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송각엽)는 지난 9월 12일 부산대병원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9년부터 부산대병원과 임용계약을 맺고 병원 부설 기관의 연구인력으로 근무해왔다.
A씨는 부산대병원과 세 차례 계약을 갱신했으며 지난 2021년 1월부터는 부산대병원의 새로운 연구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근로계약을 추가로 맺고 2022년 12월 31일까지 계약을 갱신했다.
이후 A씨는 지난 2022년 2월 임신했으며 같은 해 10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연차와 출산휴가를 사용했으나, 부산대병원은 12월 6일 A씨에게 계약기간 만료로 인해 면직된다고 통보했다.
A씨는 부산대병원의 통보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중노위는 재심 신청 끝에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며 A씨의 신청을 인용했다.
갱신기대권은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을 뜻한다.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4조 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으나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등 조건에 따라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면 해고의 의사표시나 해고예고와 같은 별도의 조치 없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나 판례에 따르면 계약갱신 절차·사유가 존재하거나 계약갱신규정이 없더라도 갱신에 대한 신뢰관계가 형성되면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병원 측은 임용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임용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근로계약 갱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반론하며 중노위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갱신권이 인정되더라도 해당 연구사업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므로 이것이 익숙하지 않은 A씨를 다른 인력으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을 인정하고 병원이 부당해고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계약직 임용 규정에서 ‘계약기간은 2년 미만으로 하되 필요시 재계약할 수 있다’며 계약 갱신에 관한 가능성을 분명하게 열어두고 있다”며 “특히 연구계약직 운영지침에는 ‘사업 특성상 연구과제 및 근로조건 등이 변동될 수 있음에 따라 매년 계약서를 작성해 관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간 진행되는 연구사업의 변화에 따라 연구원의 근로계약이 연 단위로 갱신되며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이전의 임용계약이 여러 차례 갱신됐다는 사정은 이 사건 근로계약에 관한 갱신기대권의 유무에 관해도 충분히 참작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수행할 연구과제의 내용과 성격이 본질적으로 변화하지 않은 2022년 말경에도 마찬가지로 충분히 계약 갱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 있었다”며 “원고의 주장과 단기간으로 정해진 근로계약 기간만을 형식적으로 준수하도록 하는 것은 연구원의 경력 단절을 초래함으로 기간제법의 예외를 둔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야기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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