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킴(JiyongKim)을 이끄는 디자이너 김지용이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삼성패션디자인펀드(이하 SFDF)의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태양의 빛 바램을 활용한 선 블리치(Sun-Bleach) 기법을 필두로 드레이핑을 활용한 다양한 실루엣, 그리고 실험적인 패턴 워크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올해에는 LVMH 프라이즈 준결승에 진출하며 전 세계 패션 인사들에게 눈도장을 찍기도 했습니다. 조금씩, 천천히, 하지만 뚜렷하게. 자신만의 철학으로 무한하게 확장하고 있는 그를 만났습니다.
제20회 SFDF 수상자가 된 것을 축하합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네요. 2년 연속 수상자가 된 소감 먼저 듣고 싶어요.
우선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아직 잘 실감이 나지 않아요. 매우 뿌듯하네요.
2022년에는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작년에는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죠. 3년 연속으로 도전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이 드는데요. 올해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나요?
SFDF 우승자는 다음 해에 자동으로 지원이 되는 시스템이에요. 물론 새로운 컬렉션이나 작년과 달라진 포트폴리오가 있다면 심사에 제출해야 하니 애플리케이션은 수정해야겠죠.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이 아니어도 올해 또 지원했을 것 같아요. 작년 우승 이후에 좋은 일이 너무나 많이 생겼고, 팀원 세분화도 가능해져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거든요.
그렇다면 ‘3년 연속 SFDF 파이널리스트’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SFDF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지용킴만의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지용킴은 일반적인 패션 브랜드는 아니에요. 선 블리치를 해야 해서 옷 하나를 만드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그 때문에 발생하는 부수적인 일들도 아주 많아요. 그만큼 일정 관리도 잘 해야 하죠. 또 지용킴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해왔어요. 그 과정에서 브랜드의 독창적인 무드도 만들어진 것 같고요. 새로운 방식의 지속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빛바랜 옷이 가치가 없다’는 인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도 계속했죠. 이러한 시도들이 미래의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이 되어 또 다른 형태의 아이디어, 그리고 지속 가능성이 나오기를 기대하고요. 이 같은 브랜드의 신념을 좋게 봐주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지용킴의 시그너처인 선 블리치 제품들은 오로지 자연의 순리에 맡겨야 하잖아요. 이에 대한 어려움이나 고민이 있을까요?
기상 상황에 대한 고민은 항상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제한된 조건 속에서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죠. 자연에 맡겨야 하는 부분들이 재미있는 포인트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브랜드를 알리고 소비자에서 다가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고 생각해요. 매년 선보이는 전시만 봐도 그렇죠. 아카이브를 보여주는 전시를 꾸준히 진행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지용킴의 옷은 실제로 보고 입어봐야 더 와닿는 것 같아요. 드레이핑을 이용해 만든 옷이나 주머니에 손을 넣어봐야만 알 수 있는 패턴 디테일 같은 것들이 그래요. 또 인위적인 방법으로는 절대로 만들어질 수 없는, 몇 달이라는 시간 동안 서서히 햇볕에 의해 탈색된 수많은 톤의 변화는 두 눈으로 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죠.
2024년은 디자이너 김지용에게 의미가 깊을 것 같아요. 먼저 LVMH 프라이즈 준결승 진출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그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가요?
LVMH PRIZE 준결승에 진출했을 때 수많은 패션 인더스트리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조나단 앤더슨부터 시몽 포르테 자크뮈스, 수지 멘키스, 안나 윈투어 등 사진으로만 봤던 인사들에게 제 컬렉션을 직접 설명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요.
올해 오픈한 파리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도 입점했다면서요.
런던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는 이미 다섯 시즌 전부터 입점되어 있었어요. 파리 지점이 새로 오픈하면서 첫 시즌부터 입점되는 브랜드 리스트에 지용킴이 포함된 거죠.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1층 아주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먼 훗날 이 인터뷰를 볼 디자이너 김지용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먼 훗날에도 디자이너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격스러울 것 같은데요. 패션 업계에서 롱런하는 게 제일 어려운 숙제인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