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못 먹을지도] ⑨ 기록적 폭염·폭우에 곰팡이 핀 제주콩

[내일은 못 먹을지도] ⑨ 기록적 폭염·폭우에 곰팡이 핀 제주콩

연합뉴스 2024-11-24 07:00:13 신고

이달 들어서만 콩 관련 피해 접수 800건↑…"절반 이상 비상품"

[※ 편집자 주 = 기후위기가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우리 삶에 가져온 변화를 느끼는 데는 둔감합니다. 언제든지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미 밥상에는 뚜렷한 변화가 왔습니다. 어릴 적 식탁에서 흔히 보이던 단골 국과 반찬이 어느새 귀한 먹거리가 됐습니다.밥상에 찾아온 변화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짚어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기사를 송고합니다.]

제주식 콩국 제주식 콩국

[촬영 백나용]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척박한 제주 땅에서도 잘 자란 작물은 메밀 말고도 콩이 있다.

제주에서 콩 재배는 다른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 필수였다.

콩과 작물은 뿌리혹박테리아라는 질소 고정 박테리아가 기생하고 있어 33㎡당 질소비료 약 1㎏을 만들어 낸다.

이로 인해 콩을 심은 밭에 보리나 조를 심으면 잘 자랐다.

콩은 땅의 힘을 강하게 했을 뿐 아니라 제주인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밥상의 친구이기도 했다.

늦가을에 수확해 말린 콩으로 만든 가루를 물에 곱게 갠 뒤 무, 배추와 함께 푹 끓여 소금으로만 간을 한 콩국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에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볶은 콩을 냄비 바닥에 깔고 우럭을 얹어 간장으로 조린 우럭 콩조림은 살코기 맛도 맛이지만, 우럭에서 나온 육즙과 간장의 짭짤함을 흡수한 콩이 별미라 자꾸만 손이 간다.

특히 콩으로 만든 된장은 오래도록 먹을 수 있는 데다 그 자체로도 반찬이 돼 두고두고 배고픔을 달래줬다.

제주 남부지역에서는 '푸른콩'을, 나머지 지역에서는 '좀콩'을 주로 재배했다.

양용진 제주전통음식보전연구원장은 "제주 남부지역은 경사가 심하고 물이 잘 빠져 농사가 어려웠는데 푸른콩만큼은 잘 자랐다"며 "제주 푸른콩은 육지 청태보다 영양소가 많고 맛도 좋다. 주로 된장을 담그거나 두부를 만들어 먹는다"고 말했다.

좀콩은 알이 작아 붙여진 이름이다. 된장과 두부뿐 아니라 콩나물로도 키우고 그대로 볶아 밑반찬으로 먹기도 했다.

곰팡이병 피해 입은 콩 곰팡이병 피해 입은 콩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24일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콩 성숙기 때(8∼10월) 고온다습한 환경이 이어지면서 곰팡이병이 확산했다. 사진은 지난 22일 찾은 제주시 오라동 한 콩밭에 곰팡이 핀 콩. 2024.11.24 dragon.me@yna.co.kr

곰팡이병 피해 입은 콩 곰팡이병 피해 입은 콩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24일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콩 성숙기 때(8∼10월) 고온다습한 환경이 이어지면서 곰팡이병이 확산했다. 사진은 지난 22일 찾은 제주시 오라동 한 콩밭에 곰팡이 핀 콩. 2024.11.24 dragon.me@yna.co.kr

하지만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비료가 되고 식량이 됐던 콩이 최근 들어 이상기후에 몸살을 앓고 있다.

24일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콩 재배지에서 곰팡이병 피해가 확인됐다.

도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이어진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로 인한 고온다습한 날씨로 곰팡이병이 예년보다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여름 제주지역 폭염일수는 21.4일(전년 6.6일), 열대야는 63.6일(전년 37.5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더위가 이어졌다.

콩 수확을 앞둔 이달 1일에는 제주(북부·제주지방기상청) 지점에 238.4㎜의 비가 쏟아지면서 이 지점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월 기록으로는 101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성산(동부)과 고산(서부) 지점 일 강수량도 각각 242.1㎜와 138.4㎜로 집계되며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주시 구좌읍에서 35년째 콩 농사를 짓는 고모씨는 "콩깍지에 곰팡이가 펴 검게 변한 것은 물론 낟알도 물을 많이 먹어 주름지거나 수확시기를 놓쳐 자주색으로 변해 있다. 절반 이상이 비상품"이라며 "콩 농사하면서 올해같이 곰팡이병 피해가 크고, 전 농가가 수난을 겪기는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NH농협손해보험 제주총국에 접수된 콩 관련 농작물 피해 접수 건수는 800여 건에 이른다.

이 여파로 제주농협도 올해산 제주 콩 수매 예상량을 전년보다 22.3% 감소한 4천352t으로 보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김만호 의장은 "올 한해 이어진 이상기후로 콩뿐만 아니라 다른 밭작물도 수확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에 내놓을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기후 문제에 따른 농민 피해는 이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해서 일어날 문제"라며 "정부와 제주도는 사후약방문식 해결에서 벗어나 선제적으로 장기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재난 피해 대책 요구하는 제주 농민들 기후재난 피해 대책 요구하는 제주 농민들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19일 오전 제주도청 현관 앞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회원들이 기후재난에 따른 농업 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나서 가지고 온 썩은 무와 콩 등을 버리고 있다. 2024.11.19 khc@yna.co.kr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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