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오는 26일 50주년을 맞이하며,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의 '百年樹人' 정신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 선대 회장이 1974년 자신의 사재 5540만원으로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십년수목 백년수인(十年樹木 百年樹人)'이라는 말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인재 양성을 통해 한국과 인류에 기여하고자 하는 비전을 지녔다.
최 선대 회장은 인재를 나무에 비유하며, 그들을 천천히 키우고 보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장학생들에게 어떠한 조건도 요구하지 않았고, 실용 학문보다 사회과학과 순수 자연과학을 중시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지성을 높여 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그의 신념을 반영한 것이다.
재단은 지금까지 5128명의 인재를 지원하며, 그 중 939명이 해외 유학의 기회를 얻었다.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인재는 무려 952명에 달한다. 최 선대 회장이 세운 원칙은 오직 인재의 가능성에 집중하는 것이었으며, 이념이나 출신 지역에 관계없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재단의 첫 해외 유학 장학생은 민주주의 연구의 권위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였다. 이후 하버드대의 박홍근 석좌교수, 예일대의 천명우 교수 등 많은 인재가 재단의 지원을 통해 세계적인 학자로 성장했다. 또한 고려대와 연세대의 총장도 재단에서 배출된 인재들이다.
재단은 실력만을 기준으로 장학생을 선발하며, 학생의 경제적 배경이나 사회적 지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초기 해외 유학생에게 제공된 장학금은 1인당 4만~5만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당시 선경 신입 사원의 25년 치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최 선대 회장은 “돈 걱정이 없어야 24시간 공부에 전념할 수 있다”며 장학금을 아끼지 않았다. IMF 외환 위기 당시에도 장학금 지급을 지속했다.
최 선대 회장은 재단의 이름에서도 SK나 선경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해, 홍보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재단의 출처에 대한 오해도 있었지만, 그는 그 의도를 굽히지 않았다.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재단 이사장으로서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사람이 경영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선대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다음 50년에도 지원받은 인재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올해 8월24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최종현 선대 회장의 20주기 추모 행사에서 "SK가 이만큼 성장한 것 자체가 선대회장이 훌륭한 경영인임을 입증한다"며 아버지의 경영 철학과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선대회장은 나라의 100년 후를 위해 사람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훌륭한 경영자라는 것은 아직 입증하지 못했으나 아버지가 훌륭한 경영자임은 입증된 것 같아 기쁘다"며 아버지의 유산을 이어받아 새로운 학술재단인 가칭 '최종현 학술원'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우리가 더 큰 꿈을 꾸고, 더 크게 성장하며, 더 큰 행복을 만들 수 있겠다는 용기가 있는 한 선대회장님이 꿈꾸신 일등국가를 만드는 주역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의 50년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는 최종현 선대 회장의 비전과 인재 양성에 대한 헌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며, 앞으로도 한국 사회와 세계 곳곳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인재들이 계속해서 배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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