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강호 온라인이 20주년을 맞았다. 20년 전이면 2004년이다. 온라인게임이 한창 부흥하고 있을 시기다. 어떤 온라인게임을 내든 성공을 하던 그 시기다. 20년만에 게임에 접속을 하려고 보니 엠게임 아이디가 두 개나 있다. 분명히 열혈강호 이 게임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캐릭터가 없는 것을 보면 뭔가 캐릭터 정리 등, 많은 변화가 있었던 모양이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을 시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각형 화면이다. 그러고 보면 예전 모니터가 현재 비율이 아니라 좀 더 정사각형에 가까웠던 것 같다. 바로 이전 '바람의 나라'나 'RF온라인', '거상' 등의 타이틀을 실행시켜 본 적이 있는데 역시 예전 UI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열혈강호 온라인'도 마찬가지였다. WASD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마우스로 포인트를 찍는 곳으로 자동 이동하는 방식이다. 보이는 장소에 바로 찍어도 되고, 미니 맵에서 찍어도 된다.
게임이 시작되고 뭔가를 진행해야 하는데 누구에게 무슨 퀘스트를 진행해야 할지 막연하다. 해야 할 일을 모두 알아서 진행해주는 모바일 MMORPG와는 큰 차이다.
홈페이지에는 뉴비를 위한 뭔가 대단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인 것 같은데, 마을 한 가운데 툭 던져 주고는 끝이다. 누군가는 반겨줄 줄 알았는데, 외롭다.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NPC가 등장해서 '20년 만에 왔으니 잘 해주겠다'든, 아니면 '이렇게 움직여 보라'고 하면서 조작 연습이라도 시켜줄 줄 알았다.
하지만 '열혈강호 온라인'은 예상했던 대로 날것 그대로였다.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가장 낮은 몹부터 찾기 시작했다. 3레벨 고양이다. 맞으니 아프다. 더 낮은 몬스터가 없나 찾아봤는데 없다. 3레벨 고양이와 8레벨 여우가 함께 있다.
무기도 없고, 아이템을 어떻게 장착하는지도 모르겠고, 포션을 살 돈도 없다. 초보자를 이렇게 냉대해도 되나 싶다. 무기도 옷도, 포션도 없다. 일단 레벨을 올리는 것이 최선이다 싶다.
체념하고 마을 밖으로 나간다. 나가는 길에 마을을 둘러보니 의외로 이용자들이 많다. 거의 만렙 이용자들만 있을 텐데, 마을 한 곳에 우글대는 이용자들을 보니 열혈강호 온라인이 국내에서도 꽤 인기 있는 게임인가 싶다.
일단 마을 밖으로 나가서 주먹으로 고양이와 전투를 벌인다. 몇 번 죽기를 반복했더니 레벨이 오른다.
그런데 첫 접속 순간부터 소리가 안 난다. 커뮤니티를 찾아보니 접속을 완전히 끊고, 다시 접속해야 한다는데 다시 접속해도 해결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설정에 소리를 키우는 메뉴가 있다. 소리 설정 3개가 모두 가장 낮게 설정이 되어 있어서 안 들렸던 것이다. 모두 가장 오른쪽으로 설정하니 잘 들린다.
그 후로 꽤 오랜 시간 지루한 시간이 계속됐다. 무기는 단 하나였다. 강화를 하거나 마을 상점에 가서 더 좋은 무기를 사려고 했지만 돈도 없고, 뭔가 제약이 많았다. 살 수도 없었고, 강화도 되지 않았다 예전 ‘온라인게임은 진입 장벽이 높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자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열혈강호 20주년 기념 퀘스트로 300마리를 잡아오라고 했을 때 ‘설마? 말도 안 된다.’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250마리를 넘어 300마리가 되어 가는 것을 보고 퀘스트 몬스터 300마리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300마리 잡아오라는 첫 퀘스트 말고 다른 퀘스트 없을까 찾아봐도 없다. 이것이 최선인듯하다.
이 정도는 인내해야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가 있다. 수십 마리를 잡아야 아이템이 한 개 떨어졌다. 200마리를 잡고 신발 아이템 하나 장만했는데 이것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1분만에 인벤토리가 꽉 차는, 순식간에 1환(100레벨) 넘어가는 게임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그 사이 직업 때문에 착용할 수 없는 아이템도 몇 개 구했는데 이걸 팔아서 돈을 마련했다. 이 때도 ‘무엇을 팔아서 얼마 벌었다’는 멘트도 없다. 그저 골드가 1500에서 2000으로 늘었다는 수치만 것만 확인하면 된다.
이런 불친절한 옛날 게임이 뭐가 좋아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까 생각해 보면 확실히 이런 오래된 게임이 주는 시크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이 사람들은 모두 이 과정을 거쳤을 것이고, 빠져나갈 수 없는 중독적인 재미가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뚝배기 같은 맛이다. 천천히 끓어도 아주 오래가는 뚝배기처럼 열혈강호 온라인의 재미도 서서히 시작되는 모양이다.
10레벨이 됐지만 아직 무공을 한 번도 사용해보지 못했다.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리니지M하면서도 마을 상점 가서 스킬북을 사야 한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졌던 적이 있다. 무공도 사용하고, 장비도 10레벨 장비를 찬다면 두 번 치던 고양이를 한 번만 쳐도 되고, 여우도 한 두 방이면 되지 않을까? 오랜 롤플레잉의 재미가 이런 것이 아니었던가 싶다. 열혈강호의 재미는 이제 시작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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