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뜻돌, 너는 내가 들어본 가장 귀여운 음악

김뜻돌, 너는 내가 들어본 가장 귀여운 음악

바자 2024-11-26 08:00:03 신고

2020년 이후 꼬박 4년 만에 정규 앨범을 발매한다. 왜 꼭 지금이어야 했나? 2024년 연말쯤 정규 2집을 내리라 정해 놓은 적은 없었다. 〈꿈에서 걸려온 전화〉라는 제목의 정규 1집을 낼 때가 스물다섯이었다. 작년부터 자연스럽게 2집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들고 보니 스물아홉이 되어 있을 뿐. 삼재든 아홉수든, 앨범과 함께 떠나보낼 것은 보내자는 마음으로 작업했다.(웃음)
앨범 제목은 〈천사 인터뷰〉다. 꿈과 천사, 이어지는 이야기인가? 1집에서는 꿈에서 만난, 보이지 않지만 늘 곁에 머무르며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존재를 이야기했다. 이번 앨범에서는 그 대상을 천사로 명명하고, 꿈이 아닌 깨어 있는 상태에서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나는 매일 아침 일기를 쓰고 30분 정도 명상을 한다. 명상을 할 때 종종 어떤 목소리를 듣는다. 나에게 필요한 말이 들리는 것일 텐데. 위로일 때도, 꽤 차가운 조언일 때도 있다. 어느 날 문득 그 소리로부터 천사의 이미지가 그려졌다. 천사들이 나에게, 내가 천사들에게 하는 이야기를 가사로 담았다. 먼저 공개한 수록곡 ‘미카엘’의 “앞으로 다신 너를/ 혼자서 두지 않을 거야” 라는 가사처럼 직설적으로 지켜줄 것을 말하기도 했다.
선공개 곡 ‘손님별’과 ‘미카엘’에서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를 느꼈다. 몽환적이지만 어딘가 쇠맛이 나고 살짝 음울한 분위기도 느껴져 새로웠다. 장르적으로는 슈게이징을 표방하던데. 이번에는 전자음악을 제대로 넣어봤다. 확실히 1집보다는 록에 가깝다. 스스로를 장르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뮤지션이라 생각하지만, 포크 음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생각해서 그런 곡들도 넣었다. 만들고 보니 4년 전보다 취향이 확실해졌다는 걸 느낀다. 10대부터 20대 초반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앳되고 부드러운 음악에 비해 훨씬 날카로워졌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어떻게 보여지길 원하는지를 확실히 안다. 이번에는 슈게이징 장르로 그걸 보여준 것인데 언제 또 변할진 모르겠다.
멜로디와 가사를 직접 쓴다. 이번 앨범 수록곡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가사가 있나? ‘미카엘’이라는 곡에 “고갤 들어 하늘을 봐”라는 가사가 있다. 작업을 하는 중에 힘들 때마다 그 가사를 떠올리며 하늘을 봤다. 담배를 피우면서, 혹은 명상을 하다가도.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보는 단순한 행위가 생각보다 큰 해방감을 준다.
연기에도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다. 지난 8월에는 장건재 감독의 영화 〈한국이 싫어서〉에서도 얼굴을 비췄는데.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가? 연기는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것인데 기회가 없었을뿐더러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장건재 감독님이 캐스팅 제의를 주신 덕에 참여했다. 나는 자아가 굉장히 강한 사람이다. 연기는 감독이 만든 시나리오 안에서, 나와 내 의도는 최대한 배제한 채 몰입해야 한다. 내가 만든 음악과 영상 안에서만 움직여왔던 나에게 신선한 경험이었다.
영화를 계기로 장건재 감독과는 특별한 인연이 된 듯하다. 이번 앨범에서 뮤직비디오도 함께 작업했다고. 감독님께 뮤직비디오를 부탁드렸더니 역으로 단편영화 속에 뮤직비디오를 녹이는 방식을 제안주셨다. 너무 기뻤다. 그렇게 15분짜리 뮤직비디오가 탄생했다. 감독님이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아주셨고, 나는 중간중간 디테일한 아이디어를 더하는 정도였다.
음악을 만드는 일만큼이나 영상 작업에도 관심이 많아 보인다. 선공개 곡에도 모두 뮤직비디오가 함께였다. 영상 작업을 재밌어 하고 욕심도 많아 늘 뮤직비디오를 함께 만들려고 하는 편이다. 영상이 있으면 곡이 돋보이는 데도 확실히 도움이 되니까. 뮤직비디오 기획과 연출을 직접 할 때가 많았는데, 요즘엔 주로 다른 작업자들과 함께하며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있다.
김뜻돌이라는 사람부터 작업 스타일까지, 다층적인 변화를 담아낸 이번 앨범에서 듣는 사람들이 무얼 느끼고 경험하길 바라나? 우리는 먹고사는 일에 찌들어서 큰 것을 놓치며 살 때가 많다. 이를테면 우리는 왜 태어났는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이 세상에 과연 인과응보는 있는지 같은, 마땅히 해야 할 질문을 잊고 사는 것이다. 적어도 세상에 태어난 이상 존재의 이유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노래를 듣고 어렴풋하게나마 그런 질문들과 답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내 노래는 오래전부터 그런 정신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천사 인터뷰〉가 세상에 나왔을 땐 한 해를 정리할 시기겠다. 연말은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 안 그래도 오늘 딱 여행 계획을 세워보려 했다. 최근에는 너무 작업만 했거든. 내년에도 앨범을 발매할 거고 단독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그러니 연말까지는 신나게 놀아야 한다.
※ 김뜻돌의 〈천사 인터뷰〉는 11월 28일에 발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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