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약자법,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메울까…국가 적극역할이 핵심

노동약자법,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메울까…국가 적극역할이 핵심

연합뉴스 2024-11-26 14:43: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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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노동약자 맞춤형 행정·재정적 지원…제정 前이라도 예산사업 확대"

노동계 "근로기준법 확대가 먼저" 반대 입장…전문가 긍정 평가도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약자 권리보호를 위한 첫걸음!'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약자 권리보호를 위한 첫걸음!'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왼쪽 여섯번째)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노동약자지원법 법안 발의 국민 보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11.26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국민의힘이 26일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특수고용·플랫폼종사자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노동약자지원법(기댈언덕법)을 발의키로 하면서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노동약자지원법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핵심 과제인 만큼 당정은 이 법이 한국 노동시장 전반의 양극화 타개에 기여하도록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근로기준법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 향후 입법 추진 과정에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 사용자 아닌 국가가 직접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근로자 보호

노동약자지원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은 프리랜서와 특수고용직, 플랫폼종사자,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근로자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같은 사업자로서 계약 관계에 있다고 여겨지는 특수고용직과 플랫폼종사자는 법의 테두리 밖에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들 또한 가장 영세해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이나 사용자들이 지불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런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발의된 노동약자지원법은 '사용자' 의무 이행 중심인 근로기준법과 달리 노동 약자 고충 해결을 위한 '국가'의 역할 및 지원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즉 명확한 사용자가 없거나, 사용자가 지불 능력이 없어 이행하지 못하는 근로자 보호와 관련된 사항을 국가가 이행하도록 하는 게 이 법의 역할이다.

이 법에는 직무능력 개발, 소액생계비 자금 대출, 일·가정양립 장려금 등 노동 약자를 직접 지원하는 내용과 함께 결제대금 예치 시스템 운영,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노동약자지원재단 설립 등 일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내용이 모두 포함됐다.

노동부는 이 법이 현장에 잘 적용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토대로 노동약자 맞춤형 행정·재정적 지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예산 정부안에 약자지원, 대지급금, 복지기금, 상생협약 등과 관련된 예산이 약 8천억원 책정됐는데 이 법에서 언급된 여러 지원책과 연계돼 있다는 게 노동부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문수 노동부 장관은 이날 국회 '노동약자지원법 입법발의 대국민 보고회'에서 "법 제정 전이라도 예산사업을 확대·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2024.11.19 mon@yna.co.kr

◇ 노동계 "근로기준법 확대해야"…학계 대체로 긍정 평가

노동계는 별도 법을 제정하는 게 아닌 노동 약자를 아우를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 역할은 모든 노동자가 동등한 권리를 누리게 하는 것"이라며 "이미 만들어진 법을 모두에게 적용하는 게 먼저이고, 대통령이 두 번이나 거부했던 노조법 2조를 개정하는 게 출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달 2일부터 전국 16개 고용노동지청에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과 노동약자지원법을 규탄하는 1인 시위 및 기자회견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논평을 내고 "정부는 노동약자지원법이 아닌 근로기준법의 보호 대상을 넓히고, 기존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다양한 고용형태 종사자들에게 보편적 노동인권을 보장하는 입법조치를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또 "노동약자지원법은 시행 여부조차 정부 의지에 달려있다"며 "2025년 예산에서 기존 노동약자 지원예산을 대폭 축소한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학계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법은 근로기준법을 대체하는 게 아닌 사각지대를 메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법으로,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근로기준법 확대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우리나라 노동 현실에서 영세 자영업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 국가가 직접 나서라고 촉구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부연했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연구소 부소장은 "이 법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노동계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일 것"이라며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되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뿐만 아니라 특수고용 노동자 등 다양한 노동 약자들이 대거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bookman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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