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호, 김강률, 문성현(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프리에이전트(FA) 선수 20명 중 9명이 둥지를 틀었다. 7명이 A, B등급 FA였다. 시장은 이에 따른 보상선수 이적으로 한창 뜨거웠다. 덩치가 큰 FA가 하나둘씩 제 팀을 찾자, 시장은 금세 잠잠해졌다. 11일 장현식(LG 트윈스·B등급) 이후 2주 동안 노경은(SSG 랜더스·B등급) 한 명만 원소속구단과 계약 소식을 알렸을 뿐이다.
●부담
C등급 FA가 시장을 다시 달굴 수 있다. 8명(투수 4명·야수 4명) 중 우규민(KT 위즈), 최정(SSG) 등 2명이 원소속구단과 계약해 현재 6명이 남은 상태다. 우규민은 시장이 열리자마자 1호 계약을 맺었고, 최정은 개장 전 이미 SSG와 합의한 상태였다. 사실상 ‘C등급 FA 시장’은 아직 본격적으로 개장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C등급 FA와 계약은 부담이 덜하다. A, B등급 FA를 영입하는 구단은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보상선수 1명까지 내줄 각오 하에 FA를 품는다. 단, 20명 또는 25명밖에 보호하지 못해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반면 C등급 FA는 보상선수가 발생하지 않는 등급이다. 리그 규약에 따라 금전 보상(전년도 연봉 150%)만 뒤따른다.
당장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지만, 한발 물러서서 지켜보는 구단은 적지 않은 분위기다. 2025년 FA 승인 선수는 총 20명으로, 한 구단에서 영입할 수 있는 외부 FA는 최대 2명이다. 현재 외부 FA를 품은 한화 이글스, LG 등 2개 구단 중 한화는 2명을 모두 채웠다. 시장 철수를 선언하지 않는 한, 9개 구단이 외부 FA를 노릴 수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C등급 FA가 남아서 ‘시장에서 철수했다’고 못 박기 어렵다”며 “효율적 영입이 될 수 있는 선수가 적지 않아서 시장 상황을 살피다가 나설 구단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알짜
C등급 FA는 알짜 영입이 될 수 있다. 눈에 띄는 C등급 FA는 불펜투수다. 현재 시장에 남은 선수는 김강률(36), 임정호(34), 문성현(32)이다. 3명 모두 FA 권리를 처음 행사했지만, 연령 또는 전년도 연봉 순위에 따라 C등급을 받았다. 김강률, 문성현은 마무리투수, 임정호는 원 포인트 릴리프와 필승조 경험을 갖춘 수준급 불펜이다. 지금까지 LG, 롯데 자이언츠를 비롯해 불펜 보강에 열을 올린 구단이 꽤 나왔듯, 시장 상황과 맞물려 괜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내야수 서건창(35)과 외야수 김헌곤(35), 김성욱(31) 등 올 시즌 알토란같은 활약을 보여준 C등급 FA 타자 3명도 야수층 보강을 노리는 구단에는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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