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진호 정치에디터] 페루와 브라질 등 남미 순방을 마치고 지난 21일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수 장관’과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정무라인을 대거 교체할 것이란 전망이어서 여야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법원에서 유죄선고를 받고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는 데 대한 야당 의원들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어서 국회 청문회를 받지 않아도 되는 용산 대통령실 참모진 인사가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임기반환점(11월10일)을 앞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개각 및 인적 쇄신을 공식화한 만큼 개각도 해야겠지만 국회 예산심의가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것은 무리이고, 대통령실 참모진 개편은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검증작업을 계속해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르면 25일 전후 대통령실 인적개펀할 것...내년예산 처리이후 개각 수순
구체적으로 이르면 이달 말 국회 청문회 대상이 아닌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고,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되는 대로 국무총리와 부처 장관을 지명하는 수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총리에 누가 지명될 것이냐다. 특히 총리는 우리 헌법에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위상을 갖지만, 국회의 임명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른 부처 장관은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국회가 반대해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하지만 총리는 국회가 반대하면 임명할 수 없다.
현역 국회의원 정원 300명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 수는 108명에 불과한 반면 범야권 국회의원은 192명에 이른다. 따라서 여당 소속인 대통령이 총리를 지명해도 야당의 동의를 확보하려면 150명 이상 국회의원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정치권에서 차기 총리 후보자 조건으로 전·현직 국회의원을 최우선적으로 꼽는 이유가 바로 야당 의원들을 향해 '동료애'를 읍소하며 동의를 얻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총리에 지명해도 야당 국회의원들이 크게 반발하지 않을 만한 사람이라야 한다는 점에 방점이 찍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호남출신 인사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법원의 유죄판결로 현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이 엄청나게 부풀어오른 야당의 동의를 얻어내려면 호남출신 인사를 총리로 지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총리후보에 6선의 주호영 국회 부의장 가장 유력...권영세, 이철우, 이정현 물망
이런 기준으로 볼 때 현재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 가운데 현역 국회의원 중에서는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가장 유력하고, 그 뒤를 이어 대선에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5선의 권영세 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전직 국회의원으로는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뒤 재선 경북도지사를 지내고있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그리고 호남 출신으로 상징성이 있는 이정현 전 국회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대선 경선에서 서로 맞붙었던 경쟁상대였다는 걸 생각하면 총리지명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이들 가운데 주호영 국회 부의장은 6선 국회의원으로서 TK지역 국회의원이지만 온건하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야당 국회의원들과도 적지않은 교감을 해온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주 부의장은 올해부터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과 함께 ‘상생과통일포럼’ 공동대표를 맡는 등 여야를 아우르는 의정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4년 출범한 상생과통일포럼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함께 하며, 다가올 통일시대를 대비하고 사회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경제계·언론계·학계·법조계·산업계 등 각계의 다양한 영역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인사들이 정기적인 포럼 행사 등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며 새로운 가치와 리더십을 창출하는 연구단체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선거대책위원회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권영세 의원은 이른바 ‘개국공신’으로 정부 출범초기에 통일부 장관으로 일했다. 지금도 윤석열 대통령이 가끔 정치적 자문을 할 만큼 친윤계 의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개각설이 나올 때 마다 총리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친윤 색깔이 너무 짙은 게 야당의 인준동의를 받는 데 핸디캡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직 국회의원 가운데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지사는 윤 대통령과 사석에서는 호형호제하며 지낼 정도로 친밀할 뿐 아니라 3선 국회의원으로서 야당의원들과도 접촉면이 많은 게 강점이다. 최근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추진하며 윤 대통령을 포함한 대통령실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을 정도로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지사는 이번 윤 대통령의 페루 브라질 등 남미순방에 동행, 윤 대통령과 정무적인 대화를 많이 나눈 것으로 전해져 이같은 추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장수장관 교체대상...이상민 행안부, 이주호 교육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교체될 듯
이번에 개각 대상이 되는 장관은 구체적으로 이른바 '장수 장관'에 대한 교체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최우선 대상이다. 9개월째 비어있는 여성가족부 장관 자리도 인구전략기획부 신설과 맞물리면서 전주혜 전 의원과 신영숙 여가부 차관 등이 거론되고 있어 이번에 채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행정안전부 장관 후임으로 경찰 출신의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여권에서는 개각 폭 역시 매우 유동적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윤 대통령이 예고한 국정쇄신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참신함과 함께 야당의 날선 검증공세을 통과할 만큼 경륜과 청렴함을 갖춘 인재를 얼마나 발굴할 수 있느냐에 개각 규모가 좌우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반해 대통령실의 인적쇄신 시기도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고, 규모는 예상보다 상당히 커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폴리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시기는 이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오는 25일을 전후해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 방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야당과 대국민담화에서 약속한 인적 쇄신에 나선 여권이 극명하게 대비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국정안정에 더욱 무게를 둘 경우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개각과 함께 대통령실 인적쇄신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은 지난 윤 대통령의 남미 순방 기간(14일~21일) 중 개각 대상이 되는 부처 장관과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포함한 수석급 참모들을 대상으로 한 인사 파일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예고한 ‘인사쇄신’이란 말에 걸맞는 대대적인 인사에 대비한 사전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용산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차근차근 인사쇄신을 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민정수석실이 인재풀 관리와 검증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며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순차적으로 개각내용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정진석 비서실장 교체대상...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합류여부 주목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내각부처 장관과 달리 대통령실 참모진은 윤 대통령의 재량으로 임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폭이상 교체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교체대상으로는 정진석 비서실장은 물론 재직 기간이 오래된 수석, 언행 등과 관련해 일부 논란이 있는 수석·행정관 등이다.
대통령실 인적쇄신에서는 지난 4.15총선 직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맡은 정친석 실장이 교체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후임으로 유력하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무엇보다 이른바 '김건희 라인'으로 지목된 비서관·행정관이 교체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예를 들면 음주운전으로 징계받고 복귀해 논란이 됐던 강기훈 국정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 대한 인사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여기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외교안보 라인의 일부 교체도 예상된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행정관 수십명이 면직 형태로 물갈이될 수 있다”면서 “일부 참모의 경우 자진 사퇴 형식으로 대통령실을 떠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