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축구대표팀 감독 허정무가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한국 축구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허 후보는 지난 25일 서울 송파 올림픽 파크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 축구협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선수와 지도자, 행정가로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해온 허 후보는 "대한민국 축구가 흔들리고 있다.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운영체계는 시스템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며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불투명하고 미숙한 행정의 연속,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으려는 부끄러운 행동은 협회의 위상을 떨어뜨렸고, 한국축구가 퇴보하게 됐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허 후보는 축구협회 쇄신을 위한 5대 공약을 발표했다. ▲개방적이고 소통하는 협회(Open KFA, With All) ▲시스템 기반의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 ▲지역협회 자율성 보장 ▲체계적인 지도자 육성 시스템 구축 ▲축구 꿈나무와 여자축구 육성이 핵심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활약했던 해외파 출신 축구인들의 행정 참여를 강조한 것이다. 허 후보는 축구대표팀 레전드로 꼽히는 박지성, 이영표 두 축구인을 콕 집어 언급하며 반드시 축구협회에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후보는 감독 시절 제자이기도 했던 박지성, 이영표에 대해 "(박지성, 이영표의 축구협회 합류는) 생각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한다. 생각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들이 잠시 머물렀다가 나가서도 안 된다"며 "두 사람은 현재 나보다 더 바쁜 사람들이다. 들러리 역할은 안 할 것이다. 실제로 책임감을 갖고 임할 수 있는 직책이 필요하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일을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두 선수의 축구협회 경험을 되짚어보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박지성은 2017년 유스전략본부장으로 축구협회에 합류했지만 1년 만에 사임했다. 이영표 역시 2021년 부회장직을 맡았지만, 축구협회의 승부조작 연루 선수 사면 논란 당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허 후보의 발언은 실질적 권한 없이 명목상의 직책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던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원정 16강 신화를 이끈 허 후보는 축구계 화합도 강조했다. "축구인들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 의견이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축구를 위해서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며 "어떠한 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통합과 화합을 위해 뛰겠다. 많은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도 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화합을 위해 내가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특히 타 종목의 사례를 언급하며 축구계의 단합을 촉구했다. 그는 "다른 종목을 보면 서로 다투다가도 한 가지 목표가 정해지고 본인 종목에 대한 문제가 나오면 힘을 합치는 모습이 부러웠다. 이런 것들을 반면교사 삼아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허 후보는 자신의 역할을 '징검다리'로 규정했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결과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제 뒤를 이을 후배들은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고, 똑똑하고 해외에서 선진적인 것을 많이 배웠다. 이들을 위해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기초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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