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황재희 기자] LG그룹이 올해 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자를 내지 않아 예상 밖의 행보라는 반응이 나온다. 당초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유력한 차기 부회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일각에서는 업계 예상과는 달리 구광모 LG그룹 회장 마음속 제 3의 인물이 있어 부회장 승진자가 없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부회장단 세대교체를 위한 숨 고르기 행보로 이미 차기 부회장으로 점찍은 인물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LG, 임원 승진 줄자 부회장 승진 '0명'
LG그룹은 지난 21일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계열사 경영진 대부분을 유임시키고 승진 규모를 축소하는 안을 발표했다.
그룹 내 전체 승진 규모는 지난해 139명에서 올해 121명으로 18명 줄어들었고 신규 임원 수도 지난해 99명에서 올해 86명으로 13명 감소했다. 임원수가 줄면서 최고 임원인 부회장 승진자는 올해 나오지 않았다.
LG그룹은 지난해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용퇴로 올해는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투톱체제로 운영돼 왔다. 이에 따라 빈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차기 부회장 후보로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거론됐다. 문제는 두 사람 중 누구도 부회장으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었다.
조 사장은 구 회장의 경영철학인 도전적 목표를 기반으로 LG전자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주도하며 가전의 한계를 벗어나 B2B(기업간거래) 사업으로의 체질 개선과 변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사장은 전사적 비용 절감 노력과 신속한 중국 광저우 LCD(액정표시장치) 공장 매각 등을 통해 흑자 전환 속도를 높이고 실적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회장으로 손색없다는 평이다.
구광모표 인사, ABC 기반 '미래' 키워드에 초점
이런 상황에서 구 회장의 선택은 4가지로 좁혀진다. 실적 면에서 검증된 조 사장의 부회장 승진과 위기 대응 능력이 뛰어난 정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다. 또한 두 사람 모두 부회장 승진, 부회장 승진 철회다. 고심에 빠졌던 구 회장은 마지막 안을 택했다.
면밀히 살펴보면 구 회장이 조 사장과 정 사장 모두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지 않은 이유는 올해 LG그룹 인사 기조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LG의 올해 인사는 임원 수를 줄여 조직 슬림화와 경영 효율화를 추구하는 게 핵심이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면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부회장으로 승진시킬 경우 기존 2인 체제 부회장단은 현재의 2배인 4인 체제가 된다.
구 회장이 취임 이후 초기 6명의 부회장단에서 그 규모를 해마다 줄여나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비대한 부회장단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LG그룹에겐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다.
게다가 이번 LG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미래'다. 구 회장은 그룹의 중장기 성장을 위해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를 중심으로 변화와 혁신을 가속화하는데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전체 신규 임원 중 23%인 28명이 ABC 분야에서 배출됐다. 부회장 승진자라면 적어도 ABC 전략의 확산에 기여하거나 이를 그룹 전체에 확산시킬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는데 조 사장과 정 사장은 여기서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3의 부회장 후보로 홍범식 LGU+ 사장 거론
변화 과정에 있는 LG의 상황을 고려해 차기 부회장감 후보로는 또 다른 인물이 거론되기도 한다.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같은 정통 LG파가 아니라 그룹 내 변화의 속도를 높여줄 제 3의 참신한 얼굴이다. 주인공은 홍범식 ㈜LG 경영전략부문장 사장으로 이번 임원 인사에서 LG유플러스 사장 자리를 꿰차면서 대내외 주목을 받고 있다.
홍 사장은 1968년생으로 컬럼비아대 석사를 졸업한 해외파다. SK텔레콤 신규사업개발그룹장(상무), 올리버와이만 대표,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대표 등을 역임했다. LG에서는 경영전략부문장 사장으로 그룹의 전략을 책임지며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홍 사장의 이력 가운데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했다는 점과 LG경영전략팀 근무는 구 회장과도 유사한 행보를 보여 원활한 소통이 기대된다.
현재 LG그룹은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각각 그룹 전체의 경영전략과 ABC 신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이중 신 부회장은 구 회장이 외부에서 영입한 1호 인물로 ABC 전략을 가속화하면서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만약 수년 내 홍 사장이 LG 부회장으로 승진할 경우 이력으로 볼 때 권 부회장이 맡았던 역할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40대 중반으로 비교적 젊은 구광모 회장이 자신의 경영 색깔과 성과를 더 확실히 하기 위해 부회장단 역시 세대교체를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다만 홍 사장이 LG 부회장으로 승진하기 위해선 먼저 LG유플러스에서 경영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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