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가 막을 내렸다. 개발도상국들은 2035년까지 받게 될 연간 3000억 달러(약 421조원)의 기후 지원금이 “턱없이 적은 금액”이라고 불평했다.
부유한 선진국 대부분은 상당한 규모로 보이는 합의안에 개도국이 불만을 품는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기존 분담금인 연간 1000억 달러(약 140조원)에 비하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많은 금액을 요구했던 개도국들은 최종 금액을 두고 현실적인 문제를 여럿 제기했다.
진통 끝 합의, 분열의 골은 여전
우선 금액이 부족하고, 지원 내용도 보조금과 대출이 섞여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또한, 부유한 국가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손을 내민 것에 대해서도 깊은 분노가 터져나왔다.
인도 협상 대표 찬드니 라이나는 협상이 타결된 후 다른 대표들에게 “턱없이 적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 문서는 겉보기만 그럴듯합니다. 이걸로는 전 세계가 직면한 엄청난 과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기후변화 회의론자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이보다 더 나은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개도국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선진국 측에서도 근시안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주장의 논지는 기온 상승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려면 부유한 국가들이 신흥국의 탄소배출 감축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배출량 증가분의 75%가 신흥국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내년 봄 발표될 새로운 계획에서는 향후 10년 동안 각국의 온실가스 제한 방법이 개략적으로 설명될 예정이다.
COP29에서 보다 관대한 현금 지원이 합의됐다면, 이러한 노력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 틀림없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혼란이 고조되는 시기인 만큼,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각국의 단합이 매우 중요하다. 금액을 둘러싼 분쟁이 부국과 빈국 사이의 오래된 골을 다시 벌려놓았다. 한동안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울화와 비통함이 느껴졌다.
존속부터 위태로운 COP 총회
200개 국가를 기후대응 자금에 관한 복잡한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일은 원래도 쉬웠던 적이 없다. 다만, 이번 개최국 아제르바이잔은 COP 진행에 참여한 경험이 전혀 없었던 만큼, 개최의 난이도가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석유와 가스를 “신의 선물”이라고 묘사한 것은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서방의 가짜 뉴스 언론”을 비난하며, 자선 단체나 정치인들이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직설적인 공격에 나선 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제르바이잔은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COP를 개최한 3번째 독재정치 국가가 됐다. 이와 관련해 개최국 선정 방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아제르바이잔은 아랍에미리트와 마찬가지로 국가 경제가 석유·가스 수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는 전 세계가 석탄·석유·가스 사용을 줄이려 노력하는 현재 상황과 상충되는 것으로 보인다.
고위급 협상가들은 과거 10년 통틀어 최악의 COP라고 불리는 이번 총회를 두고 비공개 석상에서 불만을 토로했다. 몇몇 고위급 기후대응 대표들은 이번 COP가 목적에 맞지 않는다며 총회 중간에 개혁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작성하기도 했다.
중국의 조용한 부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향후 기후 회담에서 미국의 역할이 불투명해졌다. 향후 4년간 미국의 빈자리가 예상되는 가운데, 누가 기후대응을 이끌게 될 것인지 관심이 쏠렸다.
현재는 중국이 후임을 맡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올해 COP에서 거의 침묵을 지켰다. 개발도상국에 제공하는 기후 재원 규모에 관해 처음으로 세부 정보를 공개하는 데 그쳤다.
중국은 여전히 유엔(UN)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거나 가난한 국가에 재정적 지원을 제공할 공식적 의무가 없다.
그러나, 중국은 기후 취약 국가에 자국의 기여금을 제공하는 협상안에 자발적으로 동의했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전반적으로 매우 섬세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Asia Society Policy Institute)의 리 슈오는 “중국은 글로벌 남반구 국가에 대한 재정 지원에 관해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앞으로 중국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추진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트럼프 대비' 기후 계획
트럼프 당선인은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곳곳에서 트럼프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 모인 협상단이 모두 동의하는 것은, 수년간 신중히 진행된 기후 협상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뒤엎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선진국의 재정 부담 계획이 2035년까지 설정된 것도 놀랍지 않았다. 협상단은 이렇게 먼 날짜를 설정함으로써 트럼프 퇴임 후 미국의 기여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기여자 기반을 늘리려는 노력도 트럼프 당선인을 염두에 두고 진행됐다.
자발적이긴 했으나, 중국이 협상 테이블에 동석함으로써 COP와 같은 국제 포럼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
싱크탱크 오디아이 글로벌(ODI Global)의 선임 방문연구원 마이클 제이콥스 교수는 “백악관에 앉은 트럼프가 다자간 기후 체제에 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그런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목소리를 높이는 활동가들
COP29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많은 환경 비정부기구(NGO)와 활동가들이 더 공격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자는 존 포데스타 미국 기후특사가 “부끄러운 줄 알라”는 말을 들으며 회의장에서 쫓겨나는 모습을 목격했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COP와 같은 복잡한 사안에 대응할 때 NGO의 도움을 받는다.
여러 활동가들은 총회가 진행되는 동안 거의 모든 협상안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라는 강한 압박을 가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모든 국가가 합의안에 동의한 마무리 단계에서 몇몇 국가의 연사들이 비판성 발언을 하자 큰 환호성이 나오기도 했다.
대립적 행동주의와 격렬한 논쟁이 향후 기후 회의의 새 표준으로 자리잡을까?
그 답은 다음 당사국 총회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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