날 제가 요리를 맡게 된 거였고요. 아내가 한번 해보라길래 인터넷 보고 ‘밀푀유나베’라는 걸 만들었는데, 그게 반응이 좋았어요. 장모님도 엄청 좋아하시고, 무엇보다 인스타그램에 올렸을 때 지인들 반응이 엄청 뜨거웠어요. 제가 그때 살면서 처음으로 ‘좋아요’를 100개 이상 받아봤거든요. 이게 일반인이 좋아요 100개를 받으면 머리가 좀 돌아요.(웃음) 그래서 그 다음 주도, 다다음 주도, 계속 요리를 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홈쿠킹이 취미가 됐죠.
그렇게 〈육식맨〉 채널의 기반이 닦인 거군요.
맞아요. 당시에 무슨 조기축구회만 세네 개 팀에 가입되어 있는 아저씨처럼 틈만 나면 요리를 하면서 많이 늘었죠.(웃음) 지금은 요리가 일이 되면서 촬영 때 외에는 거의 안 하게 되었지만요.
‘고기 요리’를 콘셉트로 잡은 건 역시 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이었을까요?
물론 고기를 굉장히 좋아하긴 했죠. 하지만 채널 콘셉트로 정한 건 사실 전략적인 부분이었어요. 유튜브 채널을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채널 분석을 하는데, 유명 채널이든 작은 채널이든 조회수 정렬을 하면 상위는 무조건 고기 콘텐츠더라고요. 그런데 그때만 해도 고기 요리 채널을 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고. 거기까지 확인을 하고 나서는 바로 들어갔죠. ‘이건 잘될 수밖에 없다’ ‘분명 실버 버튼은 딸 것이다’ 그런 믿음을 갖고요.
맞아요. 그게 그냥 한 게 아니라, 제가 회사에서 하던 신규 브랜드 론칭 준비 과정을 그대로 적용한 거였거든요. 회사에서 동료들과 함께했던 과정을 저 혼자 6개월 동안 했던 거예요. 제가 하던 일이 홈쇼핑 회사에서 상품을 관리하고 방송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하는 거였는데, 그때 분석하고 정리했던 게 지나고 보니까 다 도움이 되더라고요. 촬영과 편집 면에서도 그래요. 유튜브를 하려고 하니까 그동안 무심결에 봐왔던 감독님들과 PD님들의 사고방식이나 작업 프로세스 같은 것들이 머릿속에서 아귀가 딱딱 맞춰졌죠. ‘아 이래서 그렇게 하셨던 거였구나.’ 어떻게 보면 운 좋게 다양한 간접 경험들을 통해서 일반적인 회사원이 만든 유튜브보다는 자양분이 많은 상태에서 시작을 했던 거예요. 예를 들어서 홈쇼핑은 구성이 전략적으로 다 짜여져 있거든요. 1분 30초짜리 PT를 틀고, 그다음에 ‘콜투액션’을 30초 내보내고, 인서트가 나온 다음에, 호스트 멘트 1분 하고… 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예고편은 다 정석이라고 할 만한 공식이 있다고 하잖아요. 어느 타이밍에 뭐가 나와야 하는지. 그 비슷한 거예요. 그래서 저도 제 영상의 이상적인 플롯을 만들어두고, 거기에 맞춰서 콘텐츠를 만들었죠. 다들 아마추어였던 시절에는 그나마 제 영상이 좀 더 보기 좋고 일목요연해서, 그게 약간 차별점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육식맨〉 채널의 또 하나 큰 특징은, 고기를 다루는 채널치고 마초적이거나 우악스러운 느낌이 전혀 없다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것도 전략일까요?
취향 측면에 가까운 것 같아요. 아무리 조회수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손으로 잡아서 뜯고, 치즈를 산더미처럼 쌓아서 고기 케이크를 만들고, 제가 그런 건 도무지 못하는 사람이거든요. 저희 채널이 ‘집에서 할 수 있는 고기 요리’를 표방한다는 점도 큰 이유예요. 결국 저는 제 영상들이 그냥 잠깐 웃을 수 있는 영상이 아니라, ‘나도 실제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영상이었으면 하니까요.
구독자가 126만 명에 달하는 지금도 자택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계시죠. 따로 스튜디오를 차리지 않고.
네. 집에서 해야 해요. 저는 그렇게 믿어요. 자기 주방을 떠난 요리 유튜버 중에 살아남은 사람은 한 명도 없거든요.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유대감이 분명히 존재하고, ‘스튜디오를 차렸습니다’ 하는 순간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제 다른 차원의 요리를 할 것처럼 느껴지는 거죠. 저는 그래서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을 계속 추구하려고 해요.
‘육식맨 x 승우아빠 팝업 레스토랑 리뷰’ 영상. 〈승우아빠〉 채널이 운영하는 키친마이야르와 협업해 진행했던 육식맨 팝업 레스토랑을 다뤘다. 팬들을 직접 대면하고 음식을 매개로 소통했던 이날은 육식맨이 꼽는 ‘유튜버 인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꿈에도 그리던 솔트배 레스토랑 이스탄불 본점 방문기’ 영상. 아직 직장인이던 시절 10년 근속휴가로 떠난 터키에서 남긴 콘텐츠로, 육식맨에게도 전업 유튜버 전향 및 최근 힘을 쏟고 있는 ‘고기 트립’ 콘텐츠의 가능성에 대한 큰 영감을 남겼던 영상이다.
<잡식맨> 채널의 ‘세계 1위 떡볶이 유튜버가 낸 떡볶이 밀키트 먹어봄’ 영상. 부계정인 <잡식맨>은 <육식맨>보다 폭넓은 주제와 포맷을 시험해보는 채널로, 해당 영상에서는 아내, 반려견과 소통하며 밀키트를 만들어 먹는 정제되지 않은 일상 속 육식맨을 엿볼 수 있다.
제가 생각하는 육식맨 씨의 흥미로운 면 중 하나는, 조회수 같은 수치적 성과를 따지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는 거예요. 그런 태도가 속돼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하긴커녕 가끔 보면 오히려 프로페셔널함이라고 여기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 부분은 명확히 말할 수 있어요. 저는 ‘비교우위’를 원해요. 세계인이 되고 싶다고 하면서 아직 그런 측면에서는 지극히 한국인인 거죠.(웃음) 제가 사실 수능 때도 몇 문제 안 틀렸었거든요. 그런데 만약 그해 수능 자체가 쉬웠다고 하면 그것도 별로 의미가 없는 거잖아요. 우리는 비교우위로 대학을 가니까. 지금 100만 구독자를 가진 일반인 채널이, 제가 알기로는 국내에 1000명 정도 돼요. 쇼츠 때문에 최근 들어서 확 늘어난 부분이 있죠. 그게 몇 명 안 됐을 때는 저도 꼭 그 안에 들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구독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대신 이제는 워낙 콘텐츠가 많다 보니까 롱폼으로 100만 조회수를 내는 크리에이터가 드물어졌거든요. 그래서 저한테는 조회수가 중요해진 거죠. 저는 승부욕이 있는 사람, 늘 남보다 뭔가가 낫기를 원하는 사람이니까.
〈육식맨〉은 확실히 구독자 수에 비해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채널이에요. 보통은 정반대라 고민하는 분들이 많은데, 비결이 뭘까요?
모르겠어요. 제 생각에는 그냥… 마음가짐의 차이 아닐까 싶은데요. 저는 매 영상 정말 최선을 다해 만들어요. 제 영상이 손흥민 하이라이트, 블랙핑크 뮤직비디오, 유퀴즈 화제의 인물 영상 사이에 있어도 클릭하게 만들고야 말겠다는 그런 수준의 마음을 먹죠. 얘기를 들어보면 보통은 그렇게까지 생각을 안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냥 재미있을 것 같은 걸 해본다거나, 회의하다가 나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해본다거나, 그 주의 일들을 정리해서 낸다거나 하지. 저는 매번 ‘대한민국 최고의 영상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해요. 그거 외에 다른 건 없어요.
그게 가능한가요? 사람이 그 정도 수준으로 결과물마다 스스로를 몰아붙이면서 뭔가를 5년 넘게 한다는 게….
(말을 받으며) 어렵죠. 그러니까 정신적으로 한계에 봉착하기도 하고요. 저도 이건 솔직하게, 제가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고 생각해요. 회사 다닐 때 제가 정말 치열하게 살았거든요. 저는 정말 성공하고 싶었고, 그래서 “나는 임원까지 올라갈 거야” 공언하고 다녔어요. 회사 생활 해보셨으니 아시겠지만 그게 정말 경솔한 행동이거든요. 불필요한 적을 만들고, 선배들에게는 일을 시킬 빌미를 만들고, 후배들한테는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선배가 되게끔 하고. 하지만 저는 입 밖으로 꺼내야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부류의 사람이라 늘 그 얘기를 하고 다녔고, 그만큼의 집중도와 퍼포먼스를 내려고 했어요.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정말 별의별 일을 다 겪어봤고요. 그에 비하면 사실 지금은 차라리 행복한 거죠. 일주일에 하나씩 영상을 내면서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게 어떻게 보면 축복이고, 행복한 삶이라고 느껴요.
〈육식맨〉 채널을 운영하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언제예요?
많은 순간이 있는데요. 사실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할 만한 건 첫 팬미팅이에요. 유튜버 승우아빠 님이 도와주셔서 당시에 운영하고 계시던 레스토랑 키친마이야르에서 팝업 레스토랑 형식으로 진행했거든요. 사실 저는 그렇게 150인분을 할 깜냥이 전혀 안 되는 사람이라 레스토랑 쪽에서 거의 다 해주셨던 거죠. 쿠바 샌드위치를 레시피를 줘서 직원분들이 다 해주시면 제가 조립만 하고 인사 나누는 정도였는데, 그때 정말 묘한 감동이 있더라고요. “저 육식맨 님 영상 보고 뭐 만들어봤어요” 이런 말이, 사실 댓글에서 무수히 봤던 얘기거든요. 그런데 사람 대 사람으로 눈을 보고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정말 심장이 덜컹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보약을 지어다 주신 분도 계시고, “육식맨 님이 제 삶을 바꿨어요” 이런 말씀을 해주시는데, 그거 사실 제가 뭔지 알거든요. 저도 옛날에 네이버 블로그의 레전드들을 보면서 그들의 취향과 경험을 따라 해보고, 응원하곤 했었으니까.
맞아요. 그게 너무 감동적이었던 거예요. ‘비밀이야’ 님의 블로그가 제 20대 저녁과 주말을 바꿨던 것처럼 제가 그분들의 저녁과 주말을 바꿨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그때부터 목표가 좀 바뀌었죠. 저는 이제 좀 더 시청자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육식맨〉의 영상이 8분짜리 힐링 타임이 아니라, 누군가의 일상을 바꾸고, 작은 도전을 해보도록 만드는 것이라면 좋겠어요. 저는 그렇게 바뀌어서 행복했거든요.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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