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희비 갈린 피싱 대출 판결…케뱅‧페퍼저축銀 사례 보니

[기획] 희비 갈린 피싱 대출 판결…케뱅‧페퍼저축銀 사례 보니

더리브스 2024-11-26 09:20:49 신고

[그래픽=김현지 기자]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케이뱅크와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각각 제기한 소송에서 희비가 갈렸다. 신분증 등 실명확인증표로 실시되는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를 두고 각 재판부는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놨다.

케이뱅크에 대한 재판부는 사측이 비대면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 반면 페퍼저축은행 재판부는 당시 신분증의 진위를 확인하는 기술이 없었다는 점에서 사측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케이뱅크 피싱 대출약정 무효


서울고등법원 민사 15부는 지난 22일 보이스피싱 피해자 A씨가 케이뱅크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를 결정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아들을 사칭한 피싱범에게 운전면허증 촬영사진을 전송하고 자주 쓰는 네 자리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피싱범은 A씨의 명의를 도용해 2억2180만원을 대출해 빼돌렸다.

재판부는 피싱범이 A씨로부터 편취한 운전면허증 촬영사진이 A씨가 보낸 사진을 촬영한 ‘2차 사본’인 점을 중요하게 봤다.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려면 운전면허증의 원본이 촬영된 사진이어야 한다.

재판부는 피싱범이 케이뱅크에서 대출을 실행할 때 제출한 운전면허증 사진은 A씨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재촬영한 2차 사본이기 때문에 케이뱅크가 비대면 실명 확인을 제대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승소 판결 받은 페퍼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그래픽=김현지 기자]
페퍼저축은행. [그래픽=김현지 기자]

비슷한 사례로 B씨는 도용된 자신의 명의로 페퍼저축은행에서 불법 대출이 실행돼 9000만원의 빚이 생겼다. 앞서 B씨는 딸을 사칭한 피싱범에게 운전면허증 사진과 은행 계좌번호, 비밀번호를 제공했다.

이후 B씨는 페퍼저축은행에 대해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수원지방법원은 지난해 9월 20일 B씨에 대한 대출약정의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페퍼저축은행이 본인확인절차를 제대로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페퍼저축은행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는데 이후 수원지법은 지난 4월 18일 1심 판결을 뒤집은 항소심 결과를 발표했다.

금융회사가 신분증의 진위를 확인하는 기술이 당시 없었기 때문에 페퍼저축은행이 비대면 실명확인 방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기술 문제 아닌 방법의 문제”


페퍼저축은행 관련 사례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은 원심을 뒤집고 사측에 손을 들어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B씨 사례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비대면 실명확인 방안 중 ‘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이 반드시 전자금융거래 당사자가 주민등록증 등 실명확인증표 실물을 소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실물을 바로 촬영한 파일을 제출하는 경우로 한정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봤다. 미리 촬영해 둔 파일을 찾아 제출하는 것과 실물을 직접 촬영하는 것과 차이가 없다고 본 셈이다. 

또한 금융기관이 제출받은 실명확인증표 사본에 대해 원본을 직접 촬영한 건지 아니면 스캔한 사본인지 등을 식별하는 건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게다가 재판부는 B씨의 명의로 거래가 체결된 당시 실명확인증표가 직접 촬영된 파일인지 여부에 대해 금융기관은 따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금융기관이 비대면으로 실명확인증표를 확인할 때 고객이 촬영 또는 업로드한 실명확인증표 사본을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신분증 진위확인 시스템을 통해 검증하는 절차만 거칠 뿐이라고 봤다. 

공교롭게도 A씨와 B씨의 명의로 불법 대출이 시행된 시점은 모두 2022년이다. 각 재판부는 같은 시기에 진행된 거의 유사한 실명확인 절차 문제에 대해 극명히 다른 판단을 내놓은 셈이다. 

이에 대해 다른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해외에는 당시 이미 (신분증 진위확인 하는) 기술이 존재했는데 여기는 없다고 한다”라며 “첨단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방법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페퍼저축은행의 경우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케이뱅크는 항소심 판결 직후라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임서우 기자 dlatjdn@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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