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25일 위증교사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민주당이 기사회생하게 됐다. 향후 다른 재판도 앞두고 있으나 당분간은 이 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단일대오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여당인 국민의힘은 무죄 선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공직선거법 1심에 이어 이번 위증교사 1심에서도 유죄가 나왔다면 민주당의 자중지란을 기대할 수 있었으나 오히려 민주당의 결속력이 강해지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민주 "진실과 정의의 승리" "단일대오로 윤 정권 심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25일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는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형이 나왔지만 '사법리스크'의 두 번째 고비였던 사건에서는 무죄가 선고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재판부는 김씨의 증언에 대해 일부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이로써 이 대표가 기소된 사건 중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이 마무리됐다.
아직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서는 1심 판결이 남아 있으나 당분간 '사법리스크'에 대한 부담 없이 대정부 투쟁을 강화하고 대권행보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정권심판 의지를 담은 메시지가 이어졌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사필귀정으로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며 "진실과 정의의 승리"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애초부터 정치 검찰의 말도 안 되는 보복 수사와 억지 기소였다"며 "지난 2년 6개월 내내 야당만을 표적으로 삼은 윤석열 정치 검찰의 무도한 정치 사냥은 머지않아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국민과 역사를 믿고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무도한 윤석열 정권과 싸워나가겠다"며 "진실과 정의의 승리, 역사와 국민의 승리를 일궈내겠다"고 덧붙였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선고 직후 국회 브리핑에서 "사필귀정의 판결이었다"며 "오늘 판결은 진실과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진리를 확인시켜 줬다"고 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정치검찰의 무도한 야당 탄압, 야당 대표에 대한 사법살인 시도를 멈춰 세우고, 윤석열 정권이 짓밟고 무너뜨린 사법정의와 상식을 바로세운 것"이라고 규정했다.
김용민 의원은 YTN라디오 '뉴스정면승부'에서 '민주당의 앞으로의 플랜'에 대해 "당연히 우리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로 똘똘 뭉쳐갈 것이다. 사실 오늘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윤석열정권 심판론의 대세는 영향이 없다. 이 대세는 그대로 간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부당한 검찰권이 나라 흔들어" 김동연 "상식적인 결과.. 다행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5일 페이스북에 "자의적이고 부당한 검찰권의 행사가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며 "다행이고 안심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는 제발 민생"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연 경기지사 역시 같은 날 "상식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검찰의 별건 수사, 먼지털이 수사에 경종을 울렸다"며 "패자는 무제한 괴롭히기, 승자는 무조건 봐주기도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해야 정치도 민생도 살아난다"고 했다.
한동훈 "이재명 무죄, 사법 시스템 안에서 바로잡힐 것"
법조인 출신 의원들 "납득 어려워"…'권순일 시즌2' 주장도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지난 공직선거법 1심 유죄에 이어 이번 위증교사 1심에서 유죄가 나올 경우 민주당의 자중지란을 기대할 수 있었으나 오히려 민주당의 결속력만 강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항소심을 지켜보자'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판결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이 있다"며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 안에서 바로잡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법조인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사법 제도는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법조인 출신 국민의힘 의원들도 일제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판사 출신인 김기현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거짓말은 했는데 허위사실 공표는 아니다'라는 해괴망측한 궤변 판결을 연상시킨다"며 "마치 '권순일 시즌2'를 보는 느낌"이라고 적었다.
김 의원은 "똑같은 사안에 대하여 어떤 판사는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되었다고 판시하고, 어떤 판사는 위증교사 혐의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시하는데, 원님 재판도 이렇게 오락가락하며 고무줄처럼 휘청거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판사를 지낸 장동혁 의원도 SBS 라디오에 출연해 "유죄가 인정된다면 징역형밖에 선택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무죄가 나면서 모든 결론이 달라졌다"며 "유죄였다면 전 중형이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권성동 의원은 "법리와 판례에 비춰볼 때 대단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작년 9월 이 대표의 구속적부심에서 영장전담 판사는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됐다고 했다. 1심 무죄 판결은 상급심에서 뒤집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위증교사의 고의가 없었다는 재판부의 판결은 법리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2심에 가서는 유죄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검사 출신 주진우 의원(국민의힘 법률지원단장)은 이날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구조 자체로 무죄가 나기 어려운 구조여서 유죄를 확신하고 있었다. 징역 1년 정도 형량을 예상했다"며 "이 대표가 변론 요지서를 보내고 접촉하는, 평소에 반칙으로 해석되는 행위들을 해 그 결과로써 위증이 나왔다면 당연히 직접적으로 '위증해줘'라는 말을 안 했어도 미필적 고의 내지 책임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인 박형수 의원은 이날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이렇게 무죄가 나오는 건 통상적으로는 굉장히 이례적인 판결"이라며 "위증한 사람은 처벌받는데 위증을 교사했다는 사람은 무죄라는 건 통상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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