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카드론 잔액이 42조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경신하면서 카드사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카드론은 수익이 큰 만큼 위험하므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분야인데, 카드사들이 당장의 수익을 좇아 카드론 영업비중을 늘린다면 추후 부실여신으로 인한 건전성 악화 등의 문제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카드론이란
카드론은 신용카드 회사가 제공하는 신용대출 서비스를 말한다. 주로 신용카드 사용자가 별도의 담보 없이 카드 한도를 기반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금액과 금리는 신용카드 사용자의 신용도에 따라 심사 과정을 거쳐 개별적으로 산정된다.
대출 한도는 보통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가능하며 개인의 신용등급과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부분을 대출로 사용할 수 있다.
대출 절차는 신용카드 발급 후 특별한 서류나 추가 보증 없이 전화나 인터넷 뱅킹, 카드사 웹사이트 등을 통해 손쉽게 신청할 수 있으므로 간단하고 빠른 편이다.
대출 금리는 은행 신용대출보다 높고 현금서비스보다 낮은 편이다. 보통 연 6~20% 수준이며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금리가 높아진다. 지난달 말 기준, NH농협카드를 제외한 8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4.44%로 전달 대비 0.13%포인트 올랐다. 우리카드가 15.39%로 가장 높았고, 롯데카드 14.93%, 삼성카드 14.79%, 현대카드 14.48% 등 순이었다.
상환기간은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5년까지 가능하다.
분할상환이 가능해 한 번에 모든 대출금을 갚을 부담을 덜 수 있다.
최근에 카드론이 늘어난 이유는 시중 은행들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풍선효과'로 카드사의 카드론 이용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이 대출을 줄이면, 자금이 필요한 개인이나 기업은 은행을 대신해 대출해줄 존재를 찾게 된다. 또한 은행이 대출 심사를 강화할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심사 절차가 간소하고 빠른 카드론에 수요가 몰리게 된다.
한마디로 급전이 필요한 중‧저신용자들이 카드론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카드론이 늘면 무엇이 문제일까?
카드론은 금리가 높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2003년 카드 대란 사태를 떠올릴 수 있다.
당시 카드 대출을 포함한 신용카드 과잉 발급과 부실 관리가 원인으로 작용해 가계부채 위기로 이어졌다. 정부가 1999년 내수 진작을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 장려하면서, 카드사들이 공격적으로 카드를 발급했고 느슨한 심사 기준을 적용했다. 심지어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도 카드 발급을 남발했다.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이용이 급증했다.
카드사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고금리의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과도하게 제공했는데, 이는 결국 많은 사람들이 과도한 부채를 떠안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2003년 초가 되자, 일부 카드사의 연체율은 10%를 넘어섰고 카드사들의 재정 상황이 악화됐다. 가뜩이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계소득이 줄거나 멈춘 상황에서 과도한 카드 대출은 일반 가계에 큰 부담이 됐다.
결국 2003년부터 2004년까디 다수의 카드사가 파산하거나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었다. 특히 업계 1위 LG카드가 파산해 신한카드에 흡수합병되면서 충격을 안겼다. 또 많은 가계가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대출을 갚지 못해 400만명에 달하는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다.
카드사의 부실은 금융권 전반으로 퍼져나갔고 경제 전체의 신용 위축을 불러왔다. 소비가 위축되고 내수가 침체에 빠지게 된다.
이 사태 이후 한국 정부와 금융당국은 카드 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신용카드 발급기준 강화 △대출 한도 규제 △가계부채 관리 정책 강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양날의 검' 대환대출
최근 카드론 중에서 대환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면서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에 공포를 자아내고 있다. 대환대출은 카드론을 갚지 못해 카드론을 빌린 카드사에 다시 대출받는 것을 말한다.
주로 더 낮은 금리나 유리한 조건으로 기존 대출을 갚기 위해 사용된다. 가령 A은행에서 5% 금리로 대출을 받은 고객이 B은행에서 3% 금리로 대출을 받아 A은행의 대출을 갚는 경우가 해당된다.
그런데 대환대출은 일장일단이 있다. 잘 사용하면 카드사와 고객 모두 윈윈하는 만능열쇠가 될 수 있지만, 남용하면 카드사 재정건전성에 독이 된다.
만일 대출자가 기한 내 원금이나 이자를 금융기관에 상환하지 못하면 해당 대출은 부실여신(부실채권)으로 분류된다. 연체율 상승이나 대출 연장 횟수 증가 등은 부실여신으로 분류될 가능성을 높인다.
카드사는 기존 대출이 연체 상태이거나 상환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 대환대출을 통해 기존 대출을 그대로 갱신할 수 있다. 그러나 갱신 이후에도 차주의 상환 능력이 없어 대출에 계속 연체 상태에 머무르면 부실여신 금액이 증가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여신 관리를 회피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카드사는 대환대출을 신규 취급으로 처리하는데, 그러면 기존 대출의 연장이 아니라 새로운 대출로 간주되며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정상여신으로 잡힌다. 연체 이력이나 부실 여부와 무관하게 새로운 대출로 기록돼 부실여신비율에 영향을 주지 않게 된다.
다만 이 경우가 성립하려면, 카드사는 기존 대출과 명확히 구분되는 별도의 새로운 계약 조건(금리, 상환기간 등)을 적용해야 하며 대출자의 신용평가를 재진행하고 담보가 있다면 해당 담보 가치를 재평가해 신규 대출 조건에 반영해야 한다.
카드사는 이런 방식으로 연체율 관리와 부실여신비율 개선을 꾀할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도 신용등급을 유지 또는 개선할 수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규제선상에도 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럼 대환대출의 신규 취급이 '만능열쇠'일까? 그렇지 않다.
아무리 대환대출을 신규 취급해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대출자의 상환 능력이 실질적으로 부족하다면 장기적으로 부실여신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는다. 대환대출 만기는 대개 1년 이상을 넘지 않으므로 1년 안에 똑같은 상황이 연출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카드사가 당장의 부실여신비율을 낮추려고 대환대출을 과도하게 신규 취급으로 처리하면 잠재적인 부실 리스크를 쌓는 셈이 된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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