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고려대 의대 "조증 98%, 우울증 80% 정확도로 예측"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일기예보처럼 내일의 기분을 미리 알려주는 기술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계산과학연구단 의생명수학그룹 김재경 CI(그룹장) 연구팀은 이헌정 고려대 의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오늘의 수면 패턴을 토대로 내일의 기분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기분 장애는 수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장거리 비행 후 겪는 시차 피로나 일출 시각의 계절적 변화에 따른 수면리듬 불균형 등은 기분 장애 환자들의 기분 삽화(전반적인 정신·행동의 변화가 나타나는 기간으로 울증과 조증 등이 있음) 재발을 유도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수면 데이터를 이용해 기분 삽화를 예측하려는 연구가 시도되고 있지만, 수면 패턴뿐만 아니라 걸음 수, 심박수, 위치정보시스템(GPS)을 활용한 이동성 등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해 수집 비용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잠을 잔 시간과 깨어있는 시간을 기록한 데이터를 이용해 적은 비용으로도 효율적으로 기분 삽화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우울증·조울증 등 기분 장애 환자 168명의 웨어러블 기기로 기록된 평균 429일간의 수면-각성 데이터를 수집한 뒤 생체리듬(24시간 주기를 따르는 몸 내부의 리듬으로, 빛과 같은 외부 신호를 받아들여 수면·각성과 같은 생체활동의 리듬을 조절하는 것)과 관련된 지표들을 추출했다.
이어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당일의 수면 패턴을 토대로 다음날의 우울증과 조증, 경조증 정도를 각각 80%, 98%, 95%의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생체리듬 변화가 기분 삽화를 예측하는 핵심 지표임을 확인했다.
생체리듬이 늦춰질수록 우울 삽화의 위험이 증가하고, 반대로 과도하게 앞당겨지면 조증 삽화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오후 11시에 자고 오전 7시에 기상하는 생체리듬을 가진 사람이 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게 되면 우울 삽화의 위험이 증가하는 식이다.
이 기술은 계절성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광선치료 등 실제 임상 현장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헌정 교수는 "기분 장애 환자들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맞춤형 수면 패턴을 추천받아 기분 삽화를 예방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npj 디지털 의학'(NPJ Digital Medicine) 지난 1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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