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정현 기자] 국내 최대 국적 항공사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을 완료하면 대한항공 계열의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에어서울, 에어부산도 합쳐지게 된다. 대형항공사(FSC)의 몸집 불리기가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2020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인수합병 계획을 발표하면서 양사 산하 LCC들을 단계적으로 합병할 것을 발표했다. 통합 LCC를 이끌 주축은 진에어다. 대한항공은 2022년 한진칼로부터 진에어 주식 전량을 6048억원에 취득하며 통합 LCC의 얼개를 잡았다. 당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카타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통합 LCC는 진에어 브랜드로 운항하며 허브는 인천국제공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이 통합 LCC는 국내 LCC 5개사를 합친 것 만큼의 여객을 수송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의 10월 국제선 여객수 총합은 111만명이다. 나머지 LCC 5개사(제주항공·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로케이·에어프레미아) 여객수 총합인 159만명의 70%를 기록했다.
FSC와의 체급 차이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되자, LCC들은 장거리노선 사업에 뛰어들거나 단거리 노선을 확장하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LCC 1위 사업자 제주항공은 10월 대한항공이 단독으로 취항하던 인도네시아 발리에 항공기를 띄웠다.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으로부터 유럽 4개 노선을 이관받아 LCC 최초로 유럽에 취항함으로써 3분기 수송석 170만석(2019년 119만석)을 달성했다. 지난해 3월 재운항을 시작한 이스타항공은 내년 상반기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신규 취항한다며 노선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음을 밝혔다.
대한항공의 기업결합을 성사시키기 위해 정부가 LCC들에게 유럽 외에도 다양한 노선의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과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을 배분함으로써 중단거리 위주였던 LCC가 FSC 판인 중장거리 시장에도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이렇게 쌓은 중장거리 운항 경험으로 LC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후 정리되는 노선을 가져갈 기회도 커진 상태다.
FSC와 LCC간 경계가 사라지는 까닭에 '치킨게임'을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LCC들의 정체성이 저렴한 가격이니만큼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할때까지는 가격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티웨이항공이 유럽 노선에 뛰어든 상태지만 향후 대한항공이 유럽 노선 공급을 늘리거나, 자사 유럽 슬롯을 통합 LCC에 넘길 경우 티웨이 유럽노선의 생존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낮은 가격만으로 버티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명소노그룹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래미아서 각각 2대 주주가 되는 등 경영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만일 그룹이 자금력을 기반으로 둘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합병하게 되면, LCC는 6곳(통합LCC·티웨이 및 에어프레미아 합병법인·제주항공·이스타항공·에어로케이·플라이강원)으로 재편된다.
티웨이항공의 유럽 노선(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과 에어프레미아의 미국 노선(뉴욕,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을 결합해 장거리 노선 네트워크를 확대한다면 통합 LCC 뿐 아니라 대한항공에게도 확실한 위협으로 다가설 수 있다.
이에 대해 대명소노그룹은 최근 티웨이항공 경영권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지분 양수 당시 밝혔던 '항공사와의 다양한 사업 제휴와 협력'이 목적이라는 입장이 지금도 그대로"라며 경영권 인수설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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