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첩보작전 참여한 유일한 박사 모티프…"쿨하고 멋진 이야기 만들려 노력"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당위성을 가진 독립운동이 아니라 정말 나의 생을 걸고 무엇을 희생하고 그것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비밀 첩보작전 '냅코 프로젝트'를 소재로 한 창작 초연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의 김희재 작가는 26일 서울시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독립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시대에 태어났으면 우리도 할 수 있었다'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지만 사실 너무 어려운 일"이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김 작가는 "다음 세대는 앞으로 더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게 되는데 그 선택 앞에서 어떻게 고민해야 할 것인가, 어떻게 성실하게 내 앞에 있는 상황들을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화두로서 이 작품을 받아들여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개막해 내년 2월 9일까지 이어지는 이 작품은 냅코 프로젝트에서 '암호명 A'로 불렸던 독립운동가이자 유한양행 설립자인 유일한(1895∼1971) 박사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
냅코 프로젝트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전략첩보국(OSS)이 주도한 비밀 첩보작전으로, 최정예 조선인 요원 19명으로 팀을 꾸려 일제의 기밀을 수집하고 거점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작전 수행 직전 일제가 패망하고 조선이 광복을 맞으면서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뮤지컬은 거창한 대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 우정, 가족, 조국 등 그저 각자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일상을 버리고 자신의 모든 것, 목숨까지도 건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작품은 한국 영화 최초로 천만 영화 반열에 오른 '실미도', '국화꽃 향기', '공공의 적 2' 등 주로 영화 시나리오를 써온 김희재 작가가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해 극본을 쓴 작품으로도 화제가 됐다.
정경진 책임프로듀서는 "이 작품에선 어떤 선택을 마주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한히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젊은이들이 그런 응원과 지지로 어떤 두려움 앞에서도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태형 연출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유일형 박사의 이야기는 쿨하고 멋진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럼에도 진심을 다하는 이야기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신성록, 민우혁과 함께 주인공 유일형 역을 맡은 배우 유준상은 "대한민국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뮤지컬"이라며 "'이런 형식으로도 뮤지컬을 할 수 있구나', '이제 드디어 K-뮤지컬로 나아가는 시대가 오겠구나' 하는 시작점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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