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한미약품그룹이 1년 가까이 내홍을 겪으면서 우려에 휩싸이고 있다. 3분기 실적이 하락세를 띠고 주가 하락까지 겪고 있는 가운데 ‘3인 연합 vs. 형제’ 구도의 내부갈등까지 계속되자 기업역량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2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임시주총을 앞두고 신동국·송영숙·임주현 등 ‘3인 연합’은 지난 21일 ‘재단 의결권 관련 입장문’을 내고 “공방을 야기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한미사이언스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는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한미사이언스의 보도자료에 대응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한미사이언스는 그룹 내 재단법인 가현문화재단·임성기재단에 중립을 지킬 것을 촉구하며 “확약이 있을 때까지 기부금 지급을 보류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이러자 한미약품을 바라보는 시선에 우려가 섞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미약품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된다면 한미약품의 기업 역량이 훼손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판단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연초보다 주가가 13% 하락한 것도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관점이다.
실제로 3분기 실적 또한 하락세를 띠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미약품의 3분기 연결기준 실적은 매출 3621억원, 영업이익 510억원, 순이익 35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7%, 영업이익은 11.4% 감소했고 순이익은 42.3%나 쪼그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또한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37.2% 줄었고, 순이익은 173억원으로 44% 낮아졌다. 3인 연합은 한미약품의 정상적인 경영을 방해하고 불필요한 용역비를 지출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의 내홍은 좀처럼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는 양상이다. ‘3인 연합 vs. 형제’ 구도는 올해 초부터 1년 가까이 현재진행형에 있다. 이들은 연일 성명서를 배포하며 상대측에 대한 여론전을 지속, 오는 28일로 예정된 임시주총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론전은 고발로 이어지며 갈등에 불을 지폈다. 양측의 분쟁에서 3인 연합을 공개 지지했던 이준용 전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 대표가 경찰에 고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데 영향을 미치고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과정 중 법을 어겼다는 게 고발 취지다.
지난 1일 이준용 전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주주 1215명을 대표하면서 시장에서는 이들이 보유한 지분 2.26%가 3자 연합의 손을 들어줬다고 해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3자 연합의 지분율이 48.13%인 만큼 소액주주가 합세한다면 임씨 형제와의 분쟁을 종료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고발인 허권 변호사는 이 전 대표가 주주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전 대표의 행위가 자본시장법 제178조의2 제2항을 위반했으며, 상장증권의 가격에 대해 타인에게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하는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한 것이라고 봤다.
새로운 ‘키’로는 ‘국민연금’이 지목되고 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26일 회의를 통해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의결권 행사 방침을 결정키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 주총 안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주주권 행사 방향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모양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 주가는 연초 대비 13% 하락했는데, 이는 기업역량 훼손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면서 “경영진들이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경영설명회를 진행, 당사는 참석 후 투자 전략을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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