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염재인 기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이 가시화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향방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조 회장은 리더십 증명에도 불구하고, 낮은 지분율로 인해 경영권 불안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승리로 끝난 과거 경영권 분쟁 사건에 비춰볼 때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향후 경영권 안정화를 위해 합병 시너지 창출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는 조만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한 최종 승인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두 부문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내세웠던 EC는 최근 대한항공 측에 유럽 4개 노선의 '여객 이관' 요건이 충족됐다고 통보한 바 있다. 나머지 승인 조건인 '화물사업부 매각'에 대한 EC 심사가 종결되면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 필수 신고국에 대한 모든 승인을 완료, 본격적인 합병 작업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미국 법무부(DOJ)의 경우 양사 합병에 대해 독과점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승인으로 간주한다. 사실상 EC의 최종 승인이 합병의 마지막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기업결합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조 회장의 리더십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항공업이 위기에 몰린 2020년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단을 내린 바 있다. 통합 항공사 출범이 장기적으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이에 조 회장은 독과점 등 일부 부정적인 여론과 EC의 조건부 승인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우려를 불식시키며 합병 추진에 속도를 냈다.
조 회장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참석차 두바이를 방문한 지난 6월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요구한 모든 것을 했다"며 "더는 양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 시정 조치를 충실히 이행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조 회장의 리더십과 관련해 "조원태 회장에 대한 검증의 시간은 이미 끝났다"며 "화물 운송의 가능성을 조 회장의 리더십을 통해 발견됐다. 또 선대 회장들이 하지 못했던 양대 항공사 합병 등을 추진력 있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원태 리더십'이 일회성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재확인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당시 빈 여객기를 화물 수송에 활용하며 위기 극복에 나섰다. 2020년 5월부터 여객기 객실의 천장 수화물칸을 활용해 항공화물을 운반했다. 2020년 6월부터는 '카고 시트백'(Cargo Seat Bag)을 활용해 기내 좌석 공간에도 화물을 실어 옮기는 전략을 폈다. 실제 2019년 20.8% 수준에 불과했던 화물 노선 비중은 2020년 57.4%, 2021년 76.5%까지 확대됐다.
굳건한 리더십과 달리, 낮은 지분율 등 경영권 불안에 대한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조 회장의 지분율은 5.78%로 미미하다. 심지어 한국산업은행(10.58%)보다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친족과 계열사 등 특수관계자 우호 지분을 더해도 19.05%에 불과하다.
특히 HMM 등 매각 이슈가 산적한 산은이 합병 이후 지원금 회수에 나선다면 조 회장은 또 다른 우군 확보에 나서야 한다. 산은은 2020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결정을 계기로 조 회장 체제에 힘을 실어주며 판세를 뒤집은 바 있다. 이에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 등 3자 연합(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은 경영권 싸움에서 물러나며 일단락됐다.
과거 사례를 고려할 때 향후 조 회장의 경영권이 크게 위협받을 가능성은 적을 것이란 의견이 제기된다. 다만 경영권 안정화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성과 창출이 중요할 전망이다.
황 교수는 "과거 강성부 펀드를 통해서 경영권에 대한 도전이 있었지만, 조 회장과 우호 지분이 잘 방어했다"며 과거 실패한 사례로 남았기 때문에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든지 KCGI 같은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이 대한항공 경영권을 무리하게 뺏으려는 방식은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한항공뿐만이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지속 성장하고 좋은 실적을 도출해야 하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원리 원칙이다. 어려움에 봉착하거나 실적이 악화될 경우 경영권을 뺏기 위한 세력들의 타깃이 될 수 있다"며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도출하고 이러한 것들이 실적 등에 반영된다면 조 회장의 리더십과 경영권은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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