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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커피 업체들의 전략은 양극화됐다. 일부 업체들은 최대한 낮은 가격에 커피를 많이 판매해 이득을 올리는 박리다매 방법을 취하는 반면 유명 브랜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위해 할인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중국 토종 브랜드인 루이싱커피와 미국의 스타벅스가 이러한 커피 판매 전략 대척점에 선 곳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내에서는 저가를 앞세운 브랜드들의 성장세가 조금 더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6일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최근 상하이 펑셴구 인민법원은 시소커피 운영사인 상하이씨셔에 대한 영업 제한 명령을 내렸다. 시소커피가 여러 공급업체에 빚을 지고 있었는데 법정 다툼이 벌어지면서 법원으로부터 법인과 대표의 활동이 일부 제한을 받게 된 것이라고 제일재경은 전했다.
중국 최초의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인 시소커피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1~2022년에도 2억위안(약 385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당시 전국 매장은 200개에 달했고 창업자인 우샤오마이는 앞으로 5년 내 매장을 500~1000개로 확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소커피는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성장세에 부침을 겪으면서 일련의 매장들이 폐쇄되기 시작했다. 11월 현재 시소커피 매장은 75개로 전성기 때보다 절반 이상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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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스페셜티 커피를 만드는 시소커피의 몰락은 최근 중국 커피 시장의 경쟁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은 대형 브랜드들이 값싼 커피를 공급하는 데 혈안이 되고 있다.
중국의 쿠디 커피는 지난해부터 커피 한잔에 9.9위안(약 1910원) 프로모션을 시작했고 이후 8.8위안(약 1700원)까지 낮췄다. 또 다른 중국 기업 루이싱커피도 한잔에 8.8위안, 두잔에 9.9위안 등 할인 패키지를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커피 브랜드들이 가격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수요대비 공급이 더 많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 정보 플랫폼 치차차에 따르면 중국 내 현재 커피 관련 회사는 22만9000개에 달한다. 올해에만 4만여개가 새로 등록했다. 올해 3분기말 기준 루이싱커피와 쿠디커피의 매장수는 각각 2만1000여개, 1만여개다.
코로나19 사태와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소비자들도 더 싼 커피를 원하고 있다. 홍식산업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기성음료 소비자가 신제품을 구매할 때 치르는 금액은 컵당 15~20위안 51.9%로 가장 많았고 10~15위안이 29.9%로 뒤를 이었다. 25위안 이상은 4%에 그쳤다.
시소커피는 저가 커피 경쟁에 뛰어드는 시기를 놓치면서 경영난을 겪게 됐다는 시각이다. 시소커피의 주류 커피 판매 가격은 컵당 약 30위안(약 5780원)으로 스타벅스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자 일부 제품 가격을 20위안 밑으로 책정하기도 했으나 기존 사업 모델과 맞지 않아 효과를 보진 못했다.
가격 인하를 채택하지 않은 영국 커피 브랜드 코스타 또한 정체기를 겪고 있다. 코스타 커피 매장은 400개 안팎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됐으나 최근 베이징, 칭다오 등의 매장이 폐쇄됐으며 현재 389개의 매장만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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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은 스타벅스다. 스타벅스 차이나의 4분기(2024년 8~10월) 순이익은 약 7억8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약 7% 감소했다. 올해 3분기 매출이 41.4% 증가한 루이싱커피와 대조된다.
스타벅스 또한 중국에서 가격 할인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부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루이싱커피 등과 저가 경쟁을 벌이지 않겠다는 원칙이다.
하지만 실적 개선으로 다른 방법 모색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스타벅스가 중국 사업 확장을 위해 지분 매각을 포함한 현지 파트너 도입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제일재경은 중국 사업 운영과 시장의 경쟁 환경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커피 가격 전쟁이 저가 브랜드의 승리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가격이 싼 만큼 이익을 희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업체별로 차별화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제일재경은 “전통적인 커피 브랜드라면 커피와 지역 문화의 조합을 찾고 저가 커피 모델의 소규모 이익과 구분되는 차별화된 소비자 경험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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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도 넓고 사람도 많은 중국에서는 매일매일 다양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오늘도 평화로운 중국나라(중국나라)’는 온라인 밈으로도 활용되는 ‘오늘도 평화로운 ○○나라’를 차용한 시리즈입니다. 황당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뿐 아니라 감동과 의미도 줄 수 있는 중국의 다양한 이슈들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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