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목표 삼아온 건전재정을 뒷전으로 밀어둬야 할 정도로 내수부양이 시급해졌단 의미로도 받아들여져, 추경론의 불씨는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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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수출 증가세 둔화, 내수 회복 지연에 경기는 악화일로다.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에선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0일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0%로, 올해 전망치는 2.5%에서 2.2%로 내렸다. 이데일리가 24일 경제전문가 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선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1.9%로 1%대로 주저앉을 것이란 결과도 나왔다.
내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3각 파고’ 역시 예고되면서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단 평가다.
만일 정부가 추경을 단행한다면 전액 적자국채 발행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2년 연속된 대규모 세수펑크에 곳간이 바닥나 재정여력이 없어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 정부안을 편성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 적자 비율을 2.9%로 맞췄지만,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이 이뤄지면 법제화를 추진 중인 재정준칙 한도(3.0%)를 넘어설 공산이 커진다.
추경을 통해 확보한 예산은 양극화 해소와 내수부양 차원에서 서민·중산층,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을 위한 ‘핀셋’ 지원으로 투입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건전재정에서 확장재정으로 선회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단 데엔 동의하면서도 당장 내년도 본예산안부터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국회가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을 지킨 경우가 별로 없지 않나”라며 “시간이 촉박해도 야당을 설득해 내년 본예산안을 조정해서 윤석열정부가 주력할 양극화 해소 등에 예산을 더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산에서 추경 얘기를 흘리는 식으로 정책기조를 바꿔선 안된다”며 “허심탄회하게 국민에 대외여건 상황을 설명하고 정책기조를 불가피하게 바꾸겠다고 알리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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