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먹히는 밸류업 약발...국장서 떠나는 개미·외국인

안 먹히는 밸류업 약발...국장서 떠나는 개미·외국인

투데이신문 2024-11-25 11:00:26 신고

[사진출처=뉴시스]
[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연초 정부가 한국 증시의 오랜 저평가, 이른바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자 추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트럼프라는 복병을 만났다. 이에 증권 유관기관 등이 5000억원 규모의 기업 밸류업 펀드를 조성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단기적 조치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4조7000억원 순매도에 이어 이달 20일까지 약 2조2000억원 넘게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장 회사 전체 시가총액의 20%에 달하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외국인들의 매물이 쏟아지며 국내 증시를 끌어내렸다. 

이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칩스법’ 폐기와 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열위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진 탓으로 분석된다. 이에 삼성전자가 지난 14일 주가 방어를 위해 시가총액의 2.8%에 해당하는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외국인들은 이날도 약 600억원을 매도했다. 

이와 관련 세종대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는 “시장이 인공지능 성장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인공지능과 관련된 HBM 반도체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실망감으로 외국인들이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른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원·달러 환율도 당분간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대가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지며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이 같은 상황에 외국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도 국내 증시에서 해외로 자금을 옮기며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대외금융자산(대외투자)은 전 분기 말 대비 1183억달러 늘어난 2조5135억달러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중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는 646억달러 늘어난 9963억달러로 1억달러를 목전에 뒀다. 이는 미국 증시 호조와 높은 환율 등에 주로 기인한다.

외국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도 한국 증시를 떠나는 움직임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지난 21일 2000억원 규모의 밸류업 펀드를 투입한 데 이어 3000억원 규모의 2차 밸류업 펀드도 구성해 추가로 투입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주요 투자 대상은 밸류업 지수 상장지수펀드(ETF) 및 지수 구성 종목, 지수 미편입 밸류업 공시 종목이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펀드 조성 및 투자 관련 “밸류업 관련 투자문화 확산 및 증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밸류업 펀드 투입이 일시적인 조치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트럼프 당선 이후 국내 증시 자금이탈 현상은 심각한 수준으로 계획한 밸류업 펀드 규모로는 단기적인 상승재료에 불과하다”면서 “코리아디스카운트라는 국내 증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세제 혜택 확대를 비롯한 강력한 부양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법상 회사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으로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두고 개인투자자와 기업 간 이견이 큰 것도 주식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은 주주권익 보장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하고 있지만 재계가 긴급 성명을 내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어 정부의 정책적 혼선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실망감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앞서 재계는 상법 개정이 행동주의 펀드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에 과도한 경영권 개입을 우려했다. 기업이 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와 고용에 집중하지 못해 경쟁적 저하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 영향에서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 김병환 위원장은 KBS 시사프로그램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기업 경영이나 자본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을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재계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 위원장은 “밸류업 기업들이 배당을 할 경우 법인세, 배당의 소득세를 낮춰주는 법안들이 국회에 나와있어, 통과 시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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