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경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권의 총선 참패 원인이자 최대 취약처로 지목되는 ‘중·수·청’ (중도, 수도권, 청년) 층의 민심은 여권에 여전히 차가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민의힘은 여러 정책행보를 통해 중·수·청 표심을 얻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즉각적인 반향은 나오지 않고 있다.
결국 정부여당의 최대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평가되는 ‘김건희 리스크’ 해결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금껏 ‘중·수·청’ 민심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다. 당 인재영입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수도권비전특별위원회를 설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중수청의 민심은 국민의힘에게 여전히 차가운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이재명 대표의 1심 판결 이후로도 거의 변하지 않아 ‘반사이익’마저 여당이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의 1심 판결이 있었던 15일 이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 비해, 15일 이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전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0%에 그쳤으며, ‘중·수·청’에서의 대통령 지지율은 10%대에서 요지부동이다. 여당 지지율에서도 비슷한 보합세가 나타나 이 대표의 판결로 인해 여당이 입은 반사이익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1심 유죄 판결에도 중수청 尹 지지율 10%대에 그쳐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이 대표 선거법 1심재판(15일) 이후인 지난 3주차인 19일~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을 물은 결과, '중도층'에서 긍정평가는 11%에 불과했다. 전체 긍정평가가 20%인 것에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중도층에서의 부정평가는 무려 80%에 달했다.
지역별로도 여당이 취약한 '서울, 수도권'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서울 19%, 인천·경기 16%에 그쳤다. 연령별로도 1'8~29세 청년층'에서는 긍정평가가 6%, 30대에서는 긍정평가가 14%에 그쳤다. 전체 직무수행 지지율이 20%인 것을 고려하면, 크게 이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는 이 대표의 1심 선고 전 조사해서 당일 15일 발표된 조사에 비해 크게 변하지 않은 수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앞서 한주 전인 지난 12일~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물은 결과 긍정평가는 전체 20%인 반면, 중도층 12%, 서울 18%, 인천·경기 19%, 연령별로도 18~29세 청년층 긍정 5%, 30대 긍정 17%에 그친 바 있다.
이 대표 선거법 1심선고 직전 조사에서도 재판 이후 조사와 같은 흐름을 보여, 이 대표 유죄판결이 윤석열 대통령의 긍정평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셈이다.
이는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 지지율이 여당의 텃밭인 TK와 부울경에서 각각 4%p, 5%p씩 소폭 상승한 것과는 대조되는 결과다. 이 대표 1심 선고로 인해 친윤-친한 갈등이 잠잠해지고 당정 분열 기조가 약화되면서 영남권 지지율이 제자리를 찾은 것이지, 여권이 전체적으로 반등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여당 지지율도 ‘중·수·청’에서 요지부동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중도층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9~21일 조사에서 19%, 지역별로 서울은 26%, 인천·경기 26%를 기록했다. 전체 조사에서 여당 지지율이 28%인 것에 비교하면 꽤 낮은 수치다. 연령별로는 18~29세에서서 11%, 30대 21%에 그쳤다. 이는 12~14일 조사에 비해 크게 변하지 않은 수치로, 12~14일 조사에서 중도층 국민의힘 지지율은 19%, 지역별로는 서울 24%, 인천·경기 26%, 연령대별로는 18~29세 14%, 30대 18%를 기록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과 마찬가지로 여당의 지지율 역시 이재명 대표의 1심 유죄 선고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다.
이에 25일 다가오는 위증교사 재판에서 이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여당이 취약한 ‘중·수·청’에서의 지지율 상승이라는 반사이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훈, 정책행보 통해 중수청 민심잡기 나섰음에도 지지율 요지부동
여당 또한 반사이익을 노리지는 않겠다는 태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 입장문에서 “우리는 반사이익에 기대거나 오버하지 않고 민심에 맞게 변화와 쇄신하고 민생을 챙기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한 대표는 최근 18일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기업 격차, 민생회복 등을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한 대표는 간담회에서 기업 부담 경감을 위한 대출금리 인하와 육아휴직시 대체인력 지원을 약속했다.
19일에는 한국노총 사무실을 직접 찾아 정년연장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등 노동 현안 또한 논의했다. 지난 22일에는 민생경제 점검 당정협의회를 열고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약속하기도 했다. 정책 행보를 통한 중도 확장을 꾀해 답보 상태의 여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청년층 사이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동덕여대 사태’에 대한 평가도 내놓았다. 한 대표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 입장문에서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관련한 사태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있는 걸로 안다”며 “남녀공학으로 전환을 하든 안 하든,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 용납될 수는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학교의 시설물을 파괴하고 취업박람회장 등을 난장판으로 만들어서 학교 재산상의 피해를 끼치고 타인의 소중한 기회를 박탈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미 벌어진 재산상의 피해 등에 대해서 ‘폭력 사태 주동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원칙에 따라 처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한 대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중도 확장 행보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것에는 당내 정치적인 상황이 꼽힌다. 한 친한계 의원은 한 언론과의 23일 통화에서 “지금은 너무 정치적인 상황에 휘둘려 있기 때문에 한 대표가 민생을 강조해도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대통령이 한 대표의 쇄신 요구에 대한 확실한 답을 한 상태라기보다 이제부터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 아닌가. 답보 상태라면 큰 반전이 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 62.9%, 국정 난맥상 책임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돌려
결국 여당의 최대 리스크인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가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여사 리스크를 놓고 민주당의 프레임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여당이 ‘내로남불’이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공정 원칙에 맞춰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김 여사 관련 논란 해결이 여권의 국정 쇄신 드라이브의 핵심 키라는 것은 정치권의 일반적인 명제로 꼽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9일~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에게 물은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 부정 평가자 중 14%는 ‘김건희 여사 문제’를 꼽았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중도 퇴진 여론 또한 높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151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59.0%는 '조기 대선 찬성'이라고 응답했고, 31.0%는 '조기 대선 반대'를 선택했다. 그리고 현재의 국정 난맥상에 대한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 부부 책임’이라는 응답이 62.9%를 차지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 이대로 갈 수 없어…여권 쇄신의 필요조건”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이에 대해 20일 서울 여의도 본사 스튜디오에서 가진 <민심레이더> 에서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는 법카 10만원 가지고 150만원 기소 이렇게 나왔지만, 김건희 여사는 명품백, 도이치모터스 다 불기소 이렇게 나왔다”며 “공정성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25일 이재명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이후에 (민심의 파고가) 28일 김건희 특검법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민심레이더>
김 대표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김건희 리스크를 덮지 못한다. 김 여사 리스크가 윤석열 리스크의 핵심”이라며 “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지 않으면 윤은 어떤 쇄신책도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리뭉실 넘어갈 수 없다. 이재명 대표의 판결에 대해 공정하다는 여론과 공정하지 않다는 여론이 비등비등한데,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공정하다는 여론이 훨씬 높았다. 김건희 여사로 인해 재판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나오는 것”이라며 “그냥 넘어갈 수 없고, 특별감찰관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냥 넘어가려 하다가는 여권 전체가 공멸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역시 <민심레이더> 에서 “정치적 구도에서 놓고 보면 김건희 여사 건은 이재명 대표하고는 순망치한 관계”라며 “이재명 대표 측에 1심 판결이 남으로 해서 그런 순망치한 관계로서 상호 간에 지탱해오는 받침대가 무너진 게 돼버렸죠. 그래서 더더욱 김건희 여사의 법적인 문제는 그냥 현재 방식대로 가기에는 국민들이 참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민심레이더>
그러면서 홍 소장은 “이재명 2심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 판결로 인해서 김건희 여사 문제를 덮는다. 제가 볼 때는 불가능하다”면서 “오히려 국민들은 만에 하나 어떤 형태로든 2심에 어떤 식으로 판결이 나오면 그다음 국민들의 관심은 이재명 세 번째, 네 번째 재판보다도 김건희 쪽으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홍 소장은 “절대로 이재명 대표 건으로 김건희 여사 건을 덮을 수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건의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국민들 눈높이에 맞게끔 합당하게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쇄신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사의 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CATI)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1.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편, 이번 조사의 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CATI)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2.2%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편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활용한 무선 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2.9%로 집계됐다. 보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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