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 보호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금융업권에서는 한도가 오르면 예금보험료율(예보료율)도 같이 오르게 돼 가산금리 효과를 낼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25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결의했다.
개정안은 정무위 전체회의, 국회 본회의를 거쳐야 하지만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어서 사실상 통과된 것으로 볼 수 있다. 12월 중 국회 의결 및 정부 이송, 정부의 공포 등의 절차를 거칠 전망이다.
개정안은 2001년부터 각 금융기관당 5000만원 한도에 머물러있던 예금 보호액을 1억원으로 상향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적용 시기는 개정안 발표 이후 1년 이내로 하되, 구체적 시점은 정부(금융위원회)가 시행령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과 소비자 부담 등을 감안해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적정 수준의 예보료율 산정으로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의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도 상향과 함께 인상된 예보료율이 가산금리 효과를 내 대출금리 상승 등의 부담을 불러올 우려가 나온다.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사로부터 예금 보험료를 걷어 적립했다가 금융사가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면 해당 금융사를 대신해 고객에게 예금을 지급한다.
예보료율 상한은 잔액 대비 0.5%로 설정돼 있지만 시행령에 따라 업종별 한도를 다르게 정한다. 현재 금융사가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예보료율은 은행 0.08%, 보험회사 0.15%, 투자매매‧중개 0.15%, 저축은행 0.40% 수준이다.
금융위의 연구 용역에 따르면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할 경우, 예보료율은 현행 수준 대비 최대 27.3%까지 상향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대비 예금자 보호 한도가 적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가운데, 한도 상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그간 활발했다"며 "이번 상향으로 예보료율이 올라 가산금리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 관련 상황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 예금자 중 5000만원 이하 예금자 비율은 98%에 달한다.
한편 이번 한도 상향으로 예금자 보호 한도가 해외 주요국 대비 뒤처졌다는 비판도 피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2001년 금융사당 5000만원으로 지정된 후 계속 유지돼 온 반면에, 주요 국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 안정을 위해 예금자 보호 한도를 대부분 높였다.
미국은 25만달러(약 3억5000만원), 영국은 8만5000파운드(약 1억5000만원), 일본은 1000만엔(약 9000만원)의 예금자 보호 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예금자 보호 한도 비율을 봐도 한국은 1.2배로, 영국(2.3배)과 일본(2.3배), 미국(3.3배) 등 해외 주요국에 비해 낮다.
시장에서는 한도 상향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으로 예금이 쏠릴 가능성을 제기한다.
금융위가 지난해 진행한 연구 용역에 따르면 한도를 1억으로 올리면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자금 이동이 나타나 저축은행 예금이 16~25%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동 자금은 은행 예금의 1% 수준으로 전체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저축은행 업계 내 과도한 수신 경쟁이 벌어지면서 일부 소형사에는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사 위주로 예대 금리를 변동한다면 중소형사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장 지배력이 큰 금융사 위주로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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